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교육이 브레이크 고장 난 버스처럼 한 없이 낭떠러지로 굴러가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그 절정이라 할 말이 막힌다. 민주사회에서 자율화는 최고 가치인 것은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율화를 부정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자치 제도」가 생겨 교육감을 선거로 뽑았고, 학교장 독선을 막고, 학교를 민주화하자는 취지로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를 도입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감들은 어떠한가? 선출된 교육자치의 교육감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가 없고, 「학교운영위원회」역시 학교장의 독선적인 학교 운영을 더 강화시켜주는 기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는 불행히도 언어 개념이 극도로 혼란스러워 개념과 속뜻이 일치하지 않는 언어 마술에 걸려 있어 언어 자체가 오염된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해방 60년을 넘기면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뽑힌 대통령들이 독재 아닌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구조개혁 없는 자율화, 망국 교육정책

민주주의체제와 독재체제의 차이는 권력 하향분산이냐 권력 상향 집중이냐 차이이다. 이명박 씨를 보면 바로 민주주의가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뽑기는 민주적으로 뽑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5공을 닮아 간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러한 정부에서 말하는 학교 자율화는 유사(類似)요, 기형(畸形)이요, 가짜요, 기만이며, 마술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 시절에는 얼마나 한국적 민주주의를 강조했던가. 그러나 그것은 ‘한국적’이 아니라 ‘박정희적’ 민주주의였음을 뼈저리게 체험했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학교자율화」는 아이들에게는 입시 지옥일 뿐이다.

학교 교육에서 ‘자율화’가 자율화답게 되려면 학교 권력 분산화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우선이다. 교무실(교사회) 자율화, 학년 자율화, 학급자율화, 학생회 자율화, 학부모회 자율화가 완벽하게 실질로 구현돼야 한다.

이런 구조개혁 없이 부르짖는 「자율화」는 학교교육을 밑뿌리까지 흔들어 버리는 망국적 교육정책일 뿐이다. 일찍이 이토록 교육 압살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와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즉각 철회돼야 마땅하다.

‘비판’ 넘어 ‘단호히 거부’하는 운동으로

이런 시점에서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호소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헌법 제 1조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고 했다.

국민의 권한을 위임 받은 권력자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때는 국민의 가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은 모든 교육 주체들이 비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일치단결하여 단호하게 거부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모두 역사 앞에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고, 아이들 앞에는 낯  부끄러워 설 수 없는 비겁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학교 자율화」는 입시노예 교육, 점수 서열화 교육, 돈으로 성적을 만드는 돈 교육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자율화는 자율화가 아니다.

진정한 자율화는 아래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교육 주체들이 주체적으로 학교 현장에서부터 그 주권 회복의 좋은 기회로 삼는다면 그런대로 교육의 희망을 찾으리라고 본다.

만약 주체들의 주체 의식을 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이명박 정부에는 반성을 촉구하고, 교육주체들에게는 이제 수수방관하지 말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김귀식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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