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대학시절부터 대학 ‘바둑동아리 회장’을 할 만큼 ‘바둑사랑’이 남다른 오승환 원장. 그에게 바둑이 뭐냐고 물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무한한 우주’라고 역설한다. 그의 25년 바둑 인생을 통해 수천 번 바둑을 두면서 체득한 진실인 것이다.

▲ 제자들과 함께 인터뷰 하는 날에 수련하러 왔던 제자들과 함께 폼을 잡았다. 해맑은 웃음의 아이들과 뾰루퉁한 아이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ㅣ 송상호

“바둑을 우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조그만 바둑판에서 생기는 그 변화가 무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둑을 둔다는 것은 내면의 힘과 내공이 없이는 쉽지 않은 거죠. 우리의 동양적인 깊은 사고가 집약되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서양인들 중에서 바둑의 대가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합리적 사고에 머무르는 그들의 세계관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오원장의 좌우명은 ‘무한불성(無汗不成)’. 쉽게 말해서 땀을 흘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 그의 표현에 의하면 ‘땀 없이는 성공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둑을 잘 두려면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 이런 정신을 그동안 그에게 그쳐간 수많은 제자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오 원장은 이런 정신의 열매를 요즘 제자들에게서 맺혀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그의 수제자인 이호범(서울 동양공고 1년)군이 올해 초 건국 이래 국내에서 231번째 ‘프로기사’가 된 것이다. 전국 대상으로 1년에 10명 정도 배출되는 ‘프로바둑기사’가 된다는 것이 소위 ‘사법고시 합격’보다 더 어렵다는 것은 바둑계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이기에 대단한 쾌거였던 것. 이호범 군도 7세 때부터 오원장을 통해 바둑을 두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때 서울로 ‘바둑 유학’을 떠난 이래 10년 만에 이뤄낸 것이며, 그것을 일구어내기 위해서 매일같이 적어도 10시간 이상 바둑에 전념한 결과라고 하니 가히 그 노력의 땀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의 좌우명 ‘무한불성’이 빈말이 아님을 그의 제자가 보여준 것이다.

▲ 올해 초 프로바둑 기사가 된 이호범 군(17세)과 그를 길러낸 스승 오승환 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ㅣ 안성신문

그밖에도 그의 제자 중 4명이 안성에서 이호범 군이 가 있는 ‘바둑 도장’의 명문 ‘양천대일도장(서울목동)’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자랑거리이다. 그들은 김기백(초6), 이은상(초6), 박태영(초5), 진유림 (여중1) 등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안성에서 그에게 바둑 수업을 받고 있는 7살 꼬마 유현일 군에게 거는 그의 기대또한 대단하다. 제2의 ‘이호범 군’이 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15년 동안 ‘바둑도장’을 운영하며 일관해온 ‘무한불성’이라는 그의 신념의 열매들이 분명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서 잠깐. ‘바둑교실’이 아니고 왜 굳이 ‘바둑도장’일까. ‘바둑교실’이라고 부르던 것이 2003년부터 ‘바둑도장’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둑은 ‘정신스포츠’라고 분류되면서 바둑을 배우는 곳 또한 정신 수련을 하는 도장이라고 바뀐 것.

그래서 요즘 그의 도장엔 50여명의 어린이들이 바둑을 통해 정신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한 우주’에서 노닐며 ‘무한불성’을 익혀가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제자들이 프로기사가 될 수는 없을 터. 소수의 바둑영재들에겐 바둑으로 그들의 꿈이 실현되기를 북돋아주고, 다수의 제자들에겐 바둑을 통해 삶의 밑바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 현재 안성 세계바둑도장에서 바둑 두는 자세가 제일 반듯하다는 꼬마 제자와 함께 바둑을 두고 있는 오승환 원장. ㅣ 송상호

마지막으로 그가 들려 준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바둑과 연관 있는 일을 하며 후학도 양성하고 돈도 버니까요.”라는 말이 뇌리에 남는다. 솔직담백한 그의 이야기 속에서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 이 인터뷰는 지난 29일 안성 세계바둑도장 (031-677-0150)에서 오승환 원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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