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부모연대(대표 윤종술), 한국뇌병변인권협회(대표 변경택) 등 진보적 장애인 인권 운동을 이끌어가는 단체들이 또 다시 광화문 지하도에 농성장을 마련했다.

지난 2012년 8월21일 광화문 지하도에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며 마련되었던 지하 농상장에 다시 차려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다시 지하 농성장인가

지난해 8월25일, 현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농성장을 직접 방문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기준·장애인 수용 시설’ 폐지의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확인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광화문 지하 농성 1842일이 되는 지난 9월5일, 농성을 지지했던 시민들과 여러 단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5년의 농성을 중단했던 것이다.

▲ 진보적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다시 광화문 지하에 천막 농성장을 마련하고 정부에게 성실한 약속 이행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이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3대 적폐 공동행동>으로 전환해, 농성이 아닌 더 다양한 방식으로 불합리한 제도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즉 ▲ 매주 목요일 서명 운동과 엽서 쓰기 캠페인, ▲ 3대 적폐의 염원을 담은 엽서를 모아 매월 청와대에 배달하는 월간 행진 진행 등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의 완전 폐지를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 온 것이다.

또한 1842일의 농성 결과 구성된 ▲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 ▲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 협의체, ▲탈시설민관협의체 를 통해 지속적인 정책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반년, 말만 무성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장애등급제는 ‘장애등급 → 장애정도’로 변화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 확대 계획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수용시설정책 역시 ‘탈시설’을 언급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장애인거주시설에 신규 입소인원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이고 탈시설과 관련한 책임 있는 예산 배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되었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여야 빈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들은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지하로

이에 이들 단체들은 지하 농성장을 마련한 2012년 8월21일로부터 6년이 되는, 2018년 8월 21일(화) 오후 3시부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며 그 자리에 다시 농성장을 차린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 투쟁을 기념하는 상징물 제막식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3대 적폐 희생자 18명의 합동 추모제도 진행한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지하 농성장을 다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성장이 다시 차려지면서 “지하철 공사 보안관들”과 충돌이 많았지만, 지하 천막 농성장은 마련된 것이다. 이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 지하에 다시 농성장을 마련한 이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폐지 투쟁을 기념하는 상징물 부착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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