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 조지훈의 시 <승무>는 그렇게 시작한다. 시인은 고깔을 쓰고 승무를 추는 스님을 보면서 부드럽게 날갯짓을 하는 나비를 떠올렸을 것이다.

나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날개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보이는 나비의 날갯짓은 사실 나비라는 존재의 전력을 다한 이동 의지의 구현이다. 그때 단순한 위치 이동에 그치지 않는 결정적인 에너지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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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에너지로 인해 비롯되는 현상이 ‘나비 효과’이다. 나비 효과는 작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물리적인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낳는 물리 이전의 에너지, 즉 작은 움직임으로 표출된 존재의 의지이다.

카오스 이론의 뿌리가 되는 감춰진 질서는 곧 존재의 의지이며 우주의 질서는 그 의지가 제대로 구현되었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이때 그 존재 의지의 진수는 사랑이다. 사랑은 존재의 조건이다. 결국 생명을 가진 존재의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사랑이다. 그리고 그 무한한 확장이 우주이다.

화무십일홍을 무색하게 하는 이름을 가진 꽃 백일홍과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에 얇은 사 알록달록 고깔 같은 나비가 살랑살랑 날아든다. 그 상긋한 움직임에 자연스러운 생명의 에너지 사랑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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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졌을 때 독일어로 “Ich habe Schmetterlinge im Bauch.”(내 뱃속에 나비가 있다.)라고 말한다. 괴테와 릴케의 언어답지 않은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서 나는 내 뱃속 나비의 투명한 날개를 본다.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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