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침과 귀신 축출

오늘은 남한 교회들이 환경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환경이라고 하면 자연-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일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삶을 영위하면서 관계를 맺는 모든 것들이 환경입니다. 정치 문화 경제 등 인간의 활동에 관련된 모든 것이 환경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공적 생애 동안에 제일 많이 한 일은 병든 사람을 치유하고 악한 영에 시달리는 사람에게서 그 악한 영을 내쫓는 일이었습니다. 유대교의 회당이나 거리에서, 그리고 집과 들판에서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몸의 장애로 차별 당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회복시켰습니다. 또한 악한 영에 사로잡혀서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악한 영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활동을 마가복음에서는 “권위 있는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또한 그 일은 궁극으로 하느님 나라와 구원(해방)으로 연결됩니다. 치유와 귀신축출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활동이면서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입니다. 그것은 당사자들에게는 삶의 전환을 가져오는 행방의 사건이었습니다.

질병을 강요하는 악한 세력들

오늘 우리에게 나타나는 많은 질병의 원인은 우리를 둘러싼 삶의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습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질병들은 생태적 환경과 경제적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저지른 자연 파괴와 과소비에서 온 오염과 공해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결과입니다. 특히 우리의 먹거리는 이미 자연에서 벗어난 가공식품과 편리한 인스탄트 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애써 삼가려 해도 그 유혹과 습관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들이 늘어납니다. 이 일은 인간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지난달에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윌리엄 레이몽의 <독소>(Toxic; 이희정 역, 랜덤하우스코리아)는 미국사람들의 먹을거리에 관한 책이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출간되지 못한 책이며, 한미 FTA를 통해 밀물처럼 몰려올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대량 생산 농축산물의 실태에 관한 충격 보고서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를 말합니다. 또한 이러한 먹거리에서 비롯된 비만, 암, 당뇨병, 대장균 O157:H7, 조류독감, 광우병 등에 이미 걸린 사람뿐 아니라 잠재적인 모든 사람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엄청난 특혜와 정치 지원금으로 폭식을 취한 거대 식품회사들은 유전자 조작에 의해 대량 생산되고 초과 생산된 옥수수의 대부분을 가축사료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공장식 축산으로 도축되어 랜더링(분쇄)이란 과정을 거친 부산물들이 첨가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충격적인 부산물들은 소 부산물, 패스트푸드 찌꺼기(쇼트닝 유), 유통기간이 지난 화학 처리된 육류, 안락사한 개 고양이의 사채, 깔려죽거나 버려진 동물의 사체, 오염된 가금류 등이 랜더링 과정에 포함됩니다. 이들 동물의 사채엔 발암 물질을 일으키는 독소를 가진 화학약품과 열에 없어지지 않는 항생제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식우종이 탄생합니다. 되새김질이라는 과정을 통해 여물을 먹고 자라는 소는 대량생산에 의한 공장식 축산에서 거대식품회사가 만드는 사료를 먹고 자랍니다.

햄버거 패티에는 400마리의 쇠고기가 들어가고, 닭의 83%가 식중독에 걸린 채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오게 됩니다. 육류제품에 방사선 처리를 하고, 신선한 붉은 색상을 유지하기 위해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질소의 혼합물로 기체를 쐬어 육류가 변질되어도 색상만은 계속 선홍색을 유지하는 고기를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먹게 됩니다.

육류뿐만 아니라 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익은 토마토를 따서 저온 저장고에 저장한 다음 염소수에 담가 토마토는 그 염소수를 흡수하고 에틸렌 가스로 가득 찬 저장고에서 숙성 시킨 다음, 좀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위해 인공착색제 처리를 하고, 모양을 좋게 수분 함량을 높이기 위해 과일이나 채소에 파라핀을 덧입힌다고 합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음식문화에 노출되고 강요된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의 어른들보다 수명이 더 짧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의학이 발달하여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미래의 우리 아이들의 세대에는 오염된 먹거리로 인해서 겉모습만 커지고 안으로 부실한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나온 “놀려고 나간 게 아니라 살려고 나갔습니다.”라는 국립국악고 1학년 이연우 님이 국회의원에게 쓴 편지에 절절한 아픔이 들어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려는 인간의 욕망이 더 큰 화를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 하나만 조심하면서 잘 살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과 인간을 향한 압력은 식품기업의 거대한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각 업계들은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로비로 입막음을 하고, 보건당국이나 WHO에서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업계들에게는 권고사항만을 내릴 뿐입니다.

<독소>는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이미 출간됐거나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기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현실을 파헤친 이 책이 정작 미국에서는 출간될 예정이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입니다. 축산업체들의 막강하고 값비싼 로비와 압력 때문에 오히려 미국에서는 광우병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 앞에 펼쳐지는 상황은 예수님의 치유 행위가 왜 구원과 해방을 말하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오늘날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이 예수님의 구원 사역에 함께 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그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사람들,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 끔찍한 괴담과 속임수로 인류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려는 세력들을 예수님이 축출한 악한 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을 광우병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와 그와 동조하는 세력들 - 특히 광우병 오적 - 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 예수님이 쫓아내는 악한 영, 악한 세력입니다.

광우병 오적

그러면 광우병 오적은 누구입니까? 광우병 오적은 예수님이 축출한 “악한 영”의 세력들입니다.

[제1적 -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협상의 최종 재가권자임이 틀림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졸속 타협을 채근했을 거라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제2적 - 정운천 농수산식품부장관] 농수산식품부는 쇠고기 수입의 주무부처입니다. 정 장관은 일찍이 “광우병은 구제역과 달리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해 보통 국민들보다도 못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영어 번역에서도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는 주무장관으로서 협상안 고시의 권한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협상안 고시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제3적 - 민동석 통상정책관] 그는 협상의 실질적인 수석대표로서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은 사람으로서 자신이 한 합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면서 “미국 쇠고기는 독을 제거한 복 요리와 같다”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제4적 - 조, 중, 동] 조중동은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적했던 참여정부 때와는 180도 달라진 기사를 천연덕스럽게 내보냈고, 심지어 그들은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미나 친북주의자로 몰아세웠습니다. 그들은 수만 명씩 서울 도심에 몰려들었던 촛불집회를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시위자들이 거리로 진출하자 일제히 불법 시위라고 매도하였습니다.

[제5적 - 조용기 목사] 도적의 반열에 목사가 올라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이것이 남한 개신교의 현실입니다. 조 목사는 지난 5월 18일 한기총이 주최한 서울광장 구국기도회에서 “광우병 괴담은 공포를 일으켜 우리를 패배시키려는 마귀의 꼼수이며 미국과 우리나라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라고 설교했는데, 그에 의하면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모두 마귀가 됩니다. 그는 “박정희처럼 예수를 안 믿는 대통령도 국민을 위했는데 장로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을 위하겠느냐?” “초중고생이 청계광장에 나오는데 초등생이 뭘 아느냐?”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갑수 님의 글에서 인용>

이 다섯 명 외에도 그릉과 욕망을 같이하고 동조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무기삼아서 국민을 위협하고 마귀로 몰아가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악한 영,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괴담의 주인공인 악한 세력입니다.

악한 영의 유혹과 사람됨의 회복

성서에서는 “악한 영”을 마귀나 사탄 혹은 귀신 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즉 악한 영이란 “더러운”(ἀκάθαρτος; 순수하지 못한, 깨끗하지 못한, 불결한) “영”(πνεύμα; 바람, 움직이는 공기, 호흡, 영; 성령, 귀신, 마음, 기운, 생기)을 말하며 마귀(사탄)와 각종 귀신을 모두 칭하는 말입니다. 보통 Diabolos(비방자, 중상자)는 마귀라고 번역하고, Satanas(훼방자)는 사탄이라고 번역하고, Daimon 혹은 Daimonion은 귀신이라고 번역합니다.

예수님에게 악한 영이 한 말에는 복수(우리)와 단수(나)가 섞여 있습니다. “악한 영”이란 악한 세력으로서 타락한 인간들의 마음, 사람들이 몸담고 있는 사회적 제도나 그 제도가 포용한 이념, 그리고 그것들이 뿜어내는 악한 숨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사회가 잘못된 흐름에 휩쓸려 있을 때에 그 사회의 지배구조는 집단적으로 악령에 사로잡힌 이들을 대표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악한 영은 예수님을 자기들의 세력에 편입시키기 위해 유혹합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계속해서 유혹을 받은 것처럼 그가 십자가에서 죽을 때까지 이러한 유혹은 계속되었습니다.

악한 영이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시의 지배적인 관념으로 보았을 때에, 하느님을 독점한 세력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거룩함을 내세워서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지배하는 세력은 누구입니까? 그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이지만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꾸짖음으로 악한 영을 그 사람에게서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그 악한 영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그 사람에게서 떠나갔습니다. 이러한 사건의 시간과 장소는 안식일과 회당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이 안식일에 회당에 있었다는 묘사는 실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가는 안식일과 회당이라는 유대사회의 지배적 구원 조직을 이 악령추방의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악한 영의 주된 근거지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합니다.

율법과 성전을 중심으로 한 배타적 유일신신앙의 체제에서 유대의 지배자들은 로마황제를 실질적인 하느님으로 모시고 유다의 백성들을 통제했습니다. 계층적 분화 과정을 거쳐서 신분의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빚더미 위에서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이나, 집마저도 빼앗겨 노숙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과 음모는 힘에 의하여 계속되었습니다. 그 악한 세력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오늘날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예수님이 일으킨 사건의 본질은 인간들을 비인간화시키고 있던 제도와 이념의 숨결로부터 그들을 “인간”으로 회복시킨 것입니다. 기존의 삶의 구조가 안겨 준 당연성의 세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예수님은 오직 새로운 사람의 출현을 이룩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계속될 치유의 사건들과 저 상반된 삶의 궁극적 중심인 예루살렘과 그 성전의 거부에서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대리자인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을 대적하는 악한 영의 세력과 맞섭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은 바로 억압적 제도나 구조로부터 사람을 회복시키는 사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악한 세력들을 내쫓기 위하여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는 질병과 악한 영의 위협은 전 인류와 모든 생명을 향한 것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강요하는 욕망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질병과 악한 영의 지배와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한 유혹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악의 세력을 폭로하고 내쫓았습니다. 환경주일에 생태적 환경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만들려는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어두운 시대를 밝혀줄 빛의 사자,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고 생명의 문화를 전파하는 결사, 전쟁의 소용돌이를 몰아내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정책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거부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은 먼저 자연과 인간 앞에서 자기를 내어 놓고 낮추며 감사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이로쿼이 족 인디언 기도문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도. 그들은 머물렀다가도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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