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화) ‘세월호 신학생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250여명의 신학생들이 감신대학교 교정에서 모여 세월호 광장을 거쳐 대한문까지 입례행진을 한 뒤, 연합예배를 드렸다. ⓒ에큐메니안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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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를 기억하는 감신, 장신, 총신, 한신의 신학생들이 모였다. ‘세월호 신학생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250여명의 신학생들은 12일(화) 감신대학교 교정에서 모여 세월호 광장을 거쳐 대한문까지 입례행진을 한 뒤, 연합예배를 드렸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입례행진은 노란 종이배를 붙인 십자가를 따라 250여명의 학생들이 떼제 찬양을 부르며 대한문까지 걷는 것으로 진행됐다. 신학생들은 황푸하 씨(장신대)의 인도로 상가가 즐비한 서대문역을 지나, 인파가 붐비는 광화문 까지 경찰의 안내를 받아 차분한 분위기로 걸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줄지어가는 학생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한편, 학생들이 부르는 떼제찬양을 듣고 “먹먹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한문에 도착한 학생들은 손에 들고 온 노란 종이배를 십자가 앞에 봉헌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날 예배는 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 故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시대의 증언을, 얼마 전 학내 사태로 은퇴한 감신대 이정배 교수가 하늘 뜻 펴기를 맡았다. 

다윤양 어머니 은미 씨는 ‘아직도 세월호 안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학생들의 외치는 기도를 듣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시대의 증언을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지금 외치셨던 것처럼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의 한명이 제 딸입니다. 사건 직후 미수습자 가족들은 728일 동안 4월 16일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단 하루도 추모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세월호 속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일 뿐입니다.”

세월호가 인양되기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인양이 된 세월호 안에 다윤이가 없을까봐 너무 두렵다는 은미씨는 “하나님이 너무 밉고 원망스럽다”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너무나 지치고 다윤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습니다. 하나님이 너무 밉고 원망스럽습니다. 아이가 죽은 것도 억울한데 왜 다윤이가 미수습자가 됐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세월호 배에 있는 미수습자 9명을 하나하나 안고 계실 것이라고 믿는다”는 은미씨는 “선체가 온전히 인양되어 9명의 미수습자들을 유실 없이 꼭 찾을 수 있도록 제발 도와 달라”고 부탁하며 증언을 마쳤다. 학생들은 “함께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는 외침으로 응답했다. 

감신대 교정에서 만등 종이배를 예배 제단앞에 놓고 있는 신학생들. ⓒ에큐메니안

대한문 앞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신학생들. ⓒ에큐메니안

박은미씨(고 허다윤양 어머니). ⓒ에큐메니안

하늘 뜻 펴기를 맡은 이정배 교수는 “세월호 이후의 신학생, 종교인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를 겪고 난 우리는 교회 안에 구원이 있는지 다시 물어야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그 절규를 들었잖아요. 하나님이 원망스럽다고. 국가는 권력을 가지고 세월호의 진실을 과거로 만들려 하고 있어요. 더욱이 교회는 신앙이란 이름을 가지고 세월호의 진실을 천국으로만 돌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할 일은 그들의 곁에 있는 것 뿐 입니다! 특히 신학생들, 목회자들은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야 될 정말 중요한 시점이 바로 세월호 사건입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세월호가 우리를 구원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함께 걷지도 않았을 여러분들이 함께 행진하며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이에 있던 벽을 헐고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손을 맞잡게 되었습니다. 세월호가 우리를 구원합니다!” 

또한 이 교수는 신학생들에게 노란 리본을 항상 달고 다닐 것을 당부했다. 

“4월의 꽃이 가장 아픈 것이 된 세월호 어머니들에게는 노란 리본이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 꽃을 보고 손가락질 할지 모르지만 어머니들이 기뻐하는 한, 이 꽃은 우리 가슴속에서 피어나야 할 4월의 꽃입니다. 우리의 강팍한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하나의 꽃, 사람의 꽃, 노란 리본을 피우며 다닐 때 그래도 이 사회는 달라질 수 있고 여러분은 이 시대의 좁은 길을 가는 신학생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란 꽃, 우리가 끝까지 피워내고 지켜냅시다.”

하늘 뜻 펴기가 끝난 뒤, 학생들은 남기평 목사(EYCK 총무)의 집례로 성찬을 나눴다. 예배는 이윤상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 됐다. 

이번 예배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종건 씨(감신대 예수더하기)는 "지난 해부터 감신, 장신, 총신, 한신의 신학생들이 모여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를 비롯해 어떤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 온 끝에 이번 예배를 주최하게 됐다"며 "신학생들이 신학적인 차이는 있을지라도 세월호라는 시대의 아픔때문에 모일 수 있었다는 것이 감격스러운 예배였다"고 전했다.  

예배에 참여한 이정배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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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령은/ 사진: 박준호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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