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보은기행(報恩紀行)

1. 야마다 부부와 구보다 씨, 다께하라 씨

2015년 5월 말경 네 분의 일본 친구들이 나의 보은기행(報恩紀行)에 응답해 주었다. 일본 교토부(京都府) 우지시(宇治市)에 사는 야마다 (山田;66세) 씨 부부는 반핵 평화운동가들로서 젊은 시절 병원노조운동을 하면서 한국의 병원노조와의 교류·협력을 경험한 친한인사(親韓人士)들이다. 그 후로는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방을 빌어주는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는 등 교류·협력 관계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해 진행되는 무주 <푸른 꿈 고등학교>의 '역사/생명/평화 일본기행'의와 지원을 해주고 있다.
 
다케하라(竹原;55세)씨는 ‘우토로 한국인 주민 지원사업’에 앞장 선 분이며, 특별히 고대 일본/한국 교류사 전문가이기도 하다. 작년 1월 우리가 일본을 방문 했을 시 교토(京都)~우지(宇治)~나라(奈羅)에 걸쳐 있는 백제 도래인(渡來人) 거류지(居留地)들을 안내해 주었다. 구보다(窪田; 33세) 씨는 이들의 후계자로서 한·일 교류의 앞장서고 있는 30대의 청년 여성 활동가이다.

▲ 광주 망월동 기념공원에서 참배하는 구보다 양

처음 나의 계획은 여수를 위시하여 아름다운 남도해변 길을 따라가며, 그들과 함께 쉼과 친교의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분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우리의 남도 지방의 한일 관계사와 관련된 지역의 공부를 하고 얻은 정보에 의해 임진왜란 유적지, 장보고 유적지, 왕인박사 유적지 등을 돌아 본 후에 광주 5 18 민주공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끝냈으면 좋겠다는 자기들의 '남도기행'의 일정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내심 부끄러웠다. 우리는 순천 <낙안읍성>~벌교 ~강진 <청자박물관>~완도 장보고 유적지~해남 땅끝 마을~영암 왕인박사 유적지~광주 망월동 5.18 민주공원 참배 등의 2박 3일의 강행군(强行軍)을 했다. 그 기행 내내 그들은 우리의 경관, 음식, 유적지 등에 대한 감탄과 찬사(竄死)로 일관(一貫)하여 나의 피곤(疲困)을 잊게 해주었다

2. 오사카의 이청일 목사 부부

2014년 7월 중순 오사카에 사시는 이청일 목사님(74세) 부부가 나의 보은기행 초청을 흔쾌(欣快)히 받아 주셔서, <나의 게스트 하우스>의 두 번째 내빈(內賓)이 되셨다. 두 분은 첫 손녀의 백일을 맞아 서울의 장남 집을 방문하러 오신 차였다.

장남 이상훈 목사는 와세다대 상과대학을 졸업 한 뒤, 아버지 이 목사의 뒤를 이어 연세대 신과대학으로 유학하여 박사과정에 있다. 그 동안 같은 박사과정의 본국 여학생과 결혼해 첫딸을 얻은 것이다. 두 분은 모두 동포교회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운동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해 온 분들이다.

이 목사님은 한일협정 이후 조국에 유학한 첫 세대의 재일동포 2세이다. 사모님 오수혜 여사도 역시 재일동포2세로서 재일동포교회의 어머니교회인 동경 한국인교회를 설립하신 고(故) 오윤태 목사님의 장녀이다. 기장 <한일교회> 오건 장로님이 숙부이시다.
 
우리는 1979년 <영등포 산업선교회> 회관에서 열린 ‘제1차 한·일URM협의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 목사님은 나의 일본생활 4 년 반 동안. 내내 나의 안내자가 되신 형님같은 분이시다. 이분은 십년 가까운 연상임에도 "김 목사님! 김 목사님!" 하시며 존칭을 그만 두시지 않아 나를 면구(面灸)스럽게 하셨다.

이번 이 목사님 부부에 대한 보은기행은 순천의 <낙안읍성>, 벌교의 <태백산맥기념관>, 보성의 <녹차기념관>, 강진의 <청자박물관>, 완도의 <장보고기념관>, 땅끝 전망대, 진도의 <명량대첩기념관>, 목포 유달산 노적봉, 이 난영 노래비, 등으로 2박 3일 동안 이루어졌다.

목포역에 예약된 기차시간 때문에, 우리는 울돌목의 소용돌이를 보며, 팽목항의 비극을 상상해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기도 했었다. 이청일 목사님은 모든 기념관에 게시된 그 긴 해설들을 꼼꼼히 읽고 또 읽는 것으로 기행의 많은 시간을 할애(割愛)하였다. 일본 퀴즈왕 수준이라는 오수혜 사모님은 이미 머리속에 집적(集積)된, “조국에 대한 역사지식”으로 이 목사님의 자문역(諮問役)을 하심으로서,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나”를 부끄럽게들 만드셨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님이 기행기념으로 가지고 싶다는 이난영의 CD를 이 목사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CD 숍을 찾아 헤맸었던 것도 추억의 하나~

▲ 여수를 방문해 준 한승호, 최철훈 군(오른쪽에서부터).

3.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 출신 후배들의 첫 번째 방문

2014년 10월 31일, <서울제일교회> 대학생회 출신 후배 6인이 여수를 방문해 주었다. 서울에서 온 임상택, 정창균, 안동환, 한석희 군 등과 목포에 박혁순 군이, 창원에서 주재석 군이 합류한 것이다.

그에 앞서 10월 15일, 정창균 군이 순천에서 요양 중인 박찬우 군의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그와 통화를 하게 되었고, 17일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영업용 택시를 빌어 타고 나를 보러 여수를 찾아 온 일이 있었다.

점심을 하고 내 차로 그를 그의 집이 있는 순천시 주암면 고산리라는 동네까지 바래다주었는데 가깝다고 한 그의 말과 달리, 웬걸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의 심심산골 마을이었다. 10만원이라는 택시운임을 지불하고 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가 보고 싶어 왔다는 그는 두어 시간 남짓의 만남 동안에 그 동안의 신상 등 이것저것 물어보는 나에게 빙긋하는 미소만 날리고 별 말이 없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차안에서 드디어 닫아두었던 그의 말문이 열렸다. “형님 원표 형 아시죠? 박 원표, 그 형은 나의 사부(師父)였습니다. 사부는 한 분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형님은 단지 나의 대장이었을 뿐입니다.”는 말로 시작한 그는, “세미나 준비를 안 해 오면 안 해 왔다고, 해 오면 왜 이렇게 엉성하게 해 왔냐고 하고……. 어느 날에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희춘이 형의 뺨도 때린 적도 있었습니다.”는 둥, 아직도 맺혀 있는 그때의 나에 대한 감정을 1시간 가까이 폭포수처럼 풀어 놓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그때까지 그가 말을 아끼다 둘이만 있게 된 차안에서 비로소 말문을 열어놓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나의 과거를 다중(多衆) 앞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어서였다는, 나에 대한 그의 배려였으리라.

“그런 일들이 있었나?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고 얼버무리면서, 40여년이 지난 그 때에 나의 ‘원칙주의적 엄격함’에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상처를 입었을까를 생각했다. 그들에 대한 죄스러움과 함께 그날의 일들이 그리움으로 물밀듯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만남의 소식을 전해들은, 박찬우의 동기(同期)인 정창균이 앞장서서 10여일의 시간 조정 끝에 이들은 바쁜 일상을 쪼개어 낸 1박2일 시간을 나의 병문안에 할애하였다는 것이다.

하루를 <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40여년의 긴 추억(追憶)을 나눈 우리는 다음날 아침,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군은 <전교조> 대회가 있는 서울로, 박 군은 목포의 대학으로, 그리고 주 군은 창원의 직장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3인도 벌교의 <거시기 꼬막 식당>에서 꼬막 정식으로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나의 제의(提議)를 완곡히 뿌리치고, 순천의 박찬호 군을 방문하기 위해 여수를 떠났다.

4. 무주·장수의 귀농 동지들

2015년 2월6일 금요일, 저녁 늦게 네 분의 벗님들이 여수의 우거를 찾아와 주었다. 오용식 목사, <무주종합복지관> 관장 이영재 원불교 교무, 장수의 정은 씨 모녀가 그들이었다.

오용식 목사는 1970년대에 빈민선교 단체인 <수도권>의 후배로서, <무주자활센터>의 센터장과 <학교법인푸른꿈학원> 이사직을 맡고 있는 일꾼이다. 그는 오래 전 부터 나의 병문안을 위해여 여수를 방문하겠다고 별러왔다. 그러던 차에 <학교법인푸른꿈학원> 감사(監事)이기도 한 이 교무와 고(故) 허병섭 목사가 설립한 서울 달동네 월계동 <동월교회>에서 청년부 활동을 했던 정은 씨 모녀와 함께 <나의 게스트 하우스>의 내빈이 된 것이다.

정은 씨는 장수에 귀농하여. 된장, 고추장 등 장류(醬類)를 생산 판매하며 생활하고 있고, 그의 딸 김소정 양은 전주를 오가면서 실내 디자인직에 종사하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단다.

금요일 업무를 끝내고 온 늦은 시간 여수에 도착한 그들을 <국동어항단지>의 <상아식당>에서 통장어의 탕과 소금구이로 늦은 저녁식사를 대접한 후 <돌산공원>을 안내하였다. 그런데 운(運) 좋게도 <돌산공원>은 '불빛축제'로 휘황찬란한 별천지로 변해 있어, 노래로도 유명한 '여수 밤바다'는 그 빛을 잃고 있었다.

돌산대교~찻집 '언덕에 바람'('바람의 언덕'이 아님)~돌산 전망대~향일암~호국사~거북선 대교~종포 해변공원 등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산도 해변도로를 일주(一周)하였다. 그리고 이순신광장 부근 <복춘식당>에서 여수 4대 먹거리(내가 선정한) 중 하나인 서대회와 맏사위나 오면 내 놓는다는 금풍생이(돔의 일종) 구이를 곁들어 늦은 점심을 먹었다.
늦은 오후에 <여자만(汝子灣)> 해변도로를 일주하여 순천만을 거쳐, 김경업 장군이 왜장(倭將)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북진(北進)을 저지했던 <낙안읍성(樂安邑城)>을 관람(觀覽)하는 것으로 1박2일의 여수기행을 마무리하였다.

▲ 광주망월동 국립 민주공원 기념탑 앞에서 구보다 양, 다케하라 씨, 야마다 씨, 야마다 부인(오른쪽부터).

<필자 소개> 김경남 목사 1949년 (66세) 전남 완도 생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법대, 한국신학대학 졸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총무, <한국민주화기독교민주동지회> 동경자료센터 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무주<푸른꿈고등학교> 교장, <한국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업본부장,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경남 목사  gisoo9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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