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왜 위로만 타오르는가?

* 이 글은 도임방주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간사가 보내주신 글입니다.

자판을 치기 시작한 즈음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이명박 측근 정치 목사들의 ‘배후, 빨갱이’발언과 파란집에 사는 추부길의 ‘사탄’ 발언을 들으면서 정말이지 짜증과 환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말 그분들이 조용해지는 것을 ‘자연적 시간’에 맞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애라 모르겠다! 그건 내 권한이 아니라 [그 분]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그냥 바라는 길 밖에 없을 듯싶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그들에게 소리치는 상상을 해본다. “ 야~이~ XXX 야 ”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것은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미선이 효순이의 참혹한 죽음에 양심이 찔려 광화문으로 갔던 것이 처음일거라 생각했는데, 곰곰이 돌아보니 중학교 교회에서 거의 매 학기에 몇 번씩은 촛불을 켜고 십자가 밑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에게 촛불은 신앙의 상징이었고, 세상의 빛으로 사는 것이 예수의 제자로서 삶이라고 고민할 때도 어김없이 내 앞에는 촛불이 놓여 있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자신을 태움으로 주변과 세상을 밟게 한다는 그 촛불의 숭고한(?) 뜻을 따라 사는 것이 기독인임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촛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기독교인의 마음대로 해석하고 자신을 숭고한 촛불의 자리에 스스로 앉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면 밤마다 새벽의 거리를 밝히는 촛불이 정말 스스로 자신을 태움으로 세상을 밝게 하는가?

촛불집회를 참석하면서 나는 수도 없이 이 질문을 던졌다. 하도 질문을 던지면서 멍하니 있다가 하늘에서 물이 쏟아져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집회는 고민하는 곳이 아니라 소리치는 곳이라고 항변하듯 주변에서는 쉴 사이도 없이 구호들이 터져 나왔다.

구호의 단순함과 반복은 나를 거의 무아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물대포가 터진 그 새벽 난 전경과 대치상태로 거의 무아지경에서 의식하지 못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다 물대포를 맞고 나니 유아지경으로 돌아왔고 내가 무슨 소리를 외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손에 들렸던 촛불을 온데간데없고 내 손바닥은 전경의 방패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순간 또 내가 왜 와있는지 잊고 전경과 신경전을 벌이는 나를 발견하였다. 오~~ 헛갈려 ..도대체 촛불집회에 나와 있는 것은 누군가??

5차례 넘게 물대포를 맞으니 이젠 오기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순간...스치는 생각하나가 나를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누군가 한명 크게 다친다면....’ 나는 속으로 ‘나 말고’ 누군가 이 국면에서 크게 다친다면 이 싸움은 우리의 승리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머리를 두세 번 흔든 다음 돌아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내 발은 36계를 치고 있었다.

다시 인사동 앞거리에서 있는 나는 경찰의 강제 진압을 피해 달리는 집회 참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여기 서 있었는지.. 정말 공간이동인가? 왜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을까? 하고 또 생각하고 있는데, 인도에 앉아있던 학생이 이유 없이 맞고 연행되었다.

그 광경을 본 여학생은 울부짖으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쓰러졌다. 난 여학생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의료진을 불렸고 다행히 근처에 있던 한의사가 달려와 위기를 넘겼다. 여학생 옆에서 하늘과 검은 제복을 번갈아 보면서 “에이 씨발~ 정말 세상 이렇게 놔둘꺼야~”하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

“10년 전하고 달라진게 없잖아~” 난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는 말을 하고 있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분했다. 억울했다. 쓰러진 여학생, 도망가는 학생들....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짜증났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 시민들은 물대포에 온몸으로 맞서는 것으로 대응했다. ⓒ 이기범

비겁하게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라면서 도망치던 나의 모습과 촛불집회의 의미를 잊은 채 서 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내 눈의 눈물을 다시 만나면서 내 안의 새로운 의미에도 귀 기울 수 있게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촛불 문화제는 두 종류가 있었다. 내가 촛불을 든 문화제와 들지 않은 문화제...촛불을 들지 않는 밤이면 인터넷 생중계에서 눈을 때지 못하는 불안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질문에 대한 고민으로 정리하면서 촛불 집회에 참석하려고 한다.

촛불은 왜 위로 타오를까? 그건 주변을 밝힌다기보다 신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있는지 아래 있는지 주변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그 존재에게 인간이 보내는 경고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스스로의 삶에 던지는 경고장은 아닐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촛불의 의미가 아니라 촛불 든 사람만이 그 경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외면하는 신이 아닌 촛불 든 사람만이 세상에 경고 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 두서없는 넋두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월 10일 다시 경고장을 들고 만납시다.

도임방주 webmaster@ecumenian.com

트윗하기

도임방주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