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는가? 이 땅의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밖의 구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몹시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거나 심지어 이단으로 내몬다. 그렇다면 거꾸로 되물어보자. 교회 “안”에는 구원이 있는가? 교인으로 등록해서 교회생활을 착실히 하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입으로 시인하기만 하면 구원은 따놓은 당상인가? 이 땅의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구원의 문제가 이렇게 간단히 처리될 수 있을까? 나도 그런 대로 교회생활을 착실히 하는 신자이므로 한국교회의 구원관에서 보면 구원은 따놓은 당상인데, 그래도 어쩐지 나는 ‘이런 구원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불온한 생각이 가끔 고개를 쳐드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만 20년 넘게 신학 공부를 하면서 나도 성서라면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성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또 예수의 삶의 발자취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늘 한국교회에서 유행하는 구원관은 성서의 어디에 근거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예수는 세속(世俗) 한가운데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다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예수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가 8:34)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오늘 이 땅의 수많은 자칭 예수쟁이들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오늘의 한국교회의 잘못된 예수이해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예수는 없다>(현암사)의 저자인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교회의 대다수 신자들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게 아니라 십자가를 “타고” 간다. 다시 말해 예수의 삶을 본받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고 십자가를 그저 구원의 편리한 방편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예수가 오늘 이 땅의 신자들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구원은 교회 “안”에만 있으므로 교회 “밖”의 구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신앙의 표현일 뿐이라고 믿고 있는 한국교회의 편협하고 비성서적인 생각을 바로잡으려면 아무래도 예수와 세상, 이 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복음서를 통틀어 “교회”(에클레시아)라는 단어는 마태복음에만 두 차례 언급된다(마태 18:17). 너무도 뜻밖이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의심이 간다면 한가할 때 4복음서를 샅샅이 뒤져 교회라는 말이 더 나오지 않는지 눈을 씻고 찾아보라.

이와는 반대로 복음서에는 “세상”에 대한 언급들은 수없이 많다. 세상이 하나님의 뜻에 맞서는 것으로 묘사되는 본문들도 많지만, 바로 그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본문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이 정도만 놓고 보아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으리라. 복음서 저자들의 관심은 교회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 복음서에서 예수가 관심을 갖는 것은 세상이지 교회가 아니다.

물론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을 정점으로 각지에 흩어져 있는 회당을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을 틀어쥐고 있었던 타락한 유대교에 맞서 날카로운 종교비판을 하며 맹렬히 싸웠다. 하지만 예수는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 혹은 교회라는 종교제도를 창설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예수의 사후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기독교 혹은 교회가 생겨났지만, 이것은 “역사적 예수”의 의도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교회 안에도 구원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라. 교회 밖에도 구원은 있다는 것을.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세상”이지 교회가 아니라는 것을. 하나님이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 주신 것은 교회가 아니라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기 때문이라는 것을(요한 3:16).

정연복  pkom54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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