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렘담 아이들이 돌아 왔어요!”

뉴델리에서 전화를 걸어 온 이수님의 흥분한 목소리가 고막을 쳤다. 꿈인지 생시인지 내 귀가 의심스러웠다.
  
“아이들이 돌아 왔어요! 정말로요. 어떻게요?”
“기적으로요. 기적이 일어났어요.”
“아이들이 붙잡혀 간 날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법원과 아동복지 관계자들에게 강제로 끌려온 고아원에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는 편지를 계속 보냈고요. 계속 밥을 굶고 울며 기도하며 저항을 했대요.”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 8개월을요!”
“그러니까 기적이지요. 하나님께서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어 담대하게 하시고 뿌램담으로 돌아갈 마음을 결코 놓지 않도록 감동을 주신거지요.”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함성을 지르며 저마다 보따리를 싸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였다. 다시 재회하는 가족들과 서로 얼싸안고 목 놓아 우는 아이들로 뿌렘담이 들썩거렸을 것이다. 울고 웃으며 만세를 부르고 할렐루야를 외치며 자기들이 풀려나온 꿈같은 사실에 밤새도록 춤추고 노래했을 것이다. 다시는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함께 모여 눈물로 감사와 찬미와 기도를 드렸을 것이다.

기독교로 개종을 했다는 이유로 힌두인이 경영하는 고아원으로 끌려간 120명의 아이들은 노예처럼 부자유한 상태에서 회유와 협박을 받았지만 뿌렘담 고아원에서 매씨 원장님과 함께 지내며 누린 행복과 평화, 사랑과 자유를 잊지 못하였다. 힌두 고아원의 비인간적인 취급과 무언의 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은 “뿌렘담이 아니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고 외치며 1년 8개월 동안 쉬지 않고 기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관계 부처에 알렸고 결국 힘으로 아이들은 강제 개종시키려고 했던 힌두 당국으로부터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받고 옛집으로 돌아오는 포로 귀환과 같은 기적을 만들었다.

▲ 뿌렘담에서 아이들과 ⓒ에큐메니안

아이들 120명이 강제로 잡혀간 뿌렘담애슈람 사건은 2년 전에 일어났다. 2015년에 세무조사를 당했으나 문제가 없자 2016년 초에 아동복지국의 고위관계자가 서류를 압수 수색을 시켰으며 경찰이 매씨 원장이 강제로 연행하여 이틀 계속 취조를 하였다. 세무조사, 서류조사에서도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고위직의 사람은  종교문제로 트집을 잡았다. 그는 매씨 원장이 아이들을 강제로 개종시켰다는 죄 몫으로 지방법원에 고소하였다.

1심에서 매씨목사의 유죄가 인정되어 힌두 백그라운드에서 온 아이들 120명을 4개의 힌두인이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분산 수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매씨 원장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서 아이들을 힌두고아원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아동복지 당국이 경찰을 대동하고 와서 가지 않겠다고 울며 불며 저항하는 아이들 지옥같은 아수라장을 만들며 120명을 강제로 연행하여 분산 수용시켰다.

처음 법원에 고소당하였다는 말은 들었을 때, 잘못이 없으니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기독교 교육을 시켜서 아이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것과 많은 아이들을 자기 자녀로 삼아 호적을 등록한 것이 유죄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내리고 아이들 120명을 다른 고아원으로 수용시키라고 하여도 아이들이 버티며 안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동복지 당국자들은 아이들의 자유나 인권, 건강과 행복에는 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이 법원의 명령에 불응하자, 2016년 8월 초에 백 명에 가까운 경찰과 아동복지국 직원을 몰고 와서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 아이들을 잃고 초죽음이 된 매씨는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었고  아이들을 찾을 길이 고등법원에 상고해서 이기는 길 밖에 없으니 상고하겠다며 나에게 재판비용을 지원해주라는 편지를 이수님의 카톡으로 보내왔다.

1998년 나자부가 뿌렘담애슈람에서 그를 만난 이래로 지속적으로 나누며 섬겨왔던 터라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의 요청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강제로 끌려간 아이들의 분노와 상처 그리고 그들이 힌두 고아원에서 당할 고통과 매씨의 좌절과 분노, 무력감, 고뇌와 고독 그리고 고통이 나를 분노와 고통으로 이끌었다. 아이들을 사물로 취급하는 관계당국자들의 폭력과 독선에 저항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의 행복과 평화를 생각하며 섬겨야 하는 이들이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묵과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재판비용이었다. 재판 비용이 1,500만원 정도였다. 재판 비용을 헌금으로 내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차라리 내 몸을 파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들길을 걸으며 기도하고 묵상하며 재판비용을 얼마나 감당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성령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감당하기로 마음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밤 늦게 친구의 카톡에 아이들이 당하는 고통과 재판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다음 날 아침, 기적이 일어났다. 친구가 재판 비용을 보내준 것이었다. 나는 긴급하게 돈을 송금하였다. 그랬더니 그 쪽에서 그 돈은 기본비용이고 재판이 있을 때 마다 변호사 변론비용을 따로 150만원씩 주어야 한다며 추가 요청이 들어 왔다. 기가 막혀서 변호사 변론이 몇 번 있을 것인가를 물으니 최소한 4회라는 답이 왔다.

고액의 재판 비용에 슬그머니 화가 났다. 내가 무슨 팔자여서 남의 나라 고아들의 재판비용까지 모금해서 보내야 하는가? 내가 왜 이런 궂은 일을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 내 코도 석자인데 하면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아이들과 매씨의 고통과 시련에 공감하며 동참하기로 시작한 일! 되물릴 수는 없었다. 이미 기본비용이 있어도 변론 비용을 안 보내면 보낸 돈이 무용지물이 되는 터여서  하나님께 부담을 하소연 하였다. 고아의 아버지인 하나님께서 어딘가에 준비를 해두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나 자신을 위로하며 달랬다.

이틀 후에 친구 원이를 찾아가 몇 가지 약을 얻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뿌렘담 고아들이 잡혀간 이야기를 하면서 재판비용을 헌금으로 받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더니 “120명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요. 어둠과 죽음에서 건져 내는 일인데 정말 귀한 헌금이다” 며 감탄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300만원을 보내주면서 “아이들을 구원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300만원으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성원장님께서 “긴급하고 절박한 일에 사용하라“며 무지정 헌금, 300만원을 보내주었다.

전신에 전기가 자르르 흘렀고 나는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소연을 한지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재판비용이 다 마련된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을 하며 감동에 벅차서 소리 질렀다.

“하나님! 당신은 살아 계시고 고아들의 아버지십니다!”

2016년 10월에 있기로 한 선고심이 자꾸 미루어져서 해가 바뀌었다. 성탄절을 뿌렘담에 와서 지낼 것으로 기대하며 돌아갈 보따리를 꾸리며 들떠 있던 아이들의 풀이 다 죽었고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재판이 계속 연기되자 재판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나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3월 재판에서 우리가 이겼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이제 곧 아이들이 돌아와서 다시 행복하고 평화로운 뿌렘담이 될 것을 기대하며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아이들이 바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잔치를 하라고 여분의 돈을 더 보내주었다. 그러나 여름이 되도록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는 매씨 원장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재판을 해서 우리가 이겼으나 아동복지당국과 우리 아이들이 있는 고아원의 원장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아이들이 빨리 돌아오길 원하는 애타는 아버지의 마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아이들이 없는 하루하루가 지옥인 아버지의 그 마음을!

나는 재판에서 이겼으니 그들이 아무리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억류하고 싶어도 때가 되면 돌아 올 것이니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들이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돈을 써서 아이들을 찾아오고 싶으니 뇌물로 쓸 돈을 보내주라고 하였다. 순간 숨이 탁 막혔다. 재판 비용 외에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더욱 서럽고 비참할 것이므로 거리낌 없이 활동비로 사용하라고 여분의 비용을 두어번 보냈던 터였고 많은 배려를 하였던 터였는데 뇌물을 쓰고 싶다는 말에 속이 뒤집어졌다. 나는 일언지하에 잘라 말하였다.

“그런 돈을 마련할 마음도 능력도 없네. 지금부터 철저하게 신앙적인 방법으로 싸우게.”
  
전화를 끝냈어도 마음이 참 불편하였다. 만약에 내 친 자식들이 억류되어 있으면 내가 뇌물을 쓰려고 하겠지. 자식이 아니닌까 냉정하게 잘라 말했지 하는 생각으로 내가 사랑이 부족한 사람임을 확인하며 마음이 복닥복닥하였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부터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바꾸어 졌다. 요셉처럼 어디에 있든지 어떤 환경에 있든지 믿음으로 든든하게 세워주시고 시련과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빌게 되었고. 매씨를 위한 기도도 바꾸었다. 아이들을 하나님 손길에 맡기고 염려걱정에서 벗어나 평화를 누리게 해주시라고, 남아 있는 아이들을 잘 섬기며 즐겁게 살게 해달라고.

아이들이 억류가 된지 1년이 조금 경과된 시점에서  나는 아이들이 돌아오는 것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어디서든지 잘 적응하며 살기를 빌었지만, 매씨 원장과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기도하며 구하고 찾고 두드렸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뿌렘담에서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던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자녀로 인정받으며 사랑으로 보살핌 받은 기억을 편지로 써서 법원에 보냈고 아동복지관계자들에게 알렸으며 자기들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밥을 굶었고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하였으며 한 수 더하여서 아버지인 매씨에게 반드시 돌아갈 터이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라고  사랑과 감사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매씨 원장도 법에서 이겼지만 아이들이 억류된 현실을 타개할 능력이 없음에 통곡하며 기도하고 금식하고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면서 관계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아이들의 눈물의 기도와 편지는 힌두 관계자를 흔들었으며 재판에 이긴 아이들을 억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그리하여 아이들이 자기의 자유의 의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이 되었다.

120명 전원이 다 돌아가길 희망하였고 학업에 지장이 없는 저학년 아동 47명이 1년 8개월 만에 먼저 1차로 춤추며 돌아왔다. 고학년 아동들은 다 앞을 다투어 뿌렘담에 다녀갔으며 2학기 기말고사를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치루고 시험이 끝나는 날 돌아오기로 하였다.

1년 8개월 동안 아이들은 힌두들의 조롱과 소외, 부당한 대우를 잘 감당하고 승리자가 되어서 돌아왔다. 눈물의 기도와 사랑으로 모든 것을 견디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의 꽃다발과 박수갈채를 보낸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고아들과 매씨 원장이 뿌렘담에서 함께 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힌두 당국자들은 갖은 방법으로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뿌렘담자체를 없애려 하였고 아이들을 온간 방법으로 회유해서 힌두 고아원에 붙잡으려 두려했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또는 아기였을 때 버림받은 자신들을 받아서 키워준 아버지 매씨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고통을 참고 견뎠고 끝내는 믿음으로 승리를 하였다. 사랑이 기적을 낳은 것이다.

속전을 치르듯이 재판 비용을 헌금해주신 연희님, 성원님, 태성님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99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의 영어교육비를 지원해주는 광주고백교회와 자매결연으로 운영을 도와주는 모든 결연 후원 벗님들께도 감사드린다.

120명의 우리 아이들이 힌두 고아원에 분산되어 고통을 치루고 있는 동안 매씨와 우리는 아이들을 되찾기 위하여 고등법원에 상고를 하였고 비싼 재판비용을 치루어야 했다. 세상이 볼 때 아무 쓸모없는 고아들을 위해서 비싼 재판비용을 들인 것이 소문이 나서 매씨는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고아를 찾기 위해 상고하며 홀로 싸우며 온갖 어려움을 감당한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눈 먼 아이들이 뿌렘담에 와서 살게 해달라고 사정하여 27명의 실명한 아이들이 가족이 되었다.

그 동안 힌두관계당국자들의 박해로 친구들도, 후원자들도 발길이 완전히 끊겼었다. 매씨 원장은 전화에 대고 울며 “다 떠나갔고 누님만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누님만 내 편에 서있고 모두들 떠나갔다.”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하소연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아이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돌아와서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일의 경과를 숨을 죽이고 지켜 보았던 이들이 서슴지 않고 뿌렘담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며 말한다.

내 영혼이 감동으로 외치고 있다.
 
하나님! 
우리 아이들이 돌아왔어요! 
하나님께서 고아들에게 하신 일
통쾌하고 신나고 멋져요. 
감사해요!

이이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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