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의료 확대를 포기했나

▲ 정부가 지난 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전국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는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정부의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제공

정부가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그것도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든 국민이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보건의료운동단체들이 일제히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현 정부의 공공의료 포기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똑똑히 목격하였고 그동안 OECD 기준으로도 매우 미흡한 공공의료기관 공급실태를 확인하였음에도 이번 발표는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어떤 정부 의지도 파악할 수 없는 형편없는 졸속 계획임을 지적하며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 기본계획안’이 코로나19 속 공공의료 부족으로 한국사회가 겪은 위기와 비극, 그리고 계속될 감염병 시대에 비추어 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형편없는 계획이 5년의 공공의료 계획으로 확정된다면 수많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 해 12월 발표한 2025년까지 추진하겠다고 한 공공의료체계 강화방안을 대체할 제대로 된 공공병원 확충방안이 필요하다며 공공병원 30개 신축 등 30,000병상 확보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7개 시·도 중 공공병원이 없는 곳과,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1개에 불과한 지역에 지방의료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중진료권마다 빠짐없이 제대로 된 규모를 갖춘 공공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70개 중진료권 중 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은 30곳임)

또한 기존 공공병원을 300병상 이상, 대도시는 500병상 이상으로 증축하여 응급진료와 지역 필수진료기능을 갖추도록 하고, 충분한 의료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2022년부터 향후 5년간 매년 약 2.2조원을 공공병상 확충 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조차도 인구 천 명당 공공병상을 현재 1.3개에서 1.9개로 확대하는 수준이며, 여전히 OECD 평균 3.0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단기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최소한의 요구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국가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위해 최소한의 의무를 해야 하는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하면 당연한 요구이다. 그러면 혹자는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장체계를 갖고 있고, 비록 민간병상이지만 OECD회원국 중에 수위권이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20여년간 무료진료활동을 하면서 아무리 병원이 넘쳐나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수없이 경험했다. 그렇다보니 공공병원 확대를 통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첫 번째 경우, 희망진료센터 초기에 있었던 일로 타 지역 국립대학병원에서 화상환자를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채로 대학병원 구급차에 태우고 민간기관인 무료진료소로 환자를 이송한 사례다. 국립대학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어 그보다 상급병원(?)으로 보낸 것일까? 이유는 단 한 가지 돈이었다. 무연고 환자이다 보니 치료비를 받을 수 없으니 응급치료만 하고는 떠넘길 곳을 찾다가 환자의 소지품에 있던 약봉투를 보고 대전의 희망진료센터로 데려온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교도소에서 의뢰된 환자로 누가 봐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였지만 돈 때문에 형집행정지까지 해서 무료진료소로 데려온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최근에는 쪽방에 사는 60대 여성이 지인에게 업혀 진료소를 찾았다. 고관절 괴사로 당장 수술을 해야 했지만 돈이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소문을 듣고 희망진료센터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모든 사례는 한 마디로 돈만 있으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들이었다. 아무리 최신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병원은 넘쳐나도 돈이 없으면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어디 이 사례들뿐이었으랴 그동안 무료진료소에서 경험한 수없이 많은 경우가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었다.

그렇다보니 22년간의 무료진료 활동의 결과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료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주장하는 대로 공공병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전의 경우도 150만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료원이 없다. 그래서 그동안 지방의료원 설립을 위해 애써왔다. 다행히 지난해 대전의료원 설립이 예타면제 사업으로 확정되어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전은 대도시 지역으로 운동본부의 주장대로 한다면 하나로는 부족하다. 당연히 2개 이상의 지방의료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바라기는 대전시민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희망진료센터를 찾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멈추지 말고 제2지방의료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대 계획을 꼼꼼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원용철 목사(대전 벧엘의집) bethelhouse5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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