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삶의 가치를 가르쳐 주신 예수 ⓒGetty Images

예수의 이 말씀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더 큰 것 같은가를 다투는 24-30절의 문맥에서는 조금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24절의 질문은 27절에서 짧은 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그 사이에 있는 25-26절이 그 질문과 대답을 분리시키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말하자면 27절의 질문은 25-26절 때문에 끊어진 문맥을 다시 잇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25-26절은 28-30절에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의 본문 상황에서 27절은 26b절과 섬기는 자,  시중드는 자라는 뜻의 말(διακονῶν 디아코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7절은 26절의 그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예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군림하고 전리품이나 생일선물을 나눠주고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세합니다. 채찍과 당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권력자들의 모습을 들춰내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렇지 않다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권력자들과 비교되다니, 어안이 벙벙할 것 같습니다. 권력자란 말 대신 제자들이 하는 말을 차용하여 예수께서는 더 큰 자는 더 어린 자 같고, 지도자 내지 다스리는 자는 섬기는 자 또는 시중드는 자 같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한 더 큰 자는 아니겠지만, 예수께서는 어느 한 사람에게 더 큰 자를 약속하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더 큰 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깨우치십니다. 그리고는 28절 이하에서 그들 모두에게 보좌에 앉아 심판하는 것을 약속하십니다.

제자들의 모자라 보이는 행태에도 이를 탓하기 보다 길을 가르치시는 예수입니다. 이 모습에서 27절의 말씀이 의미하는 것의 일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섬기는 자 또는 시중드는 자로 있다는 것은 단순히 돕는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모자람을 보충하는 것, 약한 자와 연대하는 것, 강한 자로부터의 보호막이 되는 것, 위기로부터 구조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식탁에서 앉아 있는 자가 일반적으로 ‘더 큰 자’이고 시중을 받는 자이지만, 여기서는 앉아 있어야 할 이가 시중들고, 시중들어야 하는 자가 앉아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일반적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일상이 ‘됩니다’.

세상의 질서와 다른 질서가 주님 안에서 이렇게 세워져 갑니다. 사도들에게 맡겨진 ‘말씀 디아코니아’가 그 질서는 이미 와있다고 증언한다면, ‘나눔 디아코니아’(행 6,1)는 그 질서를 실천을 통해 보여줍니다. 말씀 디아코니아는 나눔 디아코니아로 몸을 입고, 나눔 디아코니아는 말씀 디아코니아로 영을 입습니다. 새로운 질서의 두 축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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