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

28개 단체가 참여하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115개 단체가 소속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45개 단체가 함께하는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 더하기’ 소속의 인권단체들(이하, 인권단체들)이 충청남도 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외친 구호였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지난 1월 15일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이를 주도한 자유한국당을 규탄하고, 1월 25일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충남 도의회는 같은 날 25일 상임위를 열어 인권조례 폐지법안을 논의하기로 예정하고 있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29일로 연기된 상태이다.

▲ 28개 단체가 참여하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115개 단체가 소속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45개 단체가 함께하는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 더하기 소속의 인권단체들이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충남 인권조례 폐지 발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에큐메니안

주최측은 충남 인권조례안이 제정된 것이 2012년인데 그간 아무 반응이 없던 자유한국당이 갑작스레 인권조례 폐지를 발의 한 것은 돌아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충남 인권조례 폐지에 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폐지수순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 폐지 법안을 발의한 충청남도 도의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 웃지 못할 일은 충청남도 인권조례는 자유선진당 및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도로 제정된 조례라는 사실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법안 발의도, 법안 폐기도 자기들 맘대로 하는 자유한국당의 아무말 대잔치는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코미디 명장면”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자유한국당의 경쟁상대가 혹시 개콘(개그콘서트)은 아닌지 정말 묻고 싶다.”며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참석자들은 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이유도 “구차하다”고 날을 세웠다. 인권단체들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이 주장하는 폐지 이유는 “도민들 간에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이견으로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오히려 “지역사회 갈등을 야기한 것은 충청남도 인권조례가 아니라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억지 주장으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 온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국 보수 기독교의 맨언굴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인권단체 관계자가 자유한국당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에큐메니안

발언자로 나선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인권이 원래 불화의 성격을 갖고 있고, 언제나 문제가 있을 때 우리 앞에 드러난다”고 설명하며 인권조례 폐지 발의로 위협받고 있는 인권이 지금 다시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수원시와 서울시에서 인권조례의 영향하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행정들을 시정한 사례가 다수 있는 만큼, 인권조례 폐지는 도민 시민들의 삶에 밀접한 행정들 또한 함께 위협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충남인권조례가 “2012년 당시 현 자유한국당 소속의원의 대표 발의로 인해 제정되었고 자유한국당 윤리원칙 제 20조 또한 차별금지의 예시로 ‘성적 지향’을 포함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표몰이를 위해 스스로 내세운 원칙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한 “인권이 보편을 생명으로 하는 만큼 보편에서 배제돼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발상 자체가 폭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최 측은 규탄 기자회견을 낭독하고 자유한국당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한편 충남 도의회는 29일 상임위를 이후로 2월 2일 본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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