▲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이 공동으로 코로나 상황 속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임방주 KSCF 총무 제공

정부와 대학을 향해 학생들이 처해 있는 재난상황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 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 21년 1학기에도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 학생들의 교육권은 침해당하고 있고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대책 없이 대학생들은 재난상황을 그대로 겪어야 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 조치와 등록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7월5일 오후 1시 한국YMCA전국연맹 5층에서 “대학등록금반환운동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의 사회로 1부 발제와 2부 토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이사장 채수일 목사는 “대학등록금 문제는 COVID-19 때문에 더 긴급해졌지만, 오래된 문제이고, 대학당국, 학생, 정부, 삼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라며 “대학등록금 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책과 고등교육의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열린 토론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덧붙여 “오늘의 토론이 참여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가 아니라 등록금 반환으로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 등록금운동본부 이주원 의장은 “대학등록금반환운동 전개와 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등록금반환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와 등록금 반환 운동이 가지는 의미와 효과를 재고했다. 이 의장은 “현재 정부와 대학이 2학기 대면 강의로의 전환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교육환경과 대학등록금 문제를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대학생들은 아직도 재난상황이다.”라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전대넷은 전국 단위의 등록금반환운동본부를 발족했고, 전국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을 모집했으며 지난 5월 4일 사립대학교 소송 재판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 발족 이후 일부 대학들이 상반기 등록금 반환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의 요구와는 전혀 다르게 10%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정한 경제 구조 속에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의장은 정부와 국회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반값등록금 정책과 등록금 반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반값등록금 예산에 2조 8,500억 원을 추가 편성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등록금 의제는 앞으로 반환이 아닌 등록금 부담 완화의 차원으로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등록금반환 문제를 회피하는 정부와 대학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미 학생들이 1년 6개월 넘게,  3학기 동안 원격 수업 전환으로 인해 받은 피해는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 전국 대학과 교육부, 국회는 현실을 직시하고, 코로나19 시국 등록금 반환 요구에 응할 것, ▲ 대학의 고질적인 재정 구조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수립할 것, ▲ 수익자 부담 원칙인 현행 구조를 개혁하고, 국가장학금 소외 학생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고, 섬세한 문제 진단과 충분한 예산 확보를 통해 다각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할 것 등을 제안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공공성은 낮고 부담은 높은 한국 대학의 현실

이어 대학교육연구소 김효은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고등교육 공공성과 반값등록금”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김 연구원은 먼저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낮은 원인에 대해 다루고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른 고(高)등록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매우 적은 상황”이며 “교육의 공공성이 ‘국민에게 양질의 교육에 접근하도록 기회의 평등과 사회적 수익이 높은 분야를 육성할 공적 책임을 요청하는 실천적 가치’라 할 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학생들의 환불 요구로 불거졌으나, 대학 재정 및 운영의 낮은 공공성은 해방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 문제”라고 오랜 기간 공고히 유지되어 온 대학등록금 문제를 짚었다.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른 등록금 중심 재정 구조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최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량 미충원 현실화가 초래한 위기와 직결된다.”며 고액 등록금을 납부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유지돼온 기반인 수익자부담원칙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높은 사학 의존도와 고액 등록금 문제, 등록금 중심의 재정 구조 등을 개선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 전체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 ▲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도입, ▲ 대학 운영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세 번째로 한국YMCA전국연맹 대학국제부 양다은 팀장은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진행한 등록금반환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5월 24일부터 5월 27일까지 3일간 대학생 500명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5%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이루어진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에 비해 질과 학습 효과에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등록금 인하 및 납부한 등록금이 반환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77.5%가 동의했고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한 요구가 상위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비대면 수업은 채무불이행이다

다음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현서 변호사가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 현황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총 원고는 3,165명이며 2020년 7월 일부 대학이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을 환불하거나 고지서상 등록금 감면을 진행하면서 일부 대학이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특별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입장 표명하거나 국립대의 경우 학생 개인에게 압박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었고 이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소 취하가 이루어진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립대학교 1차 소송은 1회, 사립대학교 2차 소송은 2회 변론기일이 진행된 상태이며 국립대학교 소송은 아직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고등교육법을 통해 일반대학이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강의실 수업에 준하는 질의 수업이 제공되어야 하며, 원격수업이 대학수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학교법인은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별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원격수업이 대학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대학 법인은 등록금을 모두 사용해서 부당 금원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립대학은 학생들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재정 구조로 되어 있어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학교가 구매한 수업설비 및 도구는 실질적으로 원격수업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소송을 계기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로 대한민국과 사립대학 학교법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고등교육의 공공성 문제에서 등록금 반환 소송이 가지는 의의를 밝히며 토론을 마쳤다.

한신대학교에 재학 중인 문성웅 학생은 “직접 겪은 코로나19와 대학등록금”라는 주제로 발표를 나섰다. 문성웅 학생은 “사람들은 20학번들을 ‘코로나 세대’라고 부른다.”며 2학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대면수업을 받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교 측은 등록금 반환대신 수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고질적인 문제들은 고쳐지지 않았고 학교 온라인 서버 불안과 같은 문제들은 작년 1학기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한신대의 경우 작년 1학기에 대한 등록금 반환만 2학기 등록금의 7%만 감면되는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는 등록금반환 대신 특별장학금으로 형태로 바꿔 대학지표에서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가했다.”며 학생들이 대학교육의 주체가 아닌 소비자로 전락한 현실에 통탄했다.

코로나 상황 속 피해를 입은 건 학생들과 학부모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을 정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2학기 대면수업을 앞두고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하고 각 제안에 관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주원 의장은 (전대넷 등록금운동본부) 등록금 반환요구의 본질은 등록금 납부자 전원의 교육권 보상 요구임을 강조하며 대학과 정부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등록금반환의 회피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2학기 대면 수업 확대를 앞두고 비대면 수업에서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교육권침해가 다시 이뤄지지 않는지와 교육 주체와 친화적인 정책이 제시되는지 등 등록금반환운동과 더불어 동시다발적으로 교육권과 관련한 쟁점들을 점검하고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히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국YMCA전국연맹 총무는 등록금 문제는 교육의 공공성, 양극화, 빈곤문제 등 다양한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만의 운동이 되고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관심을 끌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며 당사자 대학생들과 기성세대와 시민사회를 연결 짓는 방안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현서 변호사는 “대학 법인은 손해를 입지 않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구성원 중에서 유일하게 손해를 입었다.”며 대학등록금환불 소송이 잘 마무리되고 대학등록금 문제가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기 위해서 “시민사회와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김효은 연구원은 국가장학금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부담이 완화된 학생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등록금의 액수가 높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형태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등록금에 대한 일정 부분의 지원을 넘어서 사립대학, 전체대학에 민주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견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사무총장은 대학생등록금 문제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기자회견과 공동행동 등을 함께 진행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공식적인 조직 형태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은 아니지만, 이 토론회를 계기로 대학등록금반환운동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채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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