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나라의 출발은 살아 움직이는 땅에 떨어진 겨자씨와 같다. ⓒGetty Images

‘가장 작은 겨자씨가 큰 나무로 자라는 것’(一卽一切  一切卽一, 신심명)처럼 ‘내면에 있는 신성의 씨앗’(참나)이 깨어난 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을 제공하는 천국의 삶을 누리게 된다. 천국이 겨자씨처럼 작다는 것은 이원적인 겉사람(거짓 나)에 의해 가려져 있으면서 모든 곳에 편재(遍在)하는 비이원적인 속사람(참나)의 생명을 말한다. 아주 작은 출발로 생명(겨자씨)의 잠재성을 깨닫게 되면 풍성한 결실을 맺고(마 13:23), 무한한 능력과 지혜 그리고 사랑이 드러나게 된다. 천국은 지금 여기 삼라만상 중에 숨쉬는 생명의 작용이며, 각자의 내면에 이미 실재하고 있다(눅 17:21).

살아 움직이는 땅은 하나의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의 마음이며, 불교적으로는 발심(發心)을 일으킨 선남선녀(善男善女)의 마음이다. 우리는 ‘내면의 겨자씨’(참나)를 자각함으로 ‘장자의 붕새’처럼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 때 정신과 물질, 영과 육체, 신과 자연 등을 분별하는 이원성의 허상(ego)을 소멸하고, 겉으로는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근본은 둘이 아닌 생명의 실상을 자각한다(異而不二). 정신과 물질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E=mc²)처럼 에너지가 주어진 정황에서는 질량이듯이, 정신도 또한 어떤 정황에서는 물질이 된다.

본래 상태인 천국의 회복은 너와 나, 주와 객 등의 이원적 분별심(ego)을 초월한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생명(참나), 즉 다시 태어남인 부활(One)을 가리킨다. 새 생명(참나)의 부활을 예수는 “내가 온 것은 물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고, 부처는 “온갖 나쁜 일을 하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두루하며, 스스로 자기의 우주적 마음(참나)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圓覺經)고, 맹자는 “마음(참나)은 사람의 신명(神明)이니 모든 원리를 갖추고 온갖 일에 대응한다”(孟子集註)고 하였다.

힌두교의 경전인 우파니샤드에서는 “내 속에 있는 영(靈)인 아트만(참나)은 쌀알보다도, 보리알보다도 … 작으며 또한 땅보다, 대공(大空)보다, 천상보다 혹은 이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실재하는 것은 오직 아트만(참나)뿐이라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세상 사람들은 방이 쓸모 있는 줄은 알지만, 문과 창의 가운데가 비어 있어서 방이 유용하게 된 줄 모른다”(도덕경 11장)고 하였다. 천지가 형태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은 천지의 유용함을 알지만, 모양이 없는 도(참나)로 말미암아 천지의 쓰임새가 있게 된 줄은 모른다는 것이다(有無相生). 무한한 도(道, 참나)는 영욕(榮辱), 미추(美醜), 진위(眞僞) 등의 분별없이 모든 것을 수용하지만, 우리는 현상을 나누어 보는 까닭에 분별 망상하는 마음이 생긴다(대승기신론).

바울은 이원론적 사유를 하는 육체의 ‘나’(거짓 나)를 소멸하고, 둘이 아닌 생명의 씨앗인 그리스도의 ‘나’(참나)를 회복하였기에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고 하였다. 그의 인생은 이원성의 옛사람(거짓 나)이기 보다는 비이원성의 새사람(참나)으로 새롭게 전환된 것이다(골 3:9-10). 보리달마가 ‘진리는 자기 자신의 외부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고 한 것처럼 구원(천국)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겨자씨인 불성(참나) 깨달음이다(一切衆生 悉有佛性, 롬 1:20).

따라서 육(肉)의 ‘나’(거짓 나)를 소멸하고 ‘실재하는 것은 오직 신성(참나)뿐이다’는 진리를 깨달은 자(One)는 생명 작용의 겨자씨와 같이 천국의 풍성한 결실을 맺으며, 그리스도의 '나'(참나)가 왕으로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요 18:37). 우리가 내면에 있는 만능(萬能)의 겨자씨(참나)를 믿고, 갈고, 닦는 수행으로 하나(One)가 되면 항상 기뻐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밝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또한 분별하는 사유의 노예가 된 서구 신학을 벗어나 무분별의 동양신학(陰陽論)으로 온전한 천국의 삶을 누리게 된다. 최근 서구에서는 자기들의 이원론적인 사고 방식의 한계 상황을 벗기 위하여 비이원론적인 동양 사상 특히 불교 사상, 선(禪), 기(氣) 철학 등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구자만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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