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현재 결혼하는 가정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다문화 가정이다. 농촌으로 가보면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다문화가정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 우리의 자녀들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학교에 함께 다니는 모습, 이제 낯설진 않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 비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요즘 각종 방송매체에서 부쩍 다문화가정을 소개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우나 고우나’, ‘황금신부’ 같은 드라마의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데, 결혼이민자에 대해 너무 꿈처럼 좋은 면만 비쳐 주고 있다. 여기에서 다문화 가정은 해피 드라마로 끝을 내고 있는데, 실상 이것은 결혼이민자들이 겪는 현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대략 15여만 명으로 잡고 있는 국제결혼가정은 앞으로 저 출산 고령화 사회가 점점 극심해지면서 더 많아 질 것이다. 현재 국제결혼에는 대부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결혼하는 것을 주로 이루고 있는데, 한국인여성과 외국인 남성, 그리고 외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이 결혼하는 것이 점차 급증하고 있어서 이들에 대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길거리에서 “베트남 여성과 국제 결혼하는 데 7백 만 원”이라는 식의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돈의 액수로만 중개되는 국제결혼은 많은 문제가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출신 나라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다. 또 한국어에 그렇게 능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으로 인해서 이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심지어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애 너희 나라에 갚하는 표현도 거침없이 하고 있고 심지어 폭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학교 교사들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교육할 지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06년도에 발표된 ‘한국의 다문화가정 청소년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자아정체감, 소속감, 직업선택 뿐 아니라 많은 사회적 차별,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응답을 하였다.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이 없는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30% 가량이 학교를 그만 두고 싶어 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35%가량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들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업문제였고 그 다음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언어와 문화 차이, 경제적 빈곤, 한국의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시스템 등 때문이다.

한국인 부모도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도와주기 어려운데, 한국어로 언어소통이 힘든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은 더 극심할 것이다. 한국인 부모들은 이런 어려움을 과외라는 비싼 경제적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들은 이런 방식의 해결책도 찾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미등록(불법 체류) 신분인 부모를 따라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2세들이나, 재혼으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 아동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부모가 불법체류이기 때문에 이들도 불법체류자가 된다. 심지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도 부모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한국국적은 물론이고 본국 국적도 받기 어려워 무국적자가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보육지원이 부재하고, 의료보험혜택을 받기도 어렵고 언제 자신들의 부모가 강제 출국될지 몰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학교입학 자체가 어렵고 학교에 다닌다하더라도 불안정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입학 후 적응에 실패하고 방황하거나,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어린 나이에 사회로 뛰어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06년 4월 불법체류자인 엄마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초등학고 1학년생 아이를 경기도 지정 특별 학급에 등교를 시키다가 단속 되어 추방 위기에 몰린 일이 발생했다. 아이는 엄마가 단속 되자 학업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계기로 부모와 동반 입국한 15세 이하의 자녀 부모와 한국에서 태어난 15세 이하의 자녀 부모들의 일부가 2008년 2월 28일 까지 체류연장 허가를 받아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UN아동인권협약안을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조치로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도 지난 2월말로 끝이 나서 이제는 언제 불잡혀 갈 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1989년 제정된 UN 아동인권협약안은 세계의 모든 아동들에게 부모의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다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아동은 생명을 유지하고 최상의 건강과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아동은 차별로 부터의 보호, 학대와 방임으로 부터의 보호, 응급으로 부터의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모든 아동은 정규와 비정규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나아가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도덕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평균 수준의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아동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하여 알권리와 자신의 의지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모든 국가와 권력은 아동에 대한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국적, 출생, 인종, 언어, 종교 등에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는 것과 아동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할 수 있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음을 UN은 국제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제법인 ‘UN 아동인권협약안’을 1990년에 서명하고, 1991년 11월 20일 비준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6조의 적용을 받아 세계아동인권협약안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한국정부는 지난 2001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 지침을 마련하였지만, 제대로 된 교육권 보장이 이루어 지지 못하였다. 이에 2003년 1월 UN 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외국인 어린이 에게도 한국 어린이들과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받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실상 다문화가정의 자녀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민국가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책적 대응을 해 와서 많은 해결점을 제시했지만 아직도 온전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민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을 강조해온 나라이기 때문에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웃 일본의 경우가 많은 참조가 되리라 본다.

일본에서는 법으로 정해지지 않고 있지만 미등록 아이들이 있으면 그 부모의 체류권을 보통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그것은 유엔 아동협약을 비준한 나라로서 최소한의 준수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몇 년 전에 어린이날에 이주아동을 위해 펼쳐진 무지개축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따니야”가 참석했는데, 이 따니야는 축제에서 무척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실상 따니야는 학교에서 한국아동에 의해 반장으로 선출되는 등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었다. 같은 반 학생들에게 “왜 반장으로 선출했느냐”고 물으니 “잘 하쟎아요”, “좋아요” 등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차별의식이 없었다.

그 따니야를 지난 해 방글라데시에서 만났다. 그 부모가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따니야는 한국으로 그리워하면서 한국으로의 유학 올 꿈에 부풀어 있다. 따니야가 소원하는 것처럼 모든 이주민의 자녀들이 마음 놓고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꿈꿔본다.

최정의팔 위원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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