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한 청지기의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Getty Images

주일예배에 참여하신 한성교회 모든 성도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가까이해 주시고 한없는 은혜와 사랑으로 채워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돌이켜 행하는 신앙’ 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쓸 것보다 쓸 데가 먼저다’ 이런 제목으로 말씀의 은혜 나누겠습니다.

오늘은 성찰적 질문으로 말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면에서 야고보서가 관심하는 핵심 이슈인 믿음과 행함 사이의 불일치를 가장 크게 경험하시나요?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볼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가장 부끄러운 면은 무엇인가요? 예배생활에 소홀한 점이 부끄러우신가요? 기도라고 해봐야 겨우 식전 감사기도 뿐인 점이 부끄러우시던가요? 성경을 읽어야 하는데, 설교 들을 때나 잠깐 들여다보는 게 전부라서 부끄러우신가요? 아니면 주일날 교회에 나왔을 때나 잠깐 그리스도인지 주중에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이른바 선데이크리스천이라는 게 부끄러우신가요? 물론 그런 점도 부끄러워할 수 있지만, 야고보서의 견해에 따르면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우리가 진짜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세속적 욕망의 문제입니다. 본문 4절에서 야고보서 기자는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벗하기보다 하나님과 벗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세상과 벗하면 하나님과 원수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세상의 유행을 좇고, 세상의 가치 기준을 따라 사물이나 사람을 평가합니다. 세상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고, 세상이 취하고자 하는 것을 취하며 사는 데 아무런 거리낌도,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 자처하면서도 이제까지 욕망해왔던 것을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이 세상과 구별되어야 하는 핵심은 바로 욕망에 있는데, 우리가 품은 욕망이 이 세상의 욕망과 다를 바가 없을 때가 참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진짜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면서 여전히 욕심이 많습니다. ‘남들 가진 만큼은 갖고 싶고, 남들 누리는 만큼은 누리고 싶다’ 할 수 있죠. 하지만 어떤 때는 남들보다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어 합니다. 이 욕심 때문에 신앙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신앙이 아예 없었더라면, 욕심이라도 마음껏 부릴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불편한 것이죠. 욕심도 있고, 그걸 문제 삼는 신앙도 있으니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믿음의 행함 사이의 불일치가 크게 느껴지는 게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그저 욕심만 부리는 거면 비록 남들과는 다툼이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내적 갈등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면 자기 내면에서 끊임없는 다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세속적 욕망과 욕심의 문제,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쉽게 내려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내려놓기는 커녕 ‘남들처럼 돈도 잘 벌고 싶고, 출세도 하고 싶고, 이왕이면 좋은 환경에서도 살고 싶고, 존경도 받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고, 자부심도 느끼고 싶은 것 굳이 내려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 안 드십니까? ‘뭐 그 욕망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 안 드시나요?

이와 관련해 야고보서 기자는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놀랍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원하는 것 있으면 하나님께 구하세요.” 야고보서 기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님께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남들과 경쟁하는 데만 힘쓸 게 아니라 하나님께 구하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 못 가져서 괴로워하기 보다는 차라리 하나님께 구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진짜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 내면의 욕망과 욕심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꺼내 놓으라는 말 아닐까요? 없는 척 억압하거나 모르는 척 위선 떨지 말고, 그걸 나 혼자 힘으로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듯 교만하지 말고, 일단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토로하라는 말 아닐까요?

세속적 욕망이든 욕심이든 내게 있는 건 있는 것입니다. 일단은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하나님께 꺼내 놓으면 됩니다. 하나님께 이 사안을 이슈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내려놓을 생각 없는데 부끄럽게 하나님께 그런 말 어떻게 하나?’라는 태도를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욕망의 문제를 꺼내 놓아야 하나님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 법입니다. 욕망의 문제를 하나님께 꺼내 놓아야 욕망의 문제조차도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게 됩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걸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쟁취하는 데만 홀로 고군분투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도 구해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뼈빠지게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것처럼 하나님께 간절히 구해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야고보서 기자는 뭐라 말합니까?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원하는 것은 구해도 좋지만 정욕으로 쓰기 위해 구하는 것은 삼가라는 말이겠지요. 우리의 욕망과 욕심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정욕과 관련되어 있을 때입니다. 정욕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감각적 즐거움을 뜻합니다. 육신의 즐거움, 잠깐의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곧 삶의 의미와 가치, 삶의 진정한 만족과 행복과는 대비되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우리의 욕망과 욕심을 하나님께 꺼내 놓아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이슈화시켜야 진짜 분별이 생깁니다. 우리가 욕망하고 욕심내는 게, 내 인생에 진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생생한 감각이 생깁니다. 그게 단지 정욕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지 제대로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하나님께 구할 때, 우리가 그것을 왜 구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 구하는지, 어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성찰이 우리에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구하라는 말은 사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성찰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저 원하는 것만 많을 뿐, 우리가 그걸 도대체 왜 원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잘 헤아리지 않을 때가 참 많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그것으로 도대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성찰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그저 돈만 원할 뿐이지, 그 돈으로 도대체 무엇을 사려고 하는지,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구현하려 하는지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돈 욕심, 사실 문제의 핵심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려 합니다. 필요한 것을 구하는 건 괜찮지만, 욕심을 내는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상은 그 둘을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욕심을 내는 건 대개 필요하다 생각하니 욕심을 내는 것입니다. 돈 욕심이 문제가 되는 건 돈 욕심만 낼 때입니다. 돈 욕심만 낼 뿐 그 돈으로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의식이 없을 때가 문제입니다. 돈, 얼마든지 욕심내도 괜찮습니다. 단, 돈 욕심만 가져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누가복음 16장에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었는데 어느날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주인이 귀에 들어갔습니다. 청지기는 오늘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자산관리자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산관리자가 이곳저곳 투자를 한 답시고 돈을 야금야금 까먹고, 주인의 의향과는 다르게 자산을 사용한다는 소식이 주인의 귀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주인이 그걸 알고 묵과할 리가 없죠. 청지기를 불러다가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익계산을 해보자고 말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해고당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청지기의 입장에서는 정말 큰 일 났습니다. 잘리면 살 길이 막막해지겠지요. 경영에는 그나마 소질이 있는데, 농사는 지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빌어 먹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해고당할 게 뻔한 거 같으니 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한 가지 비책을 고안해 내게 되었습니다. 주인의 돈을 빌려 간 채무자들의 빚을 감면해 주고 나중에 그들의 도움을 얻을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는 채무자들을 일일이 불러서 정말 그들의 빚을 감면해 주었습니다.

청지기의 이런 행위는 주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매우 불의한 일입니다. 투자하다 손해를 입힌 것보다 불의한 일이요, 합리적 분별 없이 불필요한 것에 함부로 소비하는 일보다 더 불의한 일입니다. 이 사안은 해고하는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감옥에 보낼 일입니다. 오늘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이니까요. 그런데 청지기의 이 행위에 주인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주인의 반응이 충격적 입니다. 옳지 않은 불의한 청지기라 지칭은 하면서도, 지혜롭게 행했다고 그를 오히려 칭찬합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주인의 관심사가 도대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사실 주인은 돈을 써서 돈을 더 많이 남기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돈을 써서 사람을 남기는 데 관심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돈을 써서 자비를 베풀고, 돈을 써서 의를 이루고, 돈을 써서 사람을 살리며, 돈을 써서 생명 가치를 남기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남기려는 목적으로 돈을 쓰다 오히려 손해를 보면, 그건 말 그대로 헛된 낭비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돈을 쓰다 손해를 보면, 그건 헛된 낭비가 아니라 거룩한 낭비가 됩니다. 주인이 거룩한 낭비에 관심이 있다는 건, 누가복음 16장 9절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이게 무슨 말입니까? “너에게 맡겨진 재화를 얼마든지 활용해라. 다만 그걸로 돈보다 더 값진 걸 남기는 데 사용해라. 사람을 남기고, 생명의 가치를 남겨라. 결국 네가 거할 처소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 아니냐?” 이런 뜻 아닐까요?

이제 이 비유가 본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분명히 정리해 봅시다. 짐작한 대로 이 비유에서 주인은 하나님을 가리키고, 청지기는 하나님의 소유를 맡아 관리하는 우리들을 가리킵니다. 이 비유를 통해 확인되는 첫 번째 교훈은,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거룩한 낭비를 원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이 시대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소유, 더 많은 소유 아닙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더 많은 소유보다 거룩한 낭비를 원하십니다.

소유보다 향유가 낫고, 향유보다 거룩한 낭비가 낫습니다. 향유는 더 소유하려는 태도를 내려놓고 이미 있는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는 일입니다. 이 향유보다 더 나은 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충분히 쓰고 넉넉히 쓰는 일입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일에 많이 쓰겠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선후관계가 틀렸습니다. 많이 벌어 여유가 좀 생기면 나중에 좋은 일에 쓰겠다는 식의 생각으로는 결코 좋은 일에 돈을 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진실은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그 좋은 일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그게 왜 좋은 일이며, 과연 내게도 좋은 일인지 성찰해 보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재화들이 필요한지를 헤아려 보아야 그 일에 쓸 돈이 내게 주어지는 것 아닐까요?

이 비유를 통해 확인되는 두 번째 교훈은, 하나님은 무엇을 써서 무엇을 남기느냐, 무엇을 손해보고 무엇을 남기느냐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돈을 더 벌려고 투자하는 돈을 자본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전적 이익만 중요합니다. 투자한 것 이상으로 회수하는 일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는 금전적 이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돈을 들이든, 시간을 들이든, 재능을 들이든, 에너지를 들이든, 힘을 들이든 그걸 들여 무엇을 얻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다른 말로 무엇을 구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하나님에게는 투자한 걸 투자한 몫 그대로 회수하거나 투자한 것 이상으로 덧붙여 회수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돈을 100만원 투자했으면, 150만원쯤 회수해야 돈을 잘썼다 하는 게 우리이지만, 하나님은 돈을 100만원 투자했으면, 돈 말고 돈보다 더 나은 걸 남기고, 돈보다 더 값진 걸 회수하기 원하십니다. 예를 들면, 기쁨, 평화, 공존, 희망, 생명살림과 같은 것 말이지요. 하나님은 물질 가치를 투자해 하나님 나라의 정신적 가치를 남기는 걸 기뻐하십니다. 물질 가치는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남기길 원하십니다.

이건 경제 활동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신앙생활과 경제생활을 분리시키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신앙을 기초로 경제 생활을 영위해 가라는 의미입니다. 신앙을 기초로 먹고 사는 문제를 이해하고, 먹고 사는 문제의 해법도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소유와 축적,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제 활동의 폐해와 그림자를 극복하고, 대안적인 경제 활동,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경제 활동을 새롭게 만들어 가라는 의미입니다.

이 비유에서 확인되는 세 번째 교훈은, 자기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소비할 때 진정으로 자기에게 이익이라는 점입니다. 예수님이 마태복음 7장에서 하신 말씀 그대로 입니다. “너희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돈을 써서 내 행복을 얻고 싶으면, 남을 행복하게 하는 데 돈을 써 보라는 게 주님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돈을 써서 내 필요를 채우고 싶다면, 남의 필요를 채우는 데 돈을 써 보라는 게 주님의 요청입니다. 이것은 당장에는 손해인 듯 보이나 결국에는 남는 장사입니다. 때가 되면 남의 행복이 곧 내 행복으로 이어지고, 남의 만족이 곧 내 만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 가치를 구현하려는 의도와 뜻을 품고,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갖가지 유무형의 재화를 사용한다면, 그걸 우리에게 허락하셨던 하나님께서 그걸 더 풍성하게 주실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쓸 만한 목적과 비전이 있고, 쓸 만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하나님께서 쓸 것을 주신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불의한 청지기 비유를 주신 것은 우리를 온전한 청지기로 부르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 뜻에 맞게 쓸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하나님이 그 쓸 것을 우리에게 풍족하게 맡기실 것입니다.

“하나님 저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저는 가진 것도 없고, 아무런 배경도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가진 게 없고, 배경이 없는 게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비전이 없고, 이루려고 하는 가치가 없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하나님 앞에 그 비전과 가치를 말하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는 투자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를 모집해서, 그들 앞에서 사업 설명회를 갖습니다.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투자자를 충분히 설득하는 선 과정이 있으면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에게 그런 인생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그 일에 필요한 재화들을 허락해 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돈이 필요하면 돈을 주실 것입니다. 재능이 필요하면 재능을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진 게 없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가진 비전이 없다고 한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도와주실 만한 준비가 없음을 한탄해야 합니다.

불의한 청지기는 언제 이 비밀을 깨달았습니까? 헛 돈을 쓰고, 해고 당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남는 장사, 풍족한 소유에만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돈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불의한 청지기 같지 않습니까? 무엇을 위해 재화를 써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소중한 삶을 낭비하는 것 아닙니까? 원하는 것은 많지만, 정작 그걸로 무엇을 할 생각인지에 대해선 무지할 때가 많지 않습니까? 원하는 걸 도대체 왜 원하는지에 대해선 성찰하려 들지 않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쓸 것보다 쓸 데가 먼저입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 이루고자 하는 가치에 먼저 눈을 떠야 우리 삶에 진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입니다. 하나님 주신 사명에 눈이 밝아야 그 사명을 위해 쓸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입니다. 감각적 즐거움과 자기 만족보다 더 나은 가치 실현을 위해 쓸 데가 있어야 쓸 것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됩니다. 하나님 나라 가치를 위해 쓸 데가 있어야 하나님께서 쓸 것들을 풍요하게 채워주십니다. 제대로 쓸 데가 있다면 하나님께 자유롭고 당당하게 구해도 됩니다.

갖고 싶은 것, 얼마든지 욕심내도 좋으니 그저 욕심만 낼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일에도, 하나님 나라 가치를 선택하고 구현하는 일에도 열심을 내야 합니다. 수단에 불과한 것들만 구할 게 아니라 목적과 가치를 구해야 합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주님의 약속입니다. 이 약속에 근거해 정욕을 위해 쓸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가치를 위해 쓸 것을 하나님께 구하여 얻되 풍족히 얻는 삶을 살아가시길 빕니다.

김현주 목사(한성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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