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rnardo Strozzi, 「Prophet Elijah and the Widow of Sarepta」 (1630) ⓒwikiart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평안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이 한가롭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늘 삶을 불편하고, 두렵고,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일도 쉽지 않은데, 이런 상황 속에서 평안까지 누린다는 건 어쩌면 누군가에는 ‘사치(奢侈)’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도는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안을 누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은 평안을 우리에게 주신다며,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아라.”라고 하셨습니다. 이 평안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평안이 나와 우리에게 주어졌기에, 외부의 상황과 상관없이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선을 나의 바깥, 외부로 향하지 말고, 나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지난주 ‘구원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구원이란 물리적이고, 외적인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하나님을 선생님이 아닌 ‘주님’으로 고백하는 믿음, 그 깨달음과 믿음이 바로 구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평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내가 하나님 안에 있습니다. 성령님이 나와 함께 하십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깨달음과 믿음이 바로 평안입니다. 성도에게 주어진 이 평안이라는 선물을 어떠한 상황에서나, 어디에서나 매일, 매 순간 누리게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은 여신도회 주일로 여신도회 주관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아니 세계교회는 여성들의 헌신으로 세워졌습니다. 성경도 가부장적인 사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기록이 되어 그렇지, 여성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음을 적은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신도회 주일을 맞아, 말씀 속에서 여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확인하고 여신도회가 올 한 해 어떤 믿음으로 신앙생활 할지 다짐할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성도님들은 ‘배드파파’를 아십니까? 이혼 후 배우자에게 양육비와 위자료를 주지 않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양육비와 위자료는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아닙니다. 필수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적인 비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는 나쁘고 부정직한 남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 용어가 될 만한 ‘배드마마’라는 말을 우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거의 높은 경우의 수로 여성들은 피해자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드파파가 양육비를 주지 않더라도 여성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가정을 죽을힘을 다해 지켰습니다. 때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오로지 ‘양육자’로서 자신을 갈아 넣어 아이들을 양육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지금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이혼 후에만 벌어지는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혼생활 중에도 여성이 모든 경제적 책임과 살림, 양육을 떠안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절망적인 순간, 어쩌면 생을 끊고 싶은 순간마저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올까?’, ‘이런 상황임에도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이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예언자 수련생들의 아내 가운데서 남편을 잃은 어느 한 여인이, 엘리사에게 부르짖으며 호소합니다. 참 딱한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예언자님의 종인 저의 남편이 죽었습니다. 예언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그는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빚을 준 사람이 와서, 저의 두 아들을 자기의 노예로 삼으려고 데려가려 합니다.”(1절)

나의 사랑하는 두 아들이 빚으로 인해 노예가 되게 생겼습니다. 남편은 죽고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여성은 엘리사에게 찾아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 ‘부르짖으며 호소합니다.’ 자신의 체면 따위는 없습니다. 오로지 자녀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뿐입니다. 또한, 여성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부르짖으며 호소합니다.’

이 부르짖음에 엘리사가 응답합니다. “엘리사가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겠는지 알려 주시오. 집 안에 무엇이 남아 있소?’ 그 여인이 대답하였다. ‘집 안에는 기름 한 병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2절)

이후의 일은 본문에서 읽은 것처럼 이웃에게 그릇을 빌려 집 안에서 문을 닫고 그릇들에 기름을 붓기 시작하는데 빌린 모든 그릇에 기름이 찰 때까지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그릇에 기름이 다 차자 여성은 엘리사에게 자신들이 겪은 일을 말합니다. “여인은 하나님의 사람에게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하나님의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가서 그 기름을 팔아 빚을 갚고, 그 나머지는 모자의 생활비로 쓰도록 하시오.’”

이 본문은 엘리사가 남편을 잃은 가정에 긍휼을 베푼 기적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은 엘리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남편을 잃고, 빚에 허덕이며, 두 아들을 노예로 보내게 될지 모를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여성의 ‘부르짖음과 호소’가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성이 ‘부르짖고 호소하게’ 만든 동력은 무엇이겠습니까? 살고자 하는 마음? ‘모성애’? 무엇이었겠습니까?

마태복음 15장의 본문 중에도 가나안 여성이 예수님께 부르짖어 호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 딸이, 귀신이 들려 괴로워하고 있습니다.”(22절) 참 신기하게도 이런 장면들에서는 남성이 자녀를 위해 부르짖어 호소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성이 부르짖어 호소하지만, 이 장면에서 예수님은 가나안 여성에게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저 여자가 우리 뒤에서 외치고 있으니, 그를 안심시켜서 떠나보내 주십시오.”(23절) 제자들의 간청에 예수님은 아주 매몰찬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 그러자 여성은 아예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간청합니다. “주님, 나를 도와주십시오.”(24-25절)

여성의 간청에 예수님은 더 매몰찬 말씀을 하십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을 개들이라고 표현하는 예수님에게 여성은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26-27절)

이 말을 들은 예수님은 이방인 여성에게 말씀하십니다. “그제서야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 바로 그 시각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28절)

어떤 마음이 있었기에 이 이방 여성은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무릎을 꿇을 수 있었겠습니까? 바로 ‘선함’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우리에게 있는 선함입니다. 창조 때부처 우리 안에 각인된 DNA입니다. 선함, 이 선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높은 비율로 이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선함’을 잃지 않았기에 그럼에도불구하고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며 삶을 이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선함이 있기에 타인이든 나의 자식이든 그들을 위해 ‘부르짖으며, 호소’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그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건 상관없이, 은혜입니다. ‘선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성도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 2장에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와 예수 그리고 예수의 제자들이 누군가의 혼인 잔치에 참여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혼인 잔치의 사흘째 되는 날에 포도주가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혼인 잔치에서 음식이 떨어지고, 포도주가 떨어진다는 건 대단한 실례입니다. 그래서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아들 예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3절)

그러자 예수님이 “남의 결혼식에서 포도주가 떨어진 게 대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4절)라고 대답합니다. 맞습니다. 예수님이나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와 전혀 상관없는 상황입니다. 이 책임은 혼인한 이들과 가족들이 져야 할 몫입니다.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항변하는 예수에게 어머니 마리아는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예수의 어머니는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일렀다.”(5절) 예수님은 결국 물이 포도주가 되게 하는 기적을 혼인 잔치에 참여한 이들에게 베푸십니다. 그냥 넘어가는 게 없습니다. 혼인한 이들, 이들의 가정, 혼인 잔치에 참여한 이들까지 살피는 ‘선함’이 예수를 움직여 혼인 잔치가 불행하게 끝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오늘날 남성들은 자신들에게도 분명히 있을 ‘선함’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이 보여주고 있는 ‘선함’과 이 선함을 실천하는 ‘의지’는 더욱 귀할 뿐 아니라 결국, 이 선함과 선함을 실천하는 선한 의지가 잠들어 있고, 잊고 살아가는 자신들 안의 선함을 일깨워 주리라 믿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마음은 저주가 아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았던 그 마음과 삶의 의지는 바보 같은 삶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지킨 삶이었습니다. 거룩하고 고귀한 삶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은 우리의 선함이 바탕이 된 부르짖음과 호소에 응답하실 것입니다. 2024년 한해 타인의 고통과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부르짖어 호소하는’ 여신도회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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