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당한 총장 선출을 원한다.
- 한신대 신학대학원 총 수업거부를 시작하며 -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고전 12:26)

2017년 10월 13일 한신대 신학과 학생 33명이 집단 자퇴를 결의하였다. 그리고 11월 8일 김강토, 정동준, 진유경의 3명의 학생이 삭발 단식에 들어갔으며, 이후 11월14일, 이들을 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김하나, 이현우, 정희본의 3명의 한신대 신학대학원생도 삭발과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학내민주화와 정당한 총장 선출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박경철 교수님, 이영미 교수님, 류장현 교수님께서 함께 단식을 하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규홍 총장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연규홍 총장 스스로 대화의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연규홍 총장은 자퇴한 학생들에 대한 조속한 답변과 문제 해결을 요청한 신학과 교수단과의 간담회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공문으로 자기에게 올라온 것이 없었기에 33명의 학생들이 자퇴서를 낸 사실을 몰랐다”라는 말을 하였고, 비대위 학생들과의 만남에서도 “공문으로 요청된 것이 없어서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였다. 급기야 조속한 답변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신학부 교수회 공문요청에 11월 6일 총장 직인이 아닌 비서실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내려 보냈다. 심지어 학생들이 삭발과 단식에 돌입하도록 만들었던 이 공문의 4가지 공식입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11월 16일 총장담화문에 그대로 게시하였다. 연규홍 총장은 왜 학생들이 머리를 깎고, 곡기를 끊고, 차가운 거리에서 농성하는 이유를 정말로 모르고 있는가! 이러한 불통과 오만한 총장, 학생을 기만하고 자신의 자리만을 보전하고자 하는 이가 한신대학교의 총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연규홍 총장의 선출과 인준과정 자체가 정당하지 않음을 밝힌다. 101회 기장 총회에서는 당시 총장서리였던 강성영 교수의 총장인준안 거부와 이사회전원사퇴를 결의하였으나, 이사회는 101회 총회 결정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102회 총회에서는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낸 이사회가 올린 연규홍 총장서리의 총장인준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1년 만에 기장 총회는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였다. 심지어 101회 총회의 결과를 통해 출범된 비대위의 활동에 대해서 총회는 어떠한 고려도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현 안건을 결의하였다.

심지어 우리는 이사회가 어떠한 기준으로 연규홍 총장을 선출하였는지도 알 수 없다. 당시 총장 후보였던 강성영, 강원돈, 연규홍 교수는 이사회와의 비밀 면담을 수락하였고, 이 모든 과정에서 학생들은 배제되었다. 이 한신대학교의 방향을 결정하고, 모든 일들을 책임지는 총장의 자리가 학생들의 눈과 귀를 가린 채로, 이사진과 몇몇 총대들에 의한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연규홍 총장은 자신의 총장 취임식인 11월 21일 이후가 되는, 23일 학내사태에 대한 공청회를 가지자고 제안하였다. 하지만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한 연규홍 총장의 담화문에는 학생에 대한 기만과 불통만이 담겨있을 뿐이었다. 곡기를 끊고 한신을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저 높은 곳에 계시는 총장님께 닿지 않는 것만 같다. 예수님께서는 예물을 제단에 드리러 가다가 자신의 자매/형제들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면, 먼저 가서 그들과 화해를 하고서 그 뒤에 예물을 드리라(마 5:23-24)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연규홍 총장은 이 모든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11월 21일 자신의 총장 취임식을 성대하게 치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이제 우리는 처절한 절박감으로 수업거부라는 결단을 내린다. 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 주어진 가장 큰 권리를,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려놓고 겸허히 하나님의 정의를 구하고자 한다. 이것은 한 때의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의 치기어린 일탈이 아니다. 이것은 신학생으로서, 목사후보생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기장인으로서 당당하게 서고자 하는 우리들의 외침이며, 우리들의 신앙고백이다. 또한 우리의 다른 지체들인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우리의 아픔이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기며, 함께 질 것이다(고전 12:26).

우리는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며, 마지막 등불이라고 믿어왔으며,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신학을 공부해왔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우리가 배워왔던 그 신학의 길을, 기독교인의 양심으로 걸어가고자 한다. 불통과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총장이 한신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우리는 이전 총회의 결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무시되어도 더 이상 어떠한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작은 교단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거대 교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불의에 눈감지 않고,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는 의롭고도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기장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모든 결정의 이유가 되었고,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추악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의 기장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우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 요구합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제 101회 총회의 의결사항인 ‘이사회 전원 자진사퇴’가 전혀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지금이라도 ‘이사회 전원 자진사퇴’를 권고하여 총회결의를 이행해주기를 바랍니다.

2. 전원 자진사퇴의 권고를 받은 이사회가 총회의 권고와 학내 구성원의 요구를 무시한 채 선출한 총장을 제 102회 총회에서 인준한 것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주시길 바랍니다.

3. 우리는 정당한 총장 선출을 요구합니다. 한신대학교 총장의 정당한 선출을 위한 법적, 제도적 대안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민주적 총장선출의 길을 함께 모색하기 바랍니다.

4. 현재 연규홍 총장의 선출은 정당하지 않으며, 정의롭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신대학교 총장의 자리는 달라야 합니다. 지금처럼 불통의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진 사퇴하시고 다시 한 번 정정당당하게 총장의 자리에 도전하십시오.

2017년 11월 17일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25대 학생회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