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당부한 말씀이 사랑과 평화다. 또한 평소에 자주 하신 말씀이 “두려워하지 말라.”, “항상 깨어 있으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사랑이나 평화와는 거리가 먼 현실에 살고 있고, 깨어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긴장상태 내지 환각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가까이는 중국 증시의 폭락과 위안 화의 통화가치 절하에 따라 우리의 경제적 안정 내지 평화가 깨어지고 있고, 남북관계가 긴장상태로 들어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또 정치인과 정부가 해야 할 다른 종류의 걱정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1929년 미국 증시의 대폭락에 대해 알고 있다. 당시 수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기업가나 증권투자자들 중에는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망하지 않았고, 모든 기업이 파산한 것도 아니었으니, 당시 미국인 중에 비관과 절망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들에 대해서 동정은 하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에 동의하거나 동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이 두려움에서 나온 과도한 공포감에 희생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증시의 폭락과 중국 통화가치 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금융이나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도 모두가 나름대로 추측하고 행동방향을 정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에게 증권투자를 하라고 부추긴 결과 중국 주식 값이 1년 만에 150%나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수익률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정부의 말만 믿고 빚을 내어 주식투자를 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팔기 시작하여 이런 폭락사태가 발생하고, 중국 정부는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 중국 통화가치를 절하하여 수출을 늘리려고 하니, 다른 나라에 자신의 빚을 떠넘기려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이나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증권시장이 동반하여 흔들리고 있는 것은 일정한 한도 안에서는 불가피한 것이겠지만, 두려움에서 나온 과도한 긴장감과 공포감은 우리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고생물학자이면서 수도자였던 떼이야르 드 샤르댕의 말이 아닐까.

 

인류는 하느님의 안배로 알파에서 오메가로 가고 있으며, 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발전만이 있었지 퇴보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이고, 그리스도인들의 미래학이며 종말론적 낙관주의가 아닐까한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이든 아니든 지상의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자신의 자녀들이 더욱 성장하기를 원하지 않는 어머니 아버지가 어디 있을까? 

 

사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모두가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다시 회개와 도전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고나 할까? 중국 증시가 폭락한다고 해서 이웃 중국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 경제가 망했다고 우리 경제가 따라 망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고조선과 삼국시대 이래 중국에 수많은 왕조가 흥망을 지속했고, 그 과정에 우리에게도 어려움이 닥쳤지만 그렇다고. 나라와 국민이 따라 망한 적은 없다. 

 

그리스도교 윤리는 우리 사회, 그리고 더 크게는 지역이나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불의와 죄의 구조는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개개인의 불의한 행동이 오랜 동안 쌓여 현재화 된 것이라 가르친다. 이것을 신학에서는 원죄의 상태라고 한단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하느님에게 기대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성사시킬 수 있다는 인간적인 무지와 자만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의 긴장상태도 크게는 이러한 범주에 속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 등 무리 삶의 모든 분야는 별도로 분리되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고, 모든 부분을 분리했다가 다시 합쳐도 전체보다는 작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물질적인 것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더욱 중요한 정신적 내지 영적인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 과정에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진리에도 위계가 있다는 것과 진리의 위계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창조주인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우리로서는 불만스럽지만  우리가 계획한 세상의 모든 일과 개인적인 모든 일의 결과를 주관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시면서 수없이 당부한 말씀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두려움에서 나온 행동은 양심에서 우러나온 행동과 다를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프랑스 철학자 루이 라벨이 경고한대로 “두려움은 배신의 씨앗”이 되어 자신과 이웃을 해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하느님 한 분 뿐이고, 그분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의 양심을 통해 말씀하신다고 한다. 두려움과 거기서 나오는 과도한 긴장으로부터는 창의적이고 쓸모 있는 것이 아무것도 나올 수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가 생각난다. 그리스도인들이 절대적 진리를 추구한다면, 상대주의적 윤리관에 굴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란 사실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지만, 윤리학자가 아닌 일반 신자의 입장에서 상대의 잘못을 비난하는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윤리적 판단의 척도를 상대의 것과 같이 낮게 맞추려는 유혹에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남북대치 상태에 있는 우리 한반도의 지도자들이나 그리스도인들이 제일 먼저 배척해야 할 것이 바로 상대주의적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리스도께서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을 단죄하셨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더욱 성숙한 자세로 이웃이나 적대자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증시의 폭락에 따른 우리 경제의 충격이나 남북긴장 관계 또한 우리의 자세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교훈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리스도인으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 모두가 두려움에서 나온 긴장 속에서 지내게 된다면 시대의 징표를 바르게 해석하지 못하고, 우리가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행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누가 하느님께 탓을 돌린다면 우리에게 자유의지라는 선물을 주신 것을 나무라는 것이 되어 “노예의 길”을 걷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과 주변 강대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국가나 사회 전체에 큰 피해를 준 국내정치나 국제관계에 있어 하느님이 어떤 국가나 민족을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편애하여 내린 벌 즉 천재(天災)는 하나도 없고, 모두가 사람이 만들어낸 인재(人災) 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우리는 악마의 유혹을 받을 수 있지만,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유의지로 이를 거부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사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하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께서 동태복수법을 금하셨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조차 원수 진 값을 몇 배로 갚아야 하겠다는 유혹에 떨어지지는 않는가. 그리고 하느님 한 분 외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잊어버리고 과도한 긴장과 공포감 속에서 지내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성찰해야 할 것 같다.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면 자기 스스로를 해치고, 이웃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그와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인간적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떠날 때 사도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지,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요한 6:67 공동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