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등장해 많은 인기를 누린 보드게임 부루마블 ⓒGetty Image

어린 시절 세 자매는 부루마블이라는 게임을 즐겨했다.

전 세계의 땅을 몽땅 사들여서 호텔, 빌딩 같은 비싼 건물을 몇 채씩 짓고 동생들이 가진 돈을 몽땅 빼앗아 파산시켜 이기는 것이 통쾌하게 재미있었다. 탈탈 털린 동생이 가여워 돈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냉혹하게 값을 치르게 했다. 돌이켜보면, 잔혹한 게임이다.

실제의 나는 현재까지 게임으로 연습했던 탁월한 투자 기술을 실현하지 못 하였다. 아니, 엄밀히는 안 한다. 뿐만 아니라 내게 땅이 있다면, 자매가 함께 모여 사이좋게 살 집을 짓고 싶다는 전혀 다른 바람이 있다.

삼촌의 권유를 따라 부동산학과를 입학했더라면, 또는 목사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나의 삶에서 땅과 건물에 대해 시뮬레이션에서 그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바른 가치의 의지와 실천으로 아이들과 다른 방식의 게임을 하려 작년 말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공유와 독점의 두 세상을 경험할 기다리던 보드게임이 도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올 한해의 큰 화두가 되었다.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에 머무르게 된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 대한 나의 생각이 가만 머물러 있지를 않는다.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온 가족이 쉴 편한 거처를 사택으로 제공받음이 감사한 동시에 새삼 계속한 불안함은 더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직장을 자‧타의로 그만 두게 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집은 사는 것인가, 사는 곳인가.

부동산이란 용어에 대하여 짚어 본다. 언어의 한계가 있음을 재인식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단순한 음성이 아니라 소리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떠한 존재를 설명한다. 그러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집에 머물러 한계를 갖게 된다. 즉, 개념 된 의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익숙하고 편안함에 머물러 어느새 그런 뜻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 ‘내 언어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원래의 뜻에서 좀 나아가 내방식대로 말하자면,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자유로이 표현할 능력의 중요한 것만 아니라, 언어의 틀거리가 사고의 한계가 되고 만다.

아파트로 대표한 집에 대한 개념자체가 경제적 의미가 되어 있다. 동산에 대비되는 재산으로서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말 자체를 거부하고 싶다. 결국은 축적되고, 재분배되어야 할, 사회와 개인에 의해 행사되었던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거룩한 공간인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공간의 노른자위, 목이 좋아 몫이 좋은 곳을 차지하는 것은 자본이 축적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아파트의 계획에 종교부지를 분양받는다는 것은 신도시 교회 건축과 개척에 중요한 조건이다. 그것이 실현되기에 다소 미흡하다면, 자본의 경제적 이익과 주거접근이 하이브리드된 상가교회가 되는 것이다. 또, 그런 중에 교외의 너른 땅을 매입하여 개발하고, 공동체와 함께 여유로운 전원목회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다른 차원의 클래스를 가진 교회에서 가능한 것이다.

권력은 권리인가? 상속된 권리인 듯이 교회를 물려준다. 세상의 법에서는 증여세나 상속세라도 납부한다. 그러나, 말로만 하나님의 교회인 그 절대화된 권력 안에서 전능한 목사들은 그조차도 없다. 은퇴하는 목사의 전별금을 권리금마냥 주고받아 임지를 찾는 은밀한 행태 역시도 아는 바다.

빚이라도 얻어서 마련해야 하는 돈이 엮이고 보면, 교인 한 명이 얼마짜리라고 계산하게 되니 교회와 교인은 그야말로 골든카우로 만들 수단으로 전락되고 만다. 그런가 하면, 건물에서는 카페, 서점, 체육시설, 유치원, 등 교인들의 다양한 수요를 엮어 운영하며 경제적 수익도 창조한다. 대형교회는 대형몰이 되고, 소형교회는 영세 자영업자가 된다. 그것이 선교적 교회라는 접점을 만들고, 사회적 순기능을 선도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는 다시 그리고 진지하게 묻게 된다. 시장이 된 교회. 그런 현실은 슬프지만 한계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돈 없는 우리로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의 가상공간에서라도 개척을 시도할만한 세상이 도래하였다. 그렇지만, 교회건물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히 우선 주거의 안전, 살 집은 해결되어야 한다. 모두가 소산을 내는 경작할 땅, 바람을 피하고 몸을 뉘일 살 집을 위한 걱정 없이 살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나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려면, 사회적 힘이 우월한 사람과 종속된 사람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여,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변화시켜야만 하는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이라 칭하는 물리적 공간은 다양한 층위로 쌓여 권력관계가 이루어지고, 결국 그것이 실현되는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권력의 재분배 과정을 이루어야 된다. 모쪼록 그리스도의 공동체로부터 삶의 창조적인 권력의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길 바란다. 비대칭적인 관계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누구라도 차별 없이 문제를 해결할 힘, ‘할 수 있는 힘’을 이끌어 돕는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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