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1월13일 열린 상고심에서 베트남 출신 19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아무개 씨(47세)에게 1심 판결대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는데, 재판문에서 밝힌 신부 후안마이의 편지와 재판장의 질책이 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무차별 폭행으로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 재판장은 피해자 후안마이에게 한국사회의 잘못된 국제결혼 풍습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한국어를 빨리 배워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따뜻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베트남 신부의 작은 소망을 지켜줄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겐 없었느냐”고 자성의 질문을 던졌다.
  
후안마이는 사건 전날 남편에게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로 시작되는 긴 편지를 남겼다. 그녀가 남긴 편지 내용에는 비록 서로 잘 모르고 결혼했지만, 부부간 사랑을 구하는 애절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싶어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고, 건강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당신이 제게 많은 것을 알려주길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베트남에 돌아가더라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길 원해요.”

이렇게 그녀는 19살의 어린 나이에 피고인과 서로 이해하고 위해주는 애틋한 부부관계를 원했으나 가해자의 배려 부족, 어려운 경제 형편과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인하여 원만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지 못하였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누리지 못하겠다고 생각하였던 후안마이는 가해자와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가해자는 후안마이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사기결혼을 하였다고 오해한 것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주된 원인이 되었다.
 
재판부는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의 베트남 가족들과 연락을 하려 했으나 결혼정보업체나 관계 당국 모두 후안마이 가족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김상준 부장판사는 “한국사회의 아만성에 대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심정이었다”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판결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발생한 근본 원인으로 “노총각들의 결혼대책으로 우리보다 경제 여건이 높지 않을 수도 있는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이 취급하고 있는 인성의 메마름,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는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등이 이 같은 비정한 파국의 씨앗을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 사건이 피고인에 대한 징벌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역설했다.

재판부에서 말한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펼쳐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무시하는 풍토, 사람을 상품으로 간주하여 돈으로 아내를 맞히려는 국제결혼풍습, 그리고 약자에 대해서는 잔인하게 군림하는 권위주의 사회구조 등이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구체적으로 국제결혼중개업자나 브로커에게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국제결혼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표출되어 오는 6월에 결혼중개업관리법이 실시될 예정이나 아울러 철저하고 세심한 시행령이 제정되어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재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배우자가 좀더 성숙하고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결혼 전에 예비교육이나 검증을 하도록 하고 또한 결혼 후에도 상대편의 문화나 언어를 배워 상대편을 배려하고 언어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도 해야 될 것이다. 

최정의팔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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