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또 다시 흐지부지될 모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언급하면서 불붙었던 종교인 과세가 결국 ‘용두사미’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이제 종교인 과세라는 무거운 공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제 곧 청와대를 떠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굳이 욕먹으면서 목사들에게 세금을 때릴 필요가 없다”는 속셈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해석이다. 이제 곧 떠나는 마당에 뭐 하러 장로 출신 대통령이 욕먹으면서 목사들에게 세금을 때리겠나. 다음 정부에 떠넘기면 돼지.

이제 공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갔고, 13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복지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종교인 과세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종교인 과세가 ‘유보’ 상태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사회 문제로 비화될지 모른다. 종교인, 그 중에서도 특히 개신교 목회자의 소득세 과세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어 억지로 떠밀려서 내는 모양새가 되기 전에 아름답게 먼저 내는 모습을 보이자.

목회자 소득세. 더 이상 욕먹기 전에 아름답게 먼저 내자. 어차피 언젠가는 내게 될 거 욕먹고 내면 기분도 나쁘고, 가뜩이나 망가진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더 실추된다. 종교인 과세는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 된 상황이다.

세금을 못 내겠다고 계속 몽니를 부리는 일부 목회자들과 단체들은 이런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너무나도 둔감한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목회자와 교회가 이렇게 자기 돈 한 푼이 아까워서 계속 몽니를 부리는데 세상 사람들에게 전도와 선교가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목회자는 레위지파 제사장이라 세금을 낼 수 없다?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일부 목회자들과 단체들은 과세에 필요한 몇몇 미비사항이나 기술적인 문제를 핑계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 이런 세법상의 문제나 기술적인 문제는 과세에 동의한다면 얼마든지 합의하여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얼토당토않은 신학적 논리도 있다. 목회자 납세에 반대하는 이들의 신학적 논리를 살펴보면 신학적으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이 대부분이다.

먼저 목회자는 구약의 레위지파 제사장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면 안 된다는 어이없는 신학적 반대 논리가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목회자들은 루터와 칼빈이 종교개혁을 통해 그토록 개혁하려했던 사제주의를 다시 부활시키려하고 있다. 개신교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직접 예배드리고 교통하는 제사장”이라는 루터와 칼빈의 만인제사장설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개신교 목회자가 자신들은 구약의 레위지파 제사장이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사제주의를 근거로 내세우면서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목회자는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 가톨릭교회도 이미 소득세 과세에 찬성하여 벌써부터 내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목회자는 로마가톨릭으로 개종하더라도 소득세를 내야한다. 어딜 가도 세금은 피할 수 없다.

개신교 목회자이면서도 사제주의를 근거로 목회자 납세에 반대하는 사람은 만인제사장설을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신교를 떠나야한다. 사제주의를 계속 주장하면서 만인제사장설을 부인하는 개신교 목회자는 개신교가 아닌 이단에 가깝다. 따라서 자신들은 레위지파 제사장이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목회자는 로마가톨릭에도 개신교에도 설 자리가 없다.

목회는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또 다른 신학적 논리는 목회는 대가(삯)를 받는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목회는 노동이 아니라 봉사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는 하나님이 명하신 거룩한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더불어 세상과 교회의 분리라는 중세 가톨릭의 수도원적인 성속 이원론이 깔려 있다.

모든 노동은 다 거룩한 것이다. 목회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명하신 세상의 모든 노동은 모두 섬김과 봉사다. 인간의 타락 이후 노동도 타락하였기 때문에 그렇지 원래 모든 노동은 거룩한 것이며 다른 사람과 온 창조물에 대한 섬김과 봉사다. 세상의 노동이 하나님의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 타락할 수 있는 것처럼 목회도 얼마든지 타락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타락한 목회를 한국교회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노동과 목회는 모두 거룩하지만 둘 다 타락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몸소 노동을 하셨고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천지와 인간을 창조하신 후에 인간에게도 창조세계를 맡기시면서 노동하라고 말씀하신다. 인간은 노동하시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따라 마땅히 거룩한 노동을 해야 한다. 성 베네딕트가 말한 것처럼 노동이 예배(기도)요 예배(기도)가 노동이다. 예배(기도)와 노동을 분리하는 것은 이원론이며 이는 성속을 나누는 불교나 중세 가톨릭의 수도원적인 오류다.

예배와 기도는 거룩하고 노동은 비천한 것이라는 중세 가톨릭의 수도원적인 성속 이원론을 깬 사람들이 바로 종교개혁자들이다. 따라서 개신교 목회자이면서 목회가 노동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개혁주의자가 아닌 불교나 중세 가톨릭의 성속 이원론자다.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까지는 몸소 목수로서 노동하셨고, 어부였던 베드로도, 천막을 만들면서 사도의 역할을 한 바울도 모두 노동을 한 사람들이다. 노동한 이들이 바로 교회의 머리와 대들보가 되었다.

목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노동은 다 거룩하다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5:17)고 말씀하신다. 또 예수님은 “일꾼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눅10:7)고 말씀하신다. 세상의 모든 거룩한 노동뿐만 아니라 목회라는 거룩한 노동을 하고 일한 대가를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목회 일을 하고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한 대가를 받는 건 마땅한 것이다. 교회를 위해 전임으로 섬기고 봉사하면서 노동하고 그 일한 대가를 받는 목회자는 결코 ‘삯꾼’이 아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일꾼이 그 일한 대가(삯)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예수님과 사도들이 경계한 ‘삯꾼’은 성도들의 돈을 노리고 성도들을 착취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거짓 목자였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노동의 목적에 맞게 다른 사람과 창조세계, 교회를 섬기고 봉사하면서 노동하고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한 대가(삯)를 받는 것은 거룩한 일이다. 돈이 목적이 되면 잘못이지만 다른 사람과 창조세계, 교회를 위해 노동하고 일한 대가를 받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목회는 거룩한 노동이다. 목회가 노동이라고 말해도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예수님께서 거룩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사람이 속되다고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몸소 노동하여 창조하시고 나서 매우 좋다고 말씀하셨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하나님의 목적에 맞게 열심히 노동해서 만들어낸 것 혹은 이루어낸 것은 모두 선하고 좋은 것이다. 그것이 목회든 다른 노동이든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인간이 노동해서 만들어낸 것으로 살아가도록 만드셨다. 이렇듯 생명을 살리는 세상의 모든 노동은 다 거룩하다. 마찬가지로 생명을 살리는 목회라는 노동도 거룩한 것이다. 따라서 목회는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말은 신학적, 성경적 근거가 없다. 또 이런 주장은 성속 이원론을 개혁한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주의와도 맞지 않는다.

한국교회 개혁하려면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 몰아내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목회자 소득세 과세에 반대하는 핵심적인 신학적 논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종교개혁자들이 그토록 개혁하려했던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이다. 사실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은 목회자 소득세 과세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부패하는 여러 문제에서도 핵심 방어(shield)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사제주의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열이 있다(즉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다)는 계급주의(엘리트주의)와 종의 우열을 따지는 진화론에 가깝다. 사제주의는 그리스도인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눈다. 이는 반성경적이고 반기독교적인 사상이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똑같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창조하셨다. 사제주의는 인간을 부자유하고 불평등하게 만든다. 사제주의는 한국교회에서 제왕적 목회자, 돈 권력 섹스에 대한 탐닉, 교회세습, “어딜 감히 목사한테!”라는 병폐를 만들어낸다.

성속 이원론은 한국교회에서 왜곡된 세대주의 신학의 형태로 둔갑하여 나타난다. 어차피 세상은 속된 것이고 결국 망해서 불타 없어질 것이니 구원의 방주인 ‘거룩한 우리 교회’안에서 ‘거룩한 우리 목사님’만을 섬기면서 살아가도록 만든다. 성속 이원론은 결국 세상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온갖 죄를 다 저지르고 교회에 와서 고해성사를 하고 돈을 내면 면죄부를 받는 종교개혁 이전의 타락한 성도와 목회자를 만든다. 성속 이원론은 하나님의 말씀이 이 땅을 다스린다는 하나님 나라를 헛소리로 만들어버린다.

따라서 한국교회를 개혁하려면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을 몰아내야한다.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은 목회자 소득세 과세 문제에서도 핵심 반대 논리로 작동하면서 여전히 그 악마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목회자 소득세 과세 문제에서 악마는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 안에 숨어있다. 한국교회에서 사제주의와 성속 이원론이라는 악마의 소굴을 무너뜨리고 몰아내자.

주 예수 그리스도여, 오셔서 우리의 죄와 악을 다스리소서!

고영근 / 희년함께 사무처장

고영근 기자  youngkun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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