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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남재영 목사가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남부연회 재판위원회로부터 출교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남 목사는 오히려 은총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차별너머 제공 |
지난 5일(목) 오후 2시,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재판위원회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남재영 목사에게 ‘출교’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에큐메니안이 입수한 남부연회의 판결문에는 “피고소인을 출교한다. 출교는 면직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목사직을 박탈하고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추방을 뜻한다. 재판비용은 피고소인이 부담한다.”라고 적시했다. 재판비용 700만원을 남 목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감리교로 출교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동환 목사에 이어 두 번쨰이다. 이동환 목사를 포함 남재영 목사에 대한 판결은 교단 규범의 준수와 신앙적 포용성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남 목사는 에큐메니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면서도 교단의 경직된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자신이 섬기는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소명을 굽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재영 목사는 왜 출교 당했나
남 목사는 2024년 서울과 대전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들을 위한 축복식을 진행했다. 이 행위가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에 명시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교단 동성애대책위원회는 그를 고소했다. 교단의 보수적 입장에 따라 해당 규정은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퀴어문화축제 참석과 축복식은 교단 내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남 목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이성을 상실한 이들에 의해 출교판결을 받고 난 다음, 출교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사건을 신앙적 시련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출교를 당한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저를 출교시킨 감리교가 안타깝다”고 말하며, 교단 내 경직된 태도와 권위주의적 문화에 대한 비판을 내비쳤다.
남 목사는 고발 주체인 동성애대책위원회를 “전광훈의 아류들”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행동이 동성애를 찬성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들의 영혼을 위해 목회적 돌봄을 실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자들도 하나님의 은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회가 환대하고 목회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주장”이라며, “교회의 태도가 성소수자들을 정죄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위는 남 목사의 행위를 교단의 신학적 입장과 윤리적 기준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목사직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교단 측은 “성직자의 행동은 교회의 신학적 전통과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며 판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남 목사는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결여되었다”고 주장하며, 출교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잘못한 것은 없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복권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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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재영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기독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앞에서 판결이 끝난 후 판결을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차별너머 제공 |
전통적 교단 규범과 현대적 신앙의 충돌은 언제까지
남 목사는 약 1년 뒤 은퇴를 앞두고 출교 판결을 받았다. 출교는 단순히 목사직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자로서의 권리까지 박탈한다. 그럼에도 남 목사는 자신이 섬기는 빈들공동체와 감리교단과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 혐오의 광풍이 부는 교회지만, 누군가는 성소수자들의 영혼을 품어야 한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성소수자와 소외된 이웃 곁을 지키는 목사로 살아갈 뜻을 밝혔다.
“교단의 출교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시대의 목사로 하나님 앞에서 무슨 짓을 하며 살아가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서 심음소리를 내는 이웃들 곁을 지키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남 목사 개인의 징계 문제를 넘어, 교단의 보수적 규범과 현대적 신앙 실천 사이의 근본적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단의 입장은 전통적 신학과 윤리적 규범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이번 판결을 내렸다. 이는 조직으로서의 일관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남 목사는 이에 대해 자신의 행위가 규범 위반이 아니라 성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목회적 책임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랑과 환대라는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규범의 경직성에 부딪힌 사례로 읽힌다.
성소수자의 권리가 보편적 인권으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 교회의 배타적 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남재영 목사 징계 판결은 교단 규범의 정당성과 현대 사회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교회가 규범 준수와 포용적 신앙 실천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감리교는 계속되는 징계로 성소수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성소수자 문제를 포함 신앙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가 진정한 영적 공동체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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