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열매는 성과와는 다른 것이다. ⓒGetty Images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지금 여기 나 있는 곳에 함께 계신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하늘의 크신 은혜와 평화를 가득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앞으로 7주간, ‘진리의 빛을 따르다’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열매로 밝혀지는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은혜 나누겠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한 인격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기 때문에 그분에 대한 믿음은 신념과 이념의 차원을 뛰어넘는 의미와 가치를 지닙니다. 예를 들면, ‘사랑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야’라고 믿는 게 신념과 이념의 차원입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신념이 아무리 확고해도 실제로 그 사랑을 경험하거나 실현할 수 없다면, 결국 그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체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저 사랑에 대한 신념을 가르치신 분이 아니라 우리를 실제로 전인적으로 사랑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저분은 사랑이 많으신 분이야’라는 판단과 생각 때문이 아닙니다. 실제로 예수님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랑에 잇대어 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관계를 맺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는다는 것은 다는 것은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당신과의 친밀한 관계 속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밝히시는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우리와의 관계 형성을 의도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일곱 가지 자기 선언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가리켜, “나는 생명의 떡이다”(요 6:35)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선언은 떡을 먹듯 예수님을 생명의 떡으로 취하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에게 그저 내 배를 채울 떡, 손에 쥘 떡을 얻어 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분 자신을 통째로 취하여 내 삶의 중심에 모시라는 의미입니다. 그분의 인격과 삶을 취해 내 인격과 삶에 반영하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또 당신 자신을 가리켜,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 8:12)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사물에 대한 지각은 사물에 반사된 빛 자극을 기반으로 합니다. 지각은 빛에 의존되어 있습니다. 외부 사물은 태양 빛을 의지하여 지각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내면, 우리 삶의 내적 차원은 무엇을 의지하여 인식해야 합니까?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의지하여 우리의 속살을 보고 우리 삶의 깊이를 살피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우리 삶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의미의 층위들에 무지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우리 내면의 등불로 삼으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는 양의 문이다”(요 10:7), “나는 선한 목자다”(요 10:11)라고 선언하셨을 때 이것도 역시 관계 지향적 표현입니다. 우리가 양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다면, 예수님이 양같은 우리를 곁에서 가까이 지키시고 돌보시는 분이심을 인정하고 우리도 그분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선언입니다. 주님을 멀리한 채 우리 안전을 꾀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택했던 삶의 전략이 우리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주님께로 걸음을 옮겨야 주님의 보호 아래 온전히 살 수 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요 11:25),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 14:6)는 예수님의 자기 선언도 당신을 매개로, 당신을 의지하여 생명, 곧 참되고 온전하고 풍요한 삶을 누리라는 초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수님의 마지막 자기 선언, 곧 “나는 참 포도나무다”(요 15:1)라는 선언이야말로 당신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 그 자체, 당신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삶 그 자체를 가장 선명하게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선언은 예수님과 우리의 친밀한 관계의 본질적 특성이 ‘열매’에 있다는 사실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참포도나무요, 우리는 그분의 가지’라는 이 비유를 우리는 이렇게 풀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 의존되어 있기에, 항상 그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긴밀한 연결로 인해서 우리는 예수님이 의도하시는 열매를 맺게 된다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이 마지막 자기 선언에서 하나님 아버지를 농부로 비유하셨습니다. 농부가 풍성한 수확을 위해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의 상태를 살피고 관리하듯, 하나님은 우리가 예수님과 친밀하고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길 원하시고, 또 그 관계 형성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비유에 의하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열매 맺지 못하는 가지는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상하지 않도록 돌보시는 일입니다(요 15:2). 하나님은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차원으로 머물지 않도록 도우십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돌이키시려 때로 경고도 하시고, 설득도 하십니다. 고난의 여정 속에서 깨닫게도 하십니다. 동시에 포도나무 가지에서 포도 열매가 맺히듯 우리가 예수님과의 접합 속에서 예수님의 성품과 삶의 열매를 자아내도록 이끄십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열매가 곧 우리 신앙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핵심 근거이자, 우리 신앙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지향하는 진정한 신앙인지 아닌지, 성숙한 신앙인지 아닌지를 가늠해 보려면, 우리의 신앙이 과연 무슨 열매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열매는 물론 돈처럼 우리 손에 쥘 수 있는 형태의 것이 아닙니다. 자본의 증식, 지위나 권력의 상승처럼 가시적 성과와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 열매는 우리 인격과 삶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서 아름다운 삶의 덕이 나타나고 경험되는 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열매가 사도바울이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서 성령의 열매로 꼽은 미덕들입니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덕과 관련된 열매를 이야기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열매를 맺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라,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런 실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덕의 열매는 본질적으로 우리 안에 성령으로 내주하시는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주님이 우리 안에 역사하셔서 우리의 내면의 토대와 조건을 변화시켜 주셔야 비로소 그 덕의 온전한 실천이 가능해지는 법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열매는 외적 열매가 아닙니다. 예수님과 가까워졌다고 해서 당장 우리의 생활 형편,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이나 괴로움이 한 순간에 증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성취가 수월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매사가 다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변화는 예수님과 관계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변화라 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 변화는 우리의 내적 변화, 곧 인식과 태도의 변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의 변화, 존재방식의 변화, 삶에 대한 대응방식의 변화, 타인과의 관계방식의 변화 등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이렇게 고백했다면 근본적 변화가 맞습니다. “나는 예전에도 가난했고, 지금도 여전히 가난합니다. 하지만 예수 믿기 전에 나에게 가난은 그저 저주였지만, 예수 믿고 난 후 지금 나에게 가난은 그저 불편함일 뿐입니다. 가난해도 얼마든지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족스럽게 살 자신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나름 열심히 예수를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이런 류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가 예수님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예수님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며 예수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예수님과 실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종교적 열심이 아닙니다. 형식적 종교 생활도 아닙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예수님과 늘 내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전적으로 의존되어 있다고 진실로 믿는다면, 예수님께 늘 내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과 내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와 관련해 예수님은 15장 4절에서 “나의 안에 거하라”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마음껏 당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그분께 온전히 내어 맡기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주님께 내어 맡긴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삶의 순간 순간 잠시라도 주님 앞에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편 46편 10절,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의 말씀을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운동 선수들이 시합 직전 잠시 가만히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듯, 분주한 삶의 한복판에서 순간 순간 잠시라도 가만히 멈춰 주님을 의식하는 걸 의미합니다.

주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긴다는 것은 더 나아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취했던 생각과 전략적 행동들을 잠시 보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꼭 그렇게 생각하고, 꼭 그렇게 행동하지 않더라도 주님 때문에 나는 이미 안전하고 괜찮다’고 되뇌이면서 주님의 임재하심을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사무엘상 24장에서 다윗은 자기를 해하려고 군대를 동원해 집요하게 뒤좇던 사울 왕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사울 왕을 죽이면, 더 이상 도망다니지 않아도 돼고, 곧장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의 세력을 규합해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왜 안 들었겠습니까? 하지만 다윗은 꼭 그렇게 왕을 살해하는 무리수를 쓰지 않더라도, 내 힘과 권력을 과신하거나 의지하지 않더라도 주님께서 나를 지켜주실 것이고 때가 되면 약속하신 그대로 나를 왕위에 오르게 할 것임을 믿고 자기 생각과 전략을 보류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택한 다양한 삶의 전략들은 분명 우리 삶의 환경과 여정에서 우리가 취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나름의 최선의 방편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살아온 충분한 사연과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삶을 우리 자신보다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지켜보셨던 주님을 몰랐을 때 취한 것들일 뿐입니다. 그 주님을 의지하는 법을 깨닫지 못했을 때 택한 것들일 뿐입니다. 악착같이 살 줄만 알았지, 주님 품 안에 살 생각은 못했을 때 반복한 전략들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려면 우리 삶의 전략들을 보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의 안에 거하라”는 말씀은 둘째,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님과 함께 맞이하고 주님과 함께 대응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주님께서 먼저 예견하신 일이고, 주님께서 먼저 포착하신 일들입니다. 주님께서 먼저 허용하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동시에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얼마든지 통제하실 수 있는 일들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주님의 선하신 손 안에, 주님의 의롭고 자비하신 통치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우리가 주님께 깨어 있는 태도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부드럽게 대응해도 됩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든 내 힘으로 피하거나 막아보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주님의 선하신 손을 의지하면서 맞이하고 주님의 통치를 의도하고 기다리는 자세로 차분히 대응하면 됩니다.

“나의 안에 거하라”는 말씀은 셋째, 그분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에 온전히 순복하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15장 7절에서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말씀하십니다. 주님 안에 거한다는 것과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역동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원하고 구상하고 전략을 짜고 실행할 때 그 모든 행위가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게 하려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기초로 그 방향을 정하고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진실로 그렇게 행한다면, 하나님께서 그 결과를 반드시 책임지실 것이라 확언하십니다. 또한 15장 8절에서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뻐하실 것이고, 그 결과가 결국 우리에게도 유익이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 곧 예수님의 사람으로 더욱 굳게 서게 될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 예수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품 안에 안겨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예수님이 의도하시는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 삶에 예수님이 일으키시는 삶의 근본적 변화가 나타납니다. 열매로 우리 신앙을 점검합시다. 열매 있는 진정한 신앙을 시작합시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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