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카페> (1888, 9, 캔버스에 유채, 72.4×92.1cm, 예일대 미술관, 뉴 헤이븐)

빈센트는 5월 1일에 노란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카렐 호텔에서처럼 투숙객들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사생활이 보호받을 뿐만 아니라 작업하기에 넉넉한 공간이 허락되었으니 빈센트는 득의한 기분이었다. 1층은 작업실과 주방으로 꾸몄다.

그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식사보다 중요했다. 음식이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절제된 욕망의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였는지 주방은 점점 작업실로부터 침범당하여 좁아졌다. 빈센트게 미술은 구도자의 수행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먹기 위해 살지 않았다.

이 무렵 빈센트는 마음에 드는 여성과 가정을 이루는 문제에 대하여서 마음을 접은 듯하다.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예술 동료들과 함께 살면서 창작에 전념하는 일이다. 대부분 가난한 화가로서는 생활비가 절약되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선의의 경쟁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꿈같은 일은 고갱을 통하여 무너졌다. 빈센트는 아방가르드 한 고갱의 그림을 좋아했으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뜻이 같고 마음이 통한다고 누구와도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 사도 바울과 바나바도 갈라지지 않았던가?

빈센트가 노란 집에 이사한 날부터 그곳에서 잠을 자지는 않았다. 생활 도구가 갖추어지지 않았고 침대를 마련할 돈도 없었다. 광장에 있는 카페 드 라 가르에서 잠을 자는 일이 많았다. 드 라 가르는 밤새 영업하는 카페였다. 그 광경을 빈센트가 <밤의 카페>(1888. 9)에 담았다.

카페의 벽은 포도주색이고 바닥은 노란색이고 천정은 밝은 파란 색이다. 가운데에는 녹색의 당구대가 있고 흰옷을 입은 주인 ‘지노’가 서 있다. 왼쪽 구석에는 포도주를 마시는 한 쌍의 남녀가 보인다. 사랑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법, 카페는 밀회의 장소이기도 하였다.

그 옆에는 남자가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다. 탁자에는 조금 전까지 손님들이 마시던 포도주와 잔들이 널려있다. 오른쪽에도 두 사람의 남자가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는데 밀짚모자를 쓰고 잠든 이가 빈센트인 듯하다.

환한 전등 아래에서도 깊이 잠든 것을 보아 낮의 고단함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걸려있는 시계 바늘이 밤 12시 10분을 가르키고 있다. 깊은 밤인데 왜 카페 안의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고 있을까?

밤이 깊어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마저 없다면 절망하는 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 드 라 가르는 영혼의 고향이다.

최광열(기독교미술연구소 연구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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