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cture of the Jacob’s Ladder」 in the original Luther Bibles (1534 혹은 1545) ⓒWikipedia

야곱은 말년의 그가 파라오 앞에서 했던 말처럼 험난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비록 그런 인생이 형의 축복을 가로채는 등 야곱 자신에게서 초래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는 숱한 난관들을 헤치며 살았습니다. 형의 위협을 피해 돌아올 기약도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고, 피신해 간 삼촌집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다시피 하다 참다못해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와 형과 화해를 했지만 여전히 형에게 거리를 두고 객지 생활을 계속했으며, 나중에는 다른 자식들에게 속아 그가 아끼는 요셉이 죽은 줄만 알고 비통한 세월을 오래도록 보내기도 했습니다.

비록 잘못된 방식으로 아버지의 축복을 받았지만, 그의 삶은 축복받은 자의 삶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도망자가 되고 종이 되고, 가족 간의 일로 슬픔과 고통을 당했습니다.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인 그의 행동에 뒤따른 결과였다고 가혹하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처음 피난길에 오른 그에게 하나님은 환상을 통해 그와 언제나 함께하시고 그를 지켜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와 그의 자손들이 복을 받고 그가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야곱이 자격이 있어서 그 약속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은 비록 그가 허물이 있지만 그에게 주어진 축복을 무효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에게서 시작되고 이삭을 거친 하나님의 약속이 야곱에게서 계속되게 해주셨습니다.

얼핏 보면 난관의 연속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그 약속을 조금씩 이루어 가셨습니다. 분명 어려움이 많았지만 하나님은 야곱과 함께하시며 그를 지켜 주셨습니다. 야곱 편에서도 벧엘에서 경험한 감격과 놀라움은 그 많은 어려움을 헤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축복을 받았지만 그 축복의 울타리를 떠나 도망자 신세가 된 야곱은, 그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여전히 자신이 그 축복 속에,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벧엘 경험이 결코 평탄지 못한 삶 속에서도 그를 복 있는 자가 되게 했고, 후에 라반도 그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자로 인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 무얼 하시는가 물을 수 있는 우리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를 수 있고 체념할 때도 있지만,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과 함께하신 그 하나님이 우리 곁에 계시며 그의 약속의 미래로 우리를 이끌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벧엘 경험과 그 감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어려움 속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기를 빕니다.

예수께서는 에베소 교회를 향해 이 교회가 처음 사랑을 버렸다고 질책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이 촛대를 옮겨 더 이상 이 교회가 교회가 아니게 될 수 있는 심각한 잘못임을 일러 주십니다. 에베소 교회는 예수를 위해 수고하고 인내하고 교회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며 교회의 정통성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그런 중에 교회가 교회 되게 하는 것, 곧 서로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밖으로 확장하고 그로써 하나님 안에 있게 된다는 것을 에베소 교회는 잊은 것 같습니다.

교회는 그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의해 존재합니다. 자격 없는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하나님의 그 사랑이 그것을 일깨우고 우리의 교회를 새롭게 세울 것입니다. 그 처음 사랑이, 우리의 벧엘 경험이 험난하고 막막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삶의 동력이 되기를 빕니다. 여전히 우리가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 있으며 하나님의 역사가 그 모든 저항을 거슬러 앞으로 전진하고 있음을 볼 수 있기를 빕니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우리가 사랑과 희망과 연대로 그 역사에 끝까지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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