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과의 5년간 노사갈등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한광호 씨. ⓒ에큐메니안

시청 앞에 있는 고 한광호씨의 추모 농성장. ⓒ에큐메니안

잔인한 4월이 채 되기 전인 지난 17일(목) 또 한명의 젊은 넋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그는 유성기업 조합원 고 한광호씨로, 올해 40대 초반의 젊은 노동자였다. 

충남노동인권센터는 지난 5년간 사측과의 갈등으로 피폐해진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체크에서 한광호씨가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해있다고 통보했지만, 사측은 이후 아무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의 지인들은 이런 한광호씨의 정신상태와 함께 사측과의 갈등 당시 행해진 비정상적인 고소고발 및 징계 등이 맞물려 심리적인 압박이 이런 참극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지난 23일(수) 유성기업지회 조합측은 파업에 돌입하며,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서울시청 앞에 설치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경찰에 의해 물품이 침탈당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날 늦은 저녁과 새벽, 경찰 측으로부터 농성장의 침낭과 담요 등이 또다시 침탈당해 참가자들은 꽃샘추위로 얼어붙은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에 농성 관계자들은 촛불교회로 긴급요청을 해왔고, 촛불교회는 고 한광호씨의 추모예배와 농성장 물품지원을 하기 위해 지난 24일(목)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다.

방인성 목사(촛불교회 운영위원장, 함께여는교회)는 갈라디아서 6장 9절 말씀을 전하며, 말씀중의 ‘선한 일을 하다가’를 ‘투쟁 하다가’로 바꿔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비정규직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투쟁하다가 낙심하지 맙시다. 지쳐서 넘어지지 않으면 때가 이를 때에 반드시 거둘 것이다”고 풀어 말했다.

촛불교회가 지난 24일(목) 고 한광호씨의 추모기도회를 가졌다. ⓒ에큐메니안

그러면서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짓밟는 것이 이 땅의 권력자들이고, 이런 악한 일은 특별히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해왔던 일이다”며 “여러분의 투쟁은 선한일이다. 우리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투쟁한다면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고, 함께 더불어 사는 멋진 세상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농성중인 이들을 위로했다.

마지막으로 방인성 목사는 “고 한광호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기 위해 낙심하지 말고 계속해서 투쟁하자”며 “이 땅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여러분을 지지한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추모예배에 참여한 유성지회 조합원 홍종인씨는 발언을 통해 “한광호 열사가 마지막 전화를 통해 남겼던 말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에 못갈 것 같다’였다고 한다. 그 말을 하고 걸어갔을 마지막 발걸음을 생각하니 내 몸이 떨린다”고 전했다.

그는 한광호씨가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사측 관리자들로부터 많은 폭력적 억압을 당했다며, 불법적인 카메라 촬영까지 행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장 탄압 속에서 어떻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측은 이런 사태에 대해 모두 다 노동자 개인의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고 한광호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이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촛불교회 관계자는 고 한광호씨의 추모기도회가 오는 25일(금) 저녁 7시 서울시청광장 앞 농성장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촛불교회 방인성 목사. ⓒ에큐메니안

박준호 기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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