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주) 태안화력 9, 10호기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24) 씨. 입사 3개월 만에 사고로 숨진 것이다. 김 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반복되는 죽음, 시민사회는 들끓고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12일 오전 부검을 실시했고, 경찰은 사고 원인과 회사 차원 과실혐의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간 상태이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도 사고 접수 즉시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를 내렸고 이에 따라 화력발전기 9, 10호기 발전도 중단된 상태다. 정부 차원의 사고 수습 대책은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여론은 들끓고 있다. 먼저 12일 오전 9시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 2층 3호실에서는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발전노조,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등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시민사회 대책위를 구성했다. 당일 오후 2시 태안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노동계,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서부발전 본사에 요구했다.

또한 13일 오전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전화인터뷰에서 김씨의 죽음은 “제대로 된 업무 숙련기간이 없이 2주 만에 신입사원에게 4kg에 달하는 설비를 책임지게 해 발생한, 사실상의 기업 살인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2인1조가 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사고는 석탄이 이송되는 벨트에 발생한 석탄을 처리하던 중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랜턴도 없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벨트에 끼여서 사망한 사고”라고 지적한 것이다. 발전소 용역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 하게 드러낸 것이다.

김용균 씨의 죽음, 위험의 외주화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도 성명서를 발표하면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이하, 비정규직대책연대 / 대표 남재영 목사)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고 김용균씨 죽음의 근본원인은 자본의 이윤실현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대책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3년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 든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실현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염원이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판박이처럼 닮은 죽임을 계속 목도해야하는 국민들은 절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이어 “자본의 이윤을 실현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의 환경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이냐”며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대책연대는 김용균 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 한국서부발전은 뻔뻔하게 개인의 실수 운운할 것이 아니라 고인과 고인의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것, ▲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할 것, ▲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고 원청 기업에 분명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 등을 정부와 기업에 촉구했다.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는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한 문제점 분석과 정책 대안 모색, 노동시장에 대한 한국교회의 선교과제 제시와 실천운동의 확산, 양극화, 경제정의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신학적 성찰, 시민사회 및 해외교회와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대안 모색을 목적으로 NCCK를 비롯한 교단과 교계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회원으로 구성 2015년 11월 3일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 비정규직 대책마련을 호소했던 김용균 씨 ⓒFacebook.com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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