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Tissot, 「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 (Brooklyn Museum) ⓒWikipedia

사람의 운명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바뀌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예가 우연한(?) 만남입니다. 깨달음의 과정이 꼭 수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만남이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깨달음으로 삶의 방향전환이 일어납니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이 예수를 만났을 때 이러한 전환이 극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예수께 몰려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 그는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계셨습니다. 그때 호숫가에 대어 있는 두 척의 배에서 어부들이 내려 그물을 씻고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는 배에 올라 배를 육지에서 조금 떼게 하시고 배 위에서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참으로 멋진 장면입니다. 어부들은 아마도 무리들을 보고 압도되어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예수의 말대로 배를 내주었을 것입니다. 가까이 배 안에서 무리를 향한 예수의 가르침을 듣는다는 것은 감동이었을 것입니다.

말씀을 마치신 예수께서 난데 없이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하십니다. 빈그물을 보신 때문일 텐데, 배삯을 생각하신 것일까요? 밤새 시달렸어도 빈그물만 올린 시몬이었지만, 그는 예수의 말대로 하기로 합니다.

그의 말씀에 힘을 얻고 힘을 냅니다. 상상 이상의 수확을 올린 그는 기쁨보다는 전혀 다른 감정이 앞섰습니다. 숭고함의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서적으로는 거룩함의 경험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은 한없이 작아지고 상대에게 사로잡히는 느낌이고 깨달음입니다.

모두 놀랐다는 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공통적인 경험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경험 때문에 시몬은 예수 앞에 엎드려 자신은 죄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일 수 없기에 떠나달라고 합니다. 예수와의 이 만남 경험으로 그는 예수가 그의 곁에 있지 않아도 예수와의 내적인 관계를 평생 이어갈 수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를 그 상태에 머물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에게 ‘무서워 말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말로는 잘 구별되지 않지만, 공포 때문에 하시는 것이 아니라 경이로운 사건들을 접했을 때의 놀라움과 떨림과 ‘두려움’ 때문에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사야 6장에서 이사야가 하나님 경험을 했을 때의 감정상태와 같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으로 시몬을 평상심으로 돌아오게 하십니다. 그리고 약속하십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라고. 시몬은 더 이상 고기 잡는 어부일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으로 그를 새로운 삶의 장으로 이끌어내십니다. 시몬과 그의 동료들은 모두 그 장에 투신합니다. 예수에 대한 그 경험과 감동과 감정이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했습니다.

사람을 낚는다는 것은 전도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과 같은 경험이 일어나고 삶의 방향 전환이 일어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에 부합하는 삶으로의 전환입니다. 말씀에 의해 길러지고 열매 맺는 삶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을 ‘낚는’ 예수의 사역이 계속됩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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