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120일째를 맞은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45), 한규협(41)씨는 추워진 날씨와 바람에도 불구하고 옥상 광고탑 위에서 불빛으로 예배에 참여했다. 이날 시대의 증언을 맡은 최종원 씨(기아자동차 고공농성 상황실장)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기아차의 사내하청 운용이 불법이며 전원 정규직 전환 명령에도 불구,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정몽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지금까지 핸드폰, 식사 중지 등 많은 탄압이 있었지만 우리는 절대 무릎 꿇지 않았다”며 “만약 그랬다면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전했다. 그는 “점점 날씨가 추워져서 건강이 염려되는데 저 두 사람이 농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며 증언을 마쳤다. 증언 후, 민중가수 김성만 씨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노래로 농성 중인 두 사람을 응원하기도 했다. 

 

종교인을 대표해 시대의 증언을 맡은 양재성 목사(예수살기 총무)는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것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신다는 뜻”이라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은 국민, 노동자들이 주인이 되는 사회”라고 전했다. 

 

양 목사는 “아직도 농성중인 쌍용자동차,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등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길을 잃었다”며 고린도후서 5장 17절을 인용,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 손에 붙들려 세상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질서와 뜻에 따라 살면 머지않아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진상 은폐나 정부 탄압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잊는 것”이라며 “생명을 위해 투쟁중인 사람들이 있는 고난의 현장을 기억하고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예배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팔을 뻗어 촛불을 흔들며 “최정명, 한규협 힘내라!”고 외치는 것으로 마음을 전달했다. 또 십자가를 들고 행진하며 두 사람이 농성중인 인권위 옥상 광고탑으로 이동, 준비한 침낭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권위 건물 입구에서 경찰과 건물 관계자들은 ‘목사만 들어가라’며 저지했다. 

 

이에 김경호 목사(들꽃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섬돌 향린교회), 양재성 목사(예수살기 총무) 등이 대표로 침낭을 가지고 올라갔으나 경찰들과 건물 관계자들이 ‘건물 대표에게 허락을 맡고 침낭을 전달하라’며 이번엔 옥상 입구를 막았다.

 

 

김경호 목사는 “어떤 경우에라도 사람이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은 보장해야 할 것 아니냐”며 호소했지만 끝내 침낭은 전달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촛불예배는 15일(목) 저녁 7시 30분에 하이디스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기도회로 열리며 동화 면세점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불빛으로 함께한 최정명, 한규협 씨 ⓒ에큐메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