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 성장을 하는 데는 에너지와 자원이 투입됩니다. 사람들은 성장을 하면 더 많은 누릴 것이 생기므로 성장을 일으킬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에너지와 자원을 모아줍니다. 그것이 투자라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물적인 성장을 잘 일으키는 능력이 있어야 그 사람에게로 자원과 에너지 한마디로 돈이 모이게 됩니다.

그러나 성장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성장이 우리가 사는 지구를 파괴했고, 지금도 큰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보아 성장을 멈추고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여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만들고 자기들의 영향력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좋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영향력 확산도 어쩌면 이념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신의 확산과 성장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자원과 에너지를 투자해 주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투자는 더 많은 것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이루어지지 원금도 못 찾을 곳에는 투자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흐름이 모두 미래에 대한 염려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더 많은 물적 성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물질이 많이 쌓여 있어야 미래가 든든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고, 성장을 멈추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으면 점점 더 큰 재앙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에 성장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두 흐름이 모두 세 확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세 확산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큰 돈을 가진 사람들은 더 성장을 많이 하는 쪽에만 돈을 겁니다.

성장을 그만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돈에 의존하는 선전수단에 의해서 경쟁을 한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로 가면 돈을 점점 더 적게 벌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에 의존하지 않고 자원과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 주장의 선전, 확산 방안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진단과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하여 아주 작은 목소리로 설득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고도의 지적인 작업에도 물론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그런 일을 전념해서 하도록 투자를 해 줄 세력은 없다고 보면 자발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남는 시간에 그런 일을 위해 머리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표현을 해 나가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대가 금융이나 기업 연구소, 대학에서 오로지 성장을 위해 사람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성장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어서 자기희생으로 그런 생각을 발전시키고 확산시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전혀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와 생명계의 절박한 소리를 반영한 진영과 자기 주변 집단의 안전한 생존의 필요를 반영하는 진영 간에는 그 동기의 수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누가 더 현상을 폭넓게 바라보고 가감 없이 이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는 것, 더 출력이 좋은 송신 장비와 전달매체를 갖추는 것, 즉 좋은 장비와 무기를 갖는 것은 2차적인 문제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픈 마음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큰 마음과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고 발언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앞서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도 않다면, 전혀 경쟁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성장을 멈추자고 하는 자발적인 흐름에 속한 사람들이 더 넓게 생각하고 더 투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거기서 멈추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분명히 성장과 反성장 진영의 경쟁시대로 되어가고 있으며, 양대 진영은 각기 자신의 장점을 가지고서 서로 세를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생결판이 날 때까지 어떤 접점이나 타협도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싸움을 하는 사이에도 인간의 성장 욕심이 만들어놓은 위험요인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을 멈추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굳이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성장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은 그들의 시스템과 논리를 지키기 위해서 점점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자연현상과 바닥의 가난한 자들의 도전이 걷잡을 수 없는 저항을 하는 강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sngmoo@cyclecono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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