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drooker.com)

시장경제는 먼 옛날부터 동서양 어디서나 있었지만. 자본주의라는 말은 서양 사람들이 만들어낸 낱말이다. 우리도 옛날에는 누가 부자인지 따질 때 논밭 외에 소를 몇 마리나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부자인지 아닌지 따졌는데, 자본이라는 낱말(capital)도 라틴어의 가축 머리를 뜻하는 "caput"에서 나온 말이라니 자본주의(capitalism)을 쉽게 풀이하자면 “가축적 이념”이나 “부자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장터경제나 시장경제라는 말보다 자본주의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 동의어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나는 이념(ism)이고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원칙(cracy)으로 어원 자체도 "kratien" 서로 다른 것이다. 이념이란 전체 진리 중에 일부만을 앞세워 그것이 다 냥 강조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혼란이 생긴 것은 당초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표현하는 외국에 번역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금융시장이 발달하여 이제 우리가 받은 급여의 일부를 금융기관에 저축하면, 미래에는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본주(capitalist)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자본주의의를 지지하는 우리 모두의 외침이고 희망이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사회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자본주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는 인구가 16%를 상회하여 OECD 회원국 중에 끝에서 3번째라 한다. 최근 노밸 경제학상을 받은 안거스 데이턴(Angus Deaton)과 그 동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년층 백인 남녀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또는 고용유연화 정책으로 직장이 안정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이들이 마약과 술에 중독되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현상이라는 진단을 했다.

누가 우리는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OECD 발표대로 10%선이라 미국보다는 더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으면, 미국에는 없는 강성 노조가 있어 미국처럼 웰스리트의 손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정치인들이나 정부의 정책당국자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하더라고, 지금 상황을 보면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에 대기업의 소유주나 임원들이 그런 말을 한다면 더더욱 믿지 않게 될 것이다.

▲ (사진출처: 한국경제신문)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를 들여대지 않아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정부 당국자나 한국은행의 발표만 보아서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사례를 들자면 언론에 보도된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이 그런 것이다. 담뱃값이 두 배로 뛰어 올랐고, 대중교통 요금도 올랐다.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경제학 공부를 했던 아니했던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경제에 대해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노밸경제학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법률이나 정책의 이름을 만들 때는 항상 그 내용과는 반대되는 말을 사용한다고. “규제” 또는 “제한”이란 이름을 가진 법률의 실제 내용은 규제나 제한을 풀어주는 예외 조항들이다. 물가가 너무 낮아 걱정이라는 말은 물가를 올리겠다는 말이고,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도 좋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구매할 능력이 없는 즉 급여를 올리지 않으면 어떻게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 소비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무지한 질문이 나온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먼저 물가를 2% 올리고 바로 급여도2% 올릴 것이란 대답을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혹은 부가가치세를 올려 상품가격에 포함시키면 물가가 오르지만 기업 이윤이 커지니 급여가 따라 오를 것이라 한다면 기업이나 정부가 좋겠지만, 우선 없는 돈을 어디서 꾸어다 쓰란 말이냐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무지해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부담하고 있는 설명책임을 다 하지 않아서 나오는 이야기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 누가 두 눈을 감고 따라갈 것인가? 특히 이즘같이 정보통신기술로 밝아진 세상에서 말이다.

이야기가 장황하게 되었지만,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 자본주의 세상에 왜 자본가는 많아지지 않고 직장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을까? 왜 자본가는 극소수이고 아닌 사람이 대부분인 세상이 되고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념에 불과한 자본주의(capitalism)와 모든 국민들이 믿고 있는 원리원칙인 민주주의(democracy)를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는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누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가? 시장경제의 작동이 잘못되고 있다는 말에 대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올바르지 못한 말로 심판하려 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은 “정치는 정의다.”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럼에도 종교인들이 정의를 주장하면 일부 정치인들은 그것은 자기들의 몫이고 자기들의 영역이니 나서지 말라고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하는 철들지 않은 어린이의 질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가가 없는 자본주의 사회는 정당한 임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민주주의 사회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박상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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