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5월 8일, 8명의 대학생이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올랐다. 학생들은 ‘유가족을 우롱하는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펼친 뒤 “박근혜는 물러가라”며 연신 구호를 외쳤다. 성명서도 뿌렸다. 성명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안을 전면 수용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부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학생들은 곧바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연행됐다. 미신고집회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학생들이 연행되는 사진과 기습 시위를 벌이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8명의 대학생들은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신학생들이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던 신학생들의 용기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공권력은 아직도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당시 세종대왕상에 올랐던 8명의 신학생 중 4명은 훈방조치 됐지만 나머지 4명에게는 각각 미신고집회 벌금 100만원이 부과됐다. 부당함을 호소하며 청구한 재판은 대법원 재판에서 최종 패소했다. 

벌금의 부담은 당사자에게 실제적인 압박으로 다가 오고 있다. 당사자인 이종건 전도사(감신대)는 얼마전 ‘벌금 미납으로 지명 수배될 예정이니 빨리 벌금을 납부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조금 있으면 본인 명의의 통장도 정지가 될 것이라는 연락도 받았다. 이 전도사는 “이런 벌금으로 지명수배까지 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겪게 될 힘듦이 큰 압박으로 다가 온다”며 “이러한 부담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운동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이 될 것 같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에,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가 옥바라지선교센터와 함께 ‘시대의 아픔에 동참한 신학생들을 위한 모금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콘서트 제목은 ‘우리는 오늘도 실패에 동참한다’. 콘서트를 주최한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진광수 목사는 13일(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청년, 신학생, 전도사, 목사들이 당한 벌금형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을 듣고 이들의 짐을 나눠지기 위해 뜻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모금 콘서트를 열게 됐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감리교시국대책위가 13일(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오늘도 실패에 동참한다' 콘서트 취지와 기획 배경을 밝혔다 (왼쪽부터 최소영 목사, 이은재 간사, 진광수 목사, 전남병 목사, 이종건 전도사, 안주영 감청 총무)ⓒ에큐메니안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민중총궐기, 재능교육 투쟁 현장에서 맨몸으로 맞섰던 신학생, 전도사, 목사들은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불응, 공무집행 방해 등을 이유로 최대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상태다. 모두 합쳐 30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불법집회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해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젊은 신학생들에게 3000만원은 너무 큰 부담이다. 이 많은 짐을 세월호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나섰던 이들에게만 지울 수 없다”며 “이번 콘서트가 우는 이들과 함께 우는 진정한 통합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콘서트는 오는 4월 3일(월) 저녁 7시 30분, 감리교신학대학교 중강당에서 열린다.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신학생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 길가는 밴드, 김이슬기, 더하모니, 청년외침, 평화산책, 황푸하 씨로 총 7팅이 재능을 기부하기로 했다. 

공연 연출과 기획을 맡은 김영민 씨는 “이번 콘서트는 다양한 장면들이 다채롭게 구성될 것”이라며 “아티스트들의 공연 사이사이에 특별 제작 영상도 상영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과들과 당사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4.16 유가족 분들이 보내주신 응원 영상도 있다”며 “영상과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 의미 있고 힘이 나는 따듯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콘서트 참석은 어렵지만 동참을 원하는 이들은 모금 계좌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모금 계좌는 국민011202-04-257558 이은재(모금콘서트), 콘서트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02-393-4662로 하면 된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