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생명물결(대표 박성원 교수 오른쪽) 등은 20일 영남신학대학교에서 WCC 경제정의담당 로가테 므샤나 박사(왼쪽)를 초청해 에큐메니칼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 백창욱/에큐메니안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에 저항하는 운동세력은 너무나 미약해 이 광풍을 제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로가테 므샤나 박사는 모국의 민담인 개구리가 코끼리 잡는 법을 예로 들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에 대한 세계교회의 신학적 대응’이란 주제로 에큐메니칼 신학세미나가 8월20일 영남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아름다운생명물결(대표 박성원 교수), 대구경북 목정평, 대구경북기독교생명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신학강좌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경제정의담당 총무인 탄자니아의 로가테 므샤나 박사는 현 세계 경제상황의 가장 긴급한 문제점과, WCC가 전개하는 아가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므샤나 박사는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교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강연을 이어갔다.

므샤나 박사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는 세계시장의 자유화와 민영화가 모든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란 개념에 근거해 198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오늘 세계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빈곤과 불공평, 생태파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세계 국민총생산(GNI)은 1인당 미화로 6,987달러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인구 중 10억이 넘는 인구가(대부분이 여성, 어린이, 토착민)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운생명물결 등은 20일 영남신학대학교에서 WCC 경제정의담당 로가테 므샤나 박사를 초청해 에큐메니칼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 백창욱/에큐메니안

2005년 유엔개발프로그램 인류개발 보고서를 인용한 므샤나 박사는 부의 증가가 빈곤퇴치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부가 항상 가난한 계층에서 부유층으로 흐르는 일이며, 이 현상이 정의와 평화에 위협이 되는 졈이라며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G8은 분배정의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신자유주의 모델 안에서 어떻게 조정해 볼 방도만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므샤나 박사는 또, “북반구 나라들은 다국적 기업을 통해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자비하게 남반부의 자원들을 착취해 왔다”며 “이로 인해 북반부는 남반부에게 엄청난 생태빚(ecological debt)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므샤나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 “미국 재무부 장관인 로렌스 서머스 같은 이들은 ‘지구의 수행능력에는 한계가 없다. 그래서 가까운 장래에 지구의 수행능력이 묶여버릴 염려는 없다. 자연의 한계 때문에 경제성장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생각은 심각한 오류다’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CC는 1998년 하라레 총회 때 본격적으로 경제세계화 문제를 다루기 시작해서, 2006년 2월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 ‘인간과 지구 중심의 대안적 지구화’(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AGAPE)를 촉구하는 아가페 부름을 선포했다.

아가페 부름은 서구사회가 주도해서 전 세계로 확산시킨 현 경제위기를, 지구 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인간과 생태계를 돌보는 경제구조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세계경제구조를 혁신하는 운동이다.

▲아가페 운동을 설명하고 있는 므샤나 박사 ⓒ 백창욱/에큐메니안

므샤냐 박사는 특히 “북반부 교회들이 신자유주의 시장형 성장패러다임이 현재 경제 불의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고 있다”며 “북반부 교회들은 경제패러다임 자체와 제국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2부 강연에서 므샤나 박사는 한미FTA를 비판하며, “마치 곰이 토끼와 춤추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 협정은 민중들의 생존권을 전 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교회는 이 협정이 한국과 미국 양국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므샤나 박사는 또, “교회는 이런 질문과 함께 이 협정으로 이익을 얻을 사람이 누구이며 생태와 환경문제를 감안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므샤나 박사, 오는 10월 개최되는 ‘정의로운 무역을 위한 행동 주간’ 참여 촉구

그는 “콜롬비아,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교회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오는 10월14~21일에 개최될 ‘정의로운 무역을 위한 행동주간’에 참여하기를 촉구했다.

이날, 에큐메니칼 신학세미나를 주관한 박성원교수(영남신대)는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는 초국적 기업과 자본력이 강한 강대국정부가 세계은행, IMF, WTO 등 국제금융기관과 무역기구를 통해 세계에 강요하는 프로젝트”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과정 속에서 심각해지는 양극화, 생태계위기, 공동체파괴, 민주주의 몰락, 신 식민지화 등 부정적 여파에 대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교회와 단체가 연대활동을 하기 위한 초석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세계교회협의회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과 몇 차례 대화프로그램을 가졌지만, 경제세계화에 대한 목적과 지향점이 전혀 달라 회의가 결렬됐다”며 “그들 스스로에게 자생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능하고, 거대한 반대운동만이 경제세계화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단체들은 향후 계속 모임을 갖고 대구 경북지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교회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구체적 행동을 모색키로 뜻을 모았다.

백창욱  baek0808@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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