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서대문 416네트워크

지난 4일(월), '세월호를 기억하는 서대문 기독인연대' 회원 100여명이 서대문 지역 일대에 게시했던 세월호 추모 현수막 108개가 게시한지 4일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수막을 제거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구청. 관할 청인 서대문 구청은 지난 6일(수) 밤, 일방적인 현수막 철거 작업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리에는 세월호 추모 현수막 뿐만이 아니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당의 현수막들도 즐비하게 게시되어 있었다. 심지어 천안함 희생자 추모현수막도 게시되어 있는 상황에 왜 굳이, 세월호 추모 현수막만 제거된 것일까? 

현수막 게시에 참여했던 기독교단체인 고난함께(사무총장 진광수 목사)의 이관택 목사는 “서대문 구청에 문의한 결과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불법게시물이고 편향적, 정치적인 게시물이라는 조직적인 민원이 제기되어 결국 철거하게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서대문 416네트워크

현수막을 제거한 서대문구청 옥외광고물관리담당행정부서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의 아픔에 공감하고, 협조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현수막을 제거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쪽에서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사안으로 규정지으며 ‘불법 현수막’임을 제기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반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거리에 게시된 정당 홍보 현수막들은 법적인 절차를 거쳐 ‘검증 띠’가 표시된 것들. 이를 제외한 현수막들은 구청에 신고를 거친 뒤 지정된 게시판에만 부착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해석해 이를 ‘불편’하게 여긴 누군가의 민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서대문구청 옥외광고물관리담당행정부서 관계자는 “현수막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 전화가 총 16회 정도 왔었다”며 “소속이나 단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더 큰 심리적인 상처를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민원전화를 통해 계속 항의하며 다시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김령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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