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경기일보

지난 해 가을부터 타오른 촛불의 민심은 국민 위에 군림해온 박근혜 정권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으며, 5월 9일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와 함께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결과를 이뤄냈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야 하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특히, 200만을 넘어선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도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각별한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적으로 이주민의 인권을 일상적으로 보호하도록 국가 정책의 기초를 정립해야 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외국인 혐오 표현이 넘쳐나고 있어 시민의식의 정립이 시급하며, 정부 정책마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용인해왔기 때문에 이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며, 차별이 가진 폭력성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이를 없애도록 하는 첫걸음이다. 이 법률의 제정을 통해 UN이 규정한 반인류적 범죄인 인종차별 행위가 범죄로 명시되고 처별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UN은 우리 정부에 대해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고 피해에 비례하는 처벌을 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 정부에서는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책임있는 조치가 나오기를 바란다. 

둘째,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전면 보장해야 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하에서 9년 8개월 동안 직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어차피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영역인 소위 ‘3D업종’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에게서 ‘직장 이동의 자유’라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잔인한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을 노예로 다루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이 가진 노동자 권리를 정부가 즉각 보장해야 한다. 농업, 축산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잔업수당은 물론이고 산재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채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는 이들의 문제는 즉각적인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셋째, 여성 이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결혼이주 여성의 69.1%가 신체적 · 정서적 폭력과 성학대, 방임, 통제 등의 고통을 경험한 바 있으며, 여성 이주노동자의 10.7%는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혼과 노동의 과정에서 입국한 여성들이 불안정한 체류자격, 사회로부터의 고립, 인권교육 부재 등으로 인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넷째, 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7-2021, ‘인권NAP)이 즉시 수립되어야 한다. 이미 2017년부터 시행되었어야 하는 인권NAP는 아직까지 계획안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인권NAP의 이주민 분야에서 구체적인 인권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UN난민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4.5%(2016년)로 세계평균 37%(2015년)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수치는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인 정부의 정책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주민의 수는 2030년에 300만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는만큼 이주민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필요로 하여 들여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이들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는 정책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고 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인권친화적 사회 문화를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차별과 착취가 고착화된 사회에서 이주민의 삶은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난제를 끌어안은 채 시작하는 문재인 정부이지만, 부디 이주민이 가진 고통에도 관심을 갖고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진지하게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우삼열 목사(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