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환 목사 공대위가 개최한 긴급 좌담회는 한국 교회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대해 다각적인 원인 분석을 시도했다. ⓒ홍인식

‘성소수자 환대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긴급 좌담회가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12일(화) 오후 7-9시까지 창비 서교빌딩 지하 B200홀에서 열렸다.

좌담회는 사회자의 “앞으로의 싸움을 확대하고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곧이어 신하나 변호사(이동환 변호인단)의 재판 경과보고와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의 “개신교 내 혐오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이동환 목사의 싸움을 왜 주목해야 하는가?”의 발제가 이어졌다. 발제 후에는 박제민(그리스도인), 심에스더(성교육 강사), 심기용(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운영위원)과 혜인(영광제일교회)님들이 참여한 “이것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의 대담이 계속되었다.

이동환 목사나 감리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번 좌담회는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 목사를 상대로 4년 동안 재판을 이어오다가 지난 4일 최종 출교 결정을 한 이후 개최한 것이라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공대위는 “이동환 목사를 향한 이 불의하고 집요한 괴롭힘은 ‘이동환’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며, 이는 감리회 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신앙의 이름으로 혐오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환대하려는 신앙과 목회 활동을 ‘죄’로 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현상은 ‘교회’만의 문제를 넘어서서 공교육, 입법, 시민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혐오하는 신앙의 언어가 과잉대표되어 공론장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이 목사의 출교 사건은 이 목사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교회 문제이며, 신앙적 질문이며,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이번 좌담회를 통해 “이동환 목사 재판 경과를 공유하고 개신교 내에 혐오와 차별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왜 이 싸움에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개신교 내 혐오와 차별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고 간담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먼저 신 변호사는 “2024년 출교재판에서 기소절차에 중대한 하자를 보였다”며 무엇보다도 “이미 종결된 동일한 사건으로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항의했으나, “경기연회는 동일사건으로 재기소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은 심각한 여러 절차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 목사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고 결국 출교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 목사 측은 상소했고 총회 재판위원회는 상소를 기각함으로써 출교판결을 확정했다며 보고를 마무리했다.

성소수자 혐오, 제10차 WCC부산총회가 한 원인이었다

보고에 이어 김혜령 교수는 “개신교 내 혐오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혐오자는 혐오 대상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 특징”이라며 “혐오자는 자신의 혐오행위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혐오는 결국 “도덕 감정으로 둔갑해 작동하기도 한다”며, 특히 성소수자의 혐오구별을 위한 잣대로 ▲ 존재자체에 대한 부정, ▲ 관용적 허용, ▲ 질서유지의 최우선성과, ▲ 신체 반응 동반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 통계”를 인용해 “개신교가 가장 높은 혐오적 사고를 보이기는 했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경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고 소개해 한 가닥 희망을 남겨두기도 했다. 그렇기에 “개신교를 혐오집단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왜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개신교 내의 성소수자 혐오가 힘을 갖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김 교수는 제10차 WCC 부산 총회를 언급하며 역사적 원인을 분석했다. 개최국인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 특히 북미 유럽권의 교회들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포용과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보수 교회를 중심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모습을 상기시켰다. 특히 재정적 지원의 문제와 더불어 “부산 총회 준비 위원회가 보수화” 되었고 따라서 “생명의 하느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라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음으로 이들의 존재를 지우는 방향으로 나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후 “교단별 동성애 금지 및 동조차별 관련 조항이 신설되고 실제 적용함으로 혐오적 모습을 강하게 지니게 되었다”고 짚었다. 근대적 사고 체제에 갇힘으로서 동시대성을 상실한 개신교의 모습을 언급하며, “현재 한국 개신교는 반지성적 사고, 정교분리원칙 위에 세워진 현대 국가 몰이해와 교회 권력의 사유화로 교회와 교단의 합리적 의사 결정체제가 붕괴되어 혐오세력이 교단을 장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 김혜령 교수는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의 역사적 근원을 분석하며 그 연원을 제10차 WCC부산총회에서 찾아 이목을 끌었다. ⓒ홍인식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똘똘 뭉쳐 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예정 위원장은 “우리가 이동환 목사의 투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목사의 재판을 보면서 “이 재판이 어느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문제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 목사에게 4년 동안 발생한 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의 과정을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의 어려움, 학생 인권조례 폐지와 인권교육의 퇴행 등에 찾았다. 심지어 혐오자들이 성평등 도서에 대한 유해판정을 시도해 각 지역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에게 개방하지 못하도록 행동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차별금지법을 철회시킨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이들의 행보는 결코 우스운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 어떤 세력보다 똘똘 뭉쳐있고 전 지역에 퍼져 있으며 신념으로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혼자 가기에는 누구에게라도 과도하게 무거운 일”이라며 “이 국면을 바꾸어내는 것은 내가 이동환 목사의 옆에 서겠다는 많은 이들이 옆에 설 때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혐오세력과의 싸움에서 인권과 시민의식이 승리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철회 사태 이후의 평등세상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모두 함께 평등세상으로 넘어가는 상징이 되자.”고 촉구했다.

한국 교회 성소수자 혐오가 오히려 관심 갖게 했다

발제 이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한 질문자의 “이 목사에 대한 변론에서 이 목사가 동성애를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 조금 안타깝다.”는 지적에 신 변호사는 “동성애에 대하여 동조 혹은 찬성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의 진행한 변론”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질문자는 “동성애로 인한 재판이 흔한 것인가”는 질문에 신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교회 재판에서 가장 흔한 것은 목회자의 성 관련 불륜의 문제와 횡령 등 재산에 관련된 문제”라고 답변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질의응답에 이어 박제민(그리스도인), 심에스더(성교육 강사), 심기용(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운영위원)과 혜인(영광제일교회) 님 등이 참여한 “이것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에 대한 대담이 이어졌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어떻게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심 위원은 “한국 성소수자의 97%가 한국은 성서수자가 살기 좋지 않은 나라다.”라는 통계를 소개하며 “이런 상황에서 축복기도를 할 수 있었던 이 목사에게 감사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대담자들은 한결 같이 한국 교회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의 자세를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다른 한편 대담자들은 한국 교회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혜롭고 부드러운 접근 방법의 개발도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 발제 후에 가진 대담에서 대담자들은 한국교회의 혐오 현상에 대해 경악했다. ⓒ홍인식

악한 선례 남기고 싶지 않아 사회재판에 나섰다

좌담회 끝 무렵에 이동환 목사는 복직 투쟁에 대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실 감리교 목사로 반드시 복귀해야 한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리교 목사라는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복직 투쟁을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어쩌면 사회 재판이 잘 되어서  몇 년 후에 복직을 하게 되더라도 교회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면 또 다시 고발과 재판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아마 두 번째 출교를 당하게 될 지도 모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럼에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이것이 개신교 내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는 성소수자를 환대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파문 당한 사건이며 이것이 감리교회와 한국교회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것은 지금 보이는 것보다 앞으로 훨씬 더 크고 집요할 것이며 그래서 이를 바로잡는 일은 한국 교회를 이렇게 만들어 온 구성원 중에 한 명으로서 가지는 일말의 책임감이기도 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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