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1월8일(수) 오후5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입주해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신대학교 민주화와 연규홍 총장 퇴진, 한신학원 이사회 전원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정동준, 진유경, 김강토 등 3명의 신학과 학생이 단식을 시작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본부가 입주해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큐메니안

이러한 비대위측의 무기한 단식 농성은 한신학원 이사회가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하면서 불거진 결과물이다. 지난 9월, 기장 총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신대 70대 총학생회는 연규홍 교수의 총회 인준을 저지하려 했으나 제102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연규홍 교수의 총장직을 인준했다. 이런 상황을 맞아 한신대 신학과 재학생 33명은 자퇴를 결심, 지난 달,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경철 신학과 교수에게 자퇴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서도 별다른 결과가 도출되지 않자, 총학생회와 신학대학 학생회는 비대위를 결성하고 기자회견을 개최, “한신대학교 민주화와 연규홍 총장 퇴진, 한신학원 이사회 전원 퇴진”을 요구하며 삭발과 단식 그리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비대위 소속 학생들 50여명과 한신대 졸업생 및 목회자 50여명, 도합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삭발식이 시작되자, 삭발하는 3명의 학생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참여자들도 울음을 터뜨리게 했다. 특히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동료 학생들과 후배들이 삭발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과 편지글을 낭독할 때는 순서를 맡은 이들이 목이 메어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삭발을 마친 학생들 또한 화답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심경을 발표하면서도 역시 목이 메어 중간중간 발언이 끊어지기도 했다. 삭발 학생들의 발언으로 기자회견은 마무리 되었고 곧바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위한 천막이 설치되었다. 기자회견이 시작될 무렵부터 기장 총회 직원들과 경찰, 그리고 회관측 관계자들이 천막 설치를 우려하며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별다른 충돌없이 천막이 설치되었다.

▲ “한신대학교 민주화와 연규홍 총장 퇴진, 한신학원 이사회 전원 퇴진”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정동준, 진유경, 김강토 학생이 삭발을 했다. ⓒ에큐메니안

그러나 비대위측 한 학생의 말에 따르면 11월9일로 예정되어 있던 기장 총회 이재천 총무와의 만남은 무산되었다고 한다. 만남 제안에는 총회 차원에서 학생들과 만나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측의 전언에 의하면 “총무님 쪽에서, 만남을 가지기로 했는데, 아무런 논의없이 이렇게 갑자기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하면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대위측은 무덤덤한 분위기다.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대위측 한 학생은 “우리가 천막을 친 것과 만남이 무슨 관계가 있길래 만나지 못하겠다는지 사실 이해가 안 된다. 우리가 다른 방법으로 행동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대화를 하자고 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혀 총회 측의 행동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한 학교 관계자는 “연규홍 총장님이 학생들에게 '총회 앞에는 안 가면 안 되겠느냐, 대화로 풀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연규홍 총장님이 총회 앞 기자회견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총회 앞 기자회견이 학교 관계자들이나 총회 관계자들 모두 부담스러운 것이었음을 암시하는 부분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비대위 소속 학생들의 총회 앞 기자회견은 한신대 사태가 학생들과 총장과의 의견 차이가 아니라 교단의 문제로 옮겨졌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단순히 총장 임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여러 절차가 무시된 한신학원 이사회의 파행운영의 책임이 총회에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작년 총회에서 강성영 신학과 교수의 총장 인준이 부결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총회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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