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4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8.15민족대축전 개막식. ⓒ 이철우 기자

김성복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

지난 해 대선 전에 몇몇 논자들 가운데에 가치 논쟁이 있었다.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보다 어떤 가치를 가진 자가 승리하느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가치가 승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자들은 87체제와 97체제를 말한다. 87체제는 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 민주주의를 수립함으로써 가능해진 체제를 말한다. 이 87체제를 뒷받침하는 가치는 ‘민주주의’ ‘인권’ 등이다. 반면에 97체제는 김영삼 문민정부 말엽에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감으로써 구체화된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를 말한다. 이 97체제의 가치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등이다. 이러한 가치가 말해주듯 97체제 이후 한국 사회는 양극화 심화 속에서 사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나면서 우리는 IMF를 극복하기 위하여 온 힘을 다 기울였고,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보기 드문 발전을 만들어내었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이라고 칭찬하지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분단된 민족이라는 비극적 현실 앞에서 평화정착과 상호 신뢰회복, 교류 협력의 시대를 만들어낸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올 해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맞이하여 큰 잔치를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필자의 속이 아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민족이라는 가치와 국가라는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국가만을 내세우는 국가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을 자랑하고 떳떳한 자세로 살아가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아니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가 분단된 민족이며, 북쪽에는 우리의 절반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북쪽과 비교하여 우월감에 젖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 북에 있는 천연광물과 우수한 노동력, 그리고 남에 있는 자본과 기술을 결합하여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민족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 일각의 주장을 보면 가치 혼돈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 이번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느닷없이 웬 건국절?’ 하면서도 쓴 웃음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하거니와 지금 우리는 민족분단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8.15 해방을 광복절이라고 지켜왔던 우리에게 이제는 건국절로 바꾸자는 것은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그리고 그들은 대한민국 단독정부를 수립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남보란 듯이 성장한 것을 자랑하면서, 아울러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북한과 비교하는 뜻도 있으리라.

겨레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경쟁 상대인 북한을 제압하고 항복을 받아내며 흡수통일에만 여념이 없는 대북 적대적 통일론자들에게는 솔직히 말하여 민족이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아픈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면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합치면 환상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상생할 수 있으련만, 오늘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6.15에서 8.15까지 두 달간 우리민족의 앞날에 참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펼쳐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명박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주장하는 경제 747의 공약을 진심으로 성취하기 원한다면, 이제부터라도 통일정책을 바꾸어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방향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며 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경제 747은 한반도에 평화가 없이는 공염불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김성복 위원  ksboc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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