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계적인 기아문제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의 원인을 구체적인 증거와 숫자로 제시하였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었더 장 지글러가 1999년에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외에 1985년 루돌프 슈트람이 쓴 <왜 그다지도 가난한가 - 제3세계 저개발 구조에 관한 통계적 도표와 해설>, 반다나 시바가 지은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 등은 우리말로도 번역이 되었다. 오래된 책이라 해서 지금은 상황이 호전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방송과 신문을 보아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것이다.
세계적인 기아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그리스도교 종교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가난의 문제는 그리스도께서도 여러 번 말씀하신대로 경제-정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에게는 신앙 즉, 신학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느님은 당초 당신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과 인간이 창조하였는데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불교에서는 무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그리스도교에서는 원죄에 그 탓을 돌리니, 결국은 이 지구를 관리할 책임을 진 인간의 잘못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문화권인 미국과 유럽에서 무신론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들이 현제의 문제들을 인간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도 아니다. 인간과 우주와 세상만물이 우연히 생긴 것이니,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한 것도 또한 우연에서 나온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선미는 하느님의 특성이다. 사람들 중에는 아름다움을 앞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므로 진선미는 사실상 동일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착한 하느님, 진리이신 하느님, 아름다움이신 하느님 셋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또 인간을 창조하실 때 아름답다고 하셨다. 무신론자들은 그 아름다움이 사라진 책임을 종교인들이 믿는 하느님에게 물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악을 들먹이면서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한다. 이것은 어린애 같은 생각이지만 인간의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손쉬운 논리다.
미국의 어떤 저명한 무신론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수년전에 옥스퍼드 신학대학에서 무신론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났을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신학대학장도 그의 무신론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말한 그런 하느님은 없고 자신도 그런 하느님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천재지변과 인간적 비극을, 한편으로는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부도덕한 언행을 그 증거로 내 세운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호킹스 박사의 무신론의 근거는 더욱 놀랍다. 천체를 관측하여도 하느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주는 인력의 법칙에 따라 우연히 생긴 것이라니, 인력의 법칙은 어디서 나왔는가 물으면 모른다거나 우연이라 할 것이니, 과학적인 사고도 아니라 할 것이다. 과학적 연구는 실험과 관찰과 발견의 바탕에 원인이 있고 그것을 찾아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느님이 영이시고, 사랑”이라면 현미경으로 인간의 육체를 샅샅이 조사하거나, 천체망원경으로 모든 우주를 다 들여다보아서 신의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한다면 상식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신적 존재가 아닐 것이라는 누구나 알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한반도에 나타나신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도스토옙스키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그린대로 이 글을 쓰는 사람부터 먼저 그분더러 이 땅을 떠나달라고 요청하게 되지 않을까?
경제라고 예외가 아니다. 선진국의 저 많은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과 제3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사지경에 있는 것은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또 중동과 유럽에서 일어나는 하느님을 앞세운 테러분자들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은 하느님이 계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 무신론자들의 주장이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만 하느님의 덕으로 살아가지 않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열정적으로 주장하여 생계를 이어가는 저명한 무신론자들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먹고 살아가니 역설적인 사실이지만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 모두가 그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아름다움이 하느님의 특성이라면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창조된 인간 또한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에서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경제활동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시장경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활동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제에 참여해야지만 노동력이 없거나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동시장개혁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정책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직장을 갖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부작용이 너무 커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빼앗는데 기여하거나 불안정한 직장생활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하는 우려감 때문일 것이다.
 |
||
제3세계에서 원료와 원자재를 공급하는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는 자기들이 생산한 것을 너무 값싸게 사가서 가공하여 이윤을 남기고 있으면, 헐값에 원료와 원자재를 판 자기들이 굶어죽게 되었는데도 선진국 중진국 사람들이 자신들이 애써 생산한 것들로 만든 물건을 버린다 생각할 수 있다. 한편 버리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는 자기들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 소득이 높아서 그 정도로 버리면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생활수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구의 말이 더 올바른 것일까?
국내든 세계든 가난한 사람들과 풍족한 사람, 두 그룹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은 값이 너무 싸서 그렇다는 이야기로 귀착될 것이다. 이 대답은 선진국과 후진국 사람, 가난한 사람과 돈 많은 사람들 모두가 동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무리 소득이 높은들 비싸게 산 물건을 아깝다는 생각도 없이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선진국권에 대한 제3세계 사람들의 불신, 국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사이의 불신의 원인을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버리는 것들이 많다. 그리스도인이라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더 많이 준 사람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신다는 데, 더 많이 받은 사람들이 낭비를 한다면 나중에 그분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여 그분이 우리에게 파산선고를 하실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여 지구촌이 되었다. 세세 어느 나라 어느 곳, 어느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 텔레비전을 처음 보신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얘야, 성경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이 따로 없다. 지금이 바로 최후의 심판 때가 아닌가? 죄지은 사람들의 얼굴을 온 세상 사람들이 다보고 있지 않나?”
|
<필자 소개> 박상조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공부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정책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장(2010-2014.3)을 역임하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사로 있다. 저서로는 "인간중심발전론적 시각으로 본 대기업정책의 평가"(한국학술정보/2007),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사람인가 돈인가" (이담북스/2011), "경제시평 -무너지는 바벨탑 수리하기"(이담북스, 2014)가 있다. 2011.11부터 내일신문 에 경제시평을 기고하고 있다. |
박상조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