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산에 하나님과 함께 40일간 있었던 모세가 산 밑으로 내려왔을 때 그의 얼굴이 환히 빛나 감히 백성들이 볼 수 없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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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뵙고 내려온 모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모세의 얼굴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그 이유를 모세가 하나님과 말씀을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빛이 났을 리가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일상의 담소 정도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말씀, 특별한 말씀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에는 ‘말한다’라는 단어가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아마르’라는 말인데, 이것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바르’라는 말입니다. 다바르라는 말은, 말을 하는데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의도가 듬뿍 담긴 말입니다. 성취하고자 하는 결심과 결의에 차 있는 말입니다. 선언이나 선포같은 말립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할 때는 꼭 ‘다바르’를 사용한답니다.

모세가 주님과 나눈 말씀이 바로 이 ‘다바르’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눴다는 것은 특별한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들은 것이고. 미리 들은 것이기 때문이죠. 하나님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하나님께서 엄청난 비밀을 모세에게만 폭로해 주신 것입니다. ‘내가 앞으로 온 세상을 이렇게 다스릴 거야.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갈 거야’ 하고 하나님이 모세한테만 특별히 이야기해주신 것입니다.

모세는 지금 이스라엘과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결연한 의지, 결심, 결단을 듣고 내려오는 중입니다. 그냥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결심에 증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 모세가 맡아야 할 일, 이스라엘 백성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을 듣고 내려왔습니다. 모세는 어떤 심정일까요? 물론 가슴 터질 것 같은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부풀어 올랐겠죠.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신다니. 하나님이 우리를 하나님의 사람 만들어주신다니!’

그런데 동시에 엄청난 부담감이 모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우리가! 하나님 하시는 그 일에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그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고? 하나님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수만 가지 생각이 모세를 가득 채웠을 겁니다. 복잡 미묘한 생각과 감정에 휩싸여 있었을 겁니다. 다른 어떤 생각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예요. 온통 하나님과 나눈 그 말씀 생각으로 모세의 내면이 가득 찼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사람이 거룩한 사람입니다.

‘얼굴에서 빛이 났다’는 성경의 증언은, 실제 기적처럼 모세의 얼굴에서 빛이 났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한 그래서 온 존재를 다해서 하나님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요?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과 말씀 나누고 그래서 온통 하나님의 말씀으로 내 존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얼굴에서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런 사람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교회 나오고 예수 그리스도를 내 구주로 모신다고 하면 우리의 삶에서 빛이 나야 합니다.

하나님과 기도하는 시간이 하나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기도 시간에 하나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눕니까? 고작해야 내 삶의 문제거리, 고민거리, 걱정거리, 내 욕심들, 욕망들, 세상살이의 이모저모… 그런 이야기만 나눕니까? 사랑방에서 친구 만나듯이 하나님에게 그런 이야기만 늘어놓고 하나님과의 만남을 끝냅니까? 하나님의 응답이란 것이 내 사사로운 문제들에 대한 해답뿐입니까? 그런 이야기만을 듣기 위해서 내 평생을 눈물 흘리며 주님 앞에 기도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과 나누는 말씀이 ‘아마르’에 그치면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다바르’의 말씀을 나눠야 합니다.

물론 이야기의 출발은 아마르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문제거리와 걱정거리를 하나님 앞에 내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처음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말도 그러해선 안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과 핵심은 하나님의 의지, 하나님의 뜻,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 내 안에서 내 삶으로 이루실 하나님의 계획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모세처럼 지금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 차서 하나님의 뜻으로 인해서 그의 삶이 빛이 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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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9절 마지막 말씀을 보면, 모세가 자기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것을 스스로 모릅니다. 진짜 영광은 자기 스스로 몰라야 영광입니다. 그래서 자랑할 수 없어야 합니다. 영광이 드러나는 것을 신경 쓰지도 못해야 합니다. 다만 그 영광을 나도 모르게 세상에 보여줄 뿐이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진짜 빛나는 사람입니다. 모세는 지금 하나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틈조차 없습니다. ‘이 하나님의 마음을 어떻게 실현하고 어떻게 실행하고 어떻게 내가 내 마음에 품어낼까?’ 다른 생각은 그의 영 안에 뚫고 들어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빛이 나는 사람 곁에는 다른 사람들이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합니다. 30절 말씀을 보니까 사람들이 모세 곁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거룩함은 두려움입니다. ‘경외’라고 표현하는 그런 두려움말입니다.

존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의 기운입니다. 나랑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사람인데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은 나랑은 좀 달라보이는 두려움입니다. 그 존재 안에 단단한 기운이 있어서 이상하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다른 차원을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으로 가득찬 사람에게서 뿜여져나오는 두려움입니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득 채우고 살면, 세상 것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이 뭐라 하든 간에 하나님이 나에게 일러주신 그 말씀을 믿고 그 말씀을 붙들고 묵묵하게 그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옆에서 바라보면, 두렵고 경외스럽습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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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절의 말씀을 보니까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것 같아 보입니다. 모세가 드디어 자기의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모세는 어떻게 합니까? 자기의 얼굴에서 거룩한 빛이 나는 것을 그 놀라운 거룩한 현실 앞에서 모세가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 모세는 자기 얼굴을 수건으로 가립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 얼굴에서 영광이 드러나고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으면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해서든 알리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자랑하고 떠벌리겠지요. 그런데 모세는 조용히 자기 얼굴을 가립니다.

세상에서는 하나님이 나에게 역사하시고 하나님이 나에게 능력 주시고 하나님이 나에게서 일하시는 것을 권력처럼 이용합니다. 이익을 얻으려 합니다. 계급장처럼 다른 이들을 위해 군림하려고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성경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자기 기도 잘하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하고, 틈만 나면 마이크를 잡으려 합니다. 어쩌다가 봉사라도 한번 했다치면 내가 이런 일 했다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신앙생활이 몇 년인데?’ 하고서 텃세를 부립니다.

우리는 조용한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존재감 없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한 사람들 말입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그 얼굴에서 빛이 나지만 그 빛이 새어나지 않도록 가릴 줄 아는 사람, 그러나 커다란 존재감으로 두려움을 주는 사람, 겸손에 겸손을 더하는 사람. 우리가 그런 사람 되어야 합니다.

진짜 거룩함은 감출 때 더 큰 빛이 납니다. 모세가 빛나는 자기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니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 했을까요? ‘야, 이제 모세도 얼굴에서 빛이 안 나겠구나’ 하고서 모세의 얼굴에서 빛나던 것을 다 잊어버렸을까요? ‘모세도 이제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모세를 쉽게 여겼을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모세가 수건 뒤에 감추고 있는 그 빛을 두려워하고 부러워하고 그 앞에서 공손해지고, 겸손해지고, 그렇게 빛이 나는데도 감추고 있는 모세를 더욱 경청하게 되고 모세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더욱더 모세를 존경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그런 모세의 하나님을 더욱 경외하며 더욱 열심히 그 하나님을 알고 그 하나님을 믿고 섬기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우리의 삶을 모세처럼 수건으로 가리고 그렇게 우리 얼굴에 빛을 감추면 정작 드러나게 되는 것은 하나님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을 빛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으로 우리를 빛나게 해주시는데, 우리를 빛나게 해 주신 다음에 우리가 우리의 빛을 감출 때, 하나님이 밝히 빛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이 교회력으로 창조절 마지막 주일인데, 가톨릭에서는 오늘 주일을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지킵니다. 교회력의 시작은 대림절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다고 선포를 하고, 성탄하시고, 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고난받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셔서, 성령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그 일생이 1년 동안 교회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통치하시는 예수님의 통치의 마지막 아름다운 완성이 오늘 창조절의 마지막 주일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일생이 얼마나 빛이 납니까?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훌륭합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철저하게 그 빛을 가리십니다. 예수님의 이 세상 통치의 완성은, 그럴듯하게 멋지게 통치해서 온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우러러보고 ‘야, 예수님이 왕이구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모든 영광의 빛을 스스로 감추고 오직 하나님만 드러나게 하심으로써 그 통치를 완성하십니다. 자신에게서 나는 거룩한 빛을 철저하게 가리십니다. 마지막 십자가에 오르시기까지 그 비천한 그 모멸감의 십자가를 뒤집어쓰시면서까지 자기의 빛을 가립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만천하에 빛나게 하십니다.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범입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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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빛이 나는 사람들, 하나님을 만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 차서 온통 하나님만 생각하는 그래서 내 존재가 빛이 나고 내 존재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경외한 경외스러운 존재가 되는 사람들, 그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오늘 32절의 말씀 “모세는 주님께서 시내산에서 자기에게 하신 말씀하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명하였다.” 이 말씀이 하나님으로 빛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첫째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삶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들려주신 말씀은, 나라고 하는 한 개인에게 ‘너만 들어라. 조용히 너만 알고 있어’ 하시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말씀의 통로로 삼아서 온 세상을 향해서 선포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 말씀을 받아서 온 세상에 전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말씀이 공중에 흩어지듯이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직접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웬일인지 하나님은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으시고, 항상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서 말씀을 전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난 우리는 말씀을 맡은 자로써의 임무를 항상 띠게 됩니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세상에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씀을 받아 들고 있는 우리가 그 말씀을 전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셈입니다.

그럼 무엇을 말해야 됩니까? ‘하나님께 들은 모든 것’을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가감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드는 것만 이야기하고 마음에 드는 들지 않는 것은 제쳐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성경 말씀을 탐구해야 합니다. 읽고 들어야 합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공부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깨닫게 된 말씀을 누구에게 전합니까? ‘그들에게 전한다’라고 말하는데요. 그들이 누굽니까? 32절 앞부분에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라고 말합니다. 요나 선지자가 왜 니느웨로 가지 않았나요?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싫었습니다. 그들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하나님의 평화를 함께 이루는데 있어서, 혹시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맘에 드는 사람에게만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한테만 말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라 하십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 나를 구박하는 사람, 심지어 원수에게라도! 그를 구원할 수 있는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해야 합니다. 말씀의 전달은 단순한 전달이 아닙니다. ‘나는 전달해 줬으니까 말씀을 지키든지 말든지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말씀으로 명령하라’는 것입니다. 믿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마지막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임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온 세상에 강권하여 말씀대로 살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을 주시고, 그 말씀으로 우리의 존재가 빛나게 하시고, 그렇게 빛나는 존재로써 이 세상 사람들 위에 우뚝 서게 하신 뜻입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얼굴에서 빛이 났다는 사실은 이렇게나 엄청난 일입니다. 그저 멋지고 그저 부럽고 그저 훌륭하게만 보이는 일이 아닙니다. 그 뒤에 맡아 해야 할 무겁고도 무서운 임무가, 그러나 매우 복된 임무가 주어진 사람입니다. 우리 생명교우 모두가 얼굴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 존재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 그러나 그 빛을 겸손히 가리우는 사람들, 그래서 하나님을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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