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장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는 지개야 스님. 흙집 방문에서 합장을 하고 있다. ⓒ 송상호 지개야 스님

지개야 스님. 그에겐 경상도에서 방금 올라온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조금만 이야기 하다보면 함박꽃 피어나듯 환하게 웃는 웃음이 그걸 말해준다. 이런 그 앞에 서면 누구라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스님의 상담 노하우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지예. 그래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묵언마을에 오면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사연을 들어주는 거 아임니까. 마 그렇게 하다보면 속이 확 뚫린다 아잉교”

이것이 지개야 스님의 제일 큰 상담 노하우다. 웃는 자와 함께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웃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상담하러온 사람보다 스님이 더 많이 울기도 한다니 더 말해서 무엇 하리.

아하, 스님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공개되는 장면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살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은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그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자살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누구를 만나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화를 털어 놓고 나면 바로 이어서 묵언수행에 들어간다고. 3일 동안 묵언수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면서 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다시 스님과 대화를 하면 좀 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고, 점차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 불상 묵언마을의 대웅전에 있는 불상들이다. 이 불상은 전문작가가 1년을 꼬박 걸려 일일이 손으로 만든 홍단나무 조각상들이다. ⓒ 송상호 묵언마을

그렇다. 스님의 치유 방법을 요약한다면 “자신을 스스로 보게 하고 스스로 만나게 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게 상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묵언마을의 차 한 잔(지개야, 텐에이엠 2009년)>은 묵언마을의 작은 열매이기도 하다.

전 재산 털어 묵언마을 창립해

이렇듯 자상한 스님이지만, 사회에서의 그의 행보는 범상치 않았다.

“안동 축협 근무, 경상북도 도의원, 여의도 국회 비서관, 수억 벌어들여 자수성가”

▲ 전경 묵언마을의 전경이다. 앞은 상담자들을 위한 쉼터이고, 뒤는 묵언마을 대웅전이다. ⓒ 송상호 묵언마을

이것이 사회에서 얻은 지개야 스님의 이력이다. 한 때 잘나가던 것을 접고, 불가에 입문한 것은 무슨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다. 순전히 ‘자살하려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살려보자’는 마음에서였다. 2004년도 신문에서  ‘2003년 통계에 의하면 45분마다 한 사람씩 자살한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접한 그가 택한 길이 바로 출가와 ‘묵언마을 창립’이었다.

종교에 상관없이 사람 살리는 종교가 참 종교

‘묵언마을’, 그곳은 한국 불교 태고종에 등록된 일반 사찰이다. ‘00암, 00사’가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이름일 뿐이다. 굳이 ‘묵언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쓰이는 것은 “아파하는 사람이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여기에 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기에 가면 종교의 벽이 없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엔 교회 목사와 장로, 그리고 가톨릭의 신부와 수녀 등이 있다.

▲ 장승들 묵언마을 입구를 지키는 장승들이 정겹다. ⓒ 송상호 묵언마을

“종교가 없어도 사람은 살지만, 종교는 사람 없인 살 수 없는 기지요. 사람을 위한 종교, 지금 여기에서 사람을 살리는 종교가 진짜배기 종교 아이겠능교.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가 아이라 전 인류를 위한 종교가 참 종교지요.”

말이 넘쳐나는 시대,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해대는 시대, 남의 말을 좀처럼 잘 듣지 않으려는 시대. 이러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말을 줄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묵언마을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할 것이다. 더불어서 “이 사회의 자살을 줄이기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 역시 아파하는 이웃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는 지개야 스님의 처방이 무엇보다 절실하지 않을까.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망설이지 말고 일단 묵언마을로 한번 가보세요.”

▲ 책 지개야 스님이 그동안 상담해서 살려낸 자살시도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묵언마을의 차 한 잔'이다. ⓒ 송상호 묵언마을의 차 한 잔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2일 묵언마을 (http://cafe.daum.net/anrdjsakdmf , 031-672-3108)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