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삭개오의 열린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도 열지 않았을까. ⓒGetty Images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저는 한 주간 참 평안했습니다. 좋았습니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책의 내용이 성서 말씀을 더 깊이 있게 묵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묵상의 영향으로 하루하루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을 감사로 고백하며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사의 마음이 계속해서 올라와서 그런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사택 마당에서 하루는 장작에 불도 붙여 사람들이 말하는 ‘불멍’도 해보고, 또 하루는 고기도 구워 먹어보고, 아이들과 소박한 불꽃놀이도 해봤습니다. 감사의 영향으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힘이 제 안에서 올라왔습니다.

감사는 성도에게 이전과는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힘을 줍니다.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변하지 않는 일상일지라도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성도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그 감사의 고백이, 감사의 마음에 성령님이 함께하셔서 성도님들을 더 축복 된 삶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지난주 시편 119편의 말씀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대자들, 자신을 모함하고, 함정에 빠트리는 적대자들 때문에 영혼이 진토 속에서 뒹굴고 있다고 말하는 시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인에게 고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지만, 고난으로부터 당장 벗어나게 해달라는 호소가 시인의 첫 번째 우선순위 기도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믿음대로 살고 싶다고, 더욱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달라고 호소하는 시인의 기도가 첫 번째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지나면 괜찮아질까,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낫겠지. 내년은 올해와는 다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내일도 모레도 다음 주도 다음 달도 해가 바뀌어도 시인에게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 고난의 삶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자 애를 씁니다. 악에 물들지 않으려 애씁니다. 원수 때문에 자신도 지을지 모를 죄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하루하루 몸부림을 칩니다.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닌 믿음을 지키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립니다.

대단한 신앙의 모습이고, 기도 제목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신앙생활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시인의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믿음을 지키는 것, 중심을 잡는 것, 다른 것으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신앙생활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본문이고, 시인의 태도였습니다.

오늘도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우리 교회 표어 ‘마음을 지켜 생명이 흐르게 하는 교회’의 본문인 잠언 4:20-27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신앙생활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더 깊이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 초도제일교회에 부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사역, 보이기 위한 사역 또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마음에 더 집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을 지킬 때, 우리의 삶을 통해 온전한 것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지킬 때 억지가 아닌 자발적으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 아닌 자연스럽게,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잠언의 저자는 자신이 들려줄 말을 ‘너의 마음속 깊이 잘 간직’하라고 권면합니다. “20 아이들아,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내가 이르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21 이 말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너의 마음속 깊이 잘 간직하여라. 22 이 말은 그것을 얻는 사람에게 생명이 되며, 그의 온 몸에 건강을 준다.”

마음속에 잘 간직하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신이 전해줄 말이 생명,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음 깊이, 간직해야 할 말은 무엇입니까? “23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네 마음을 지켜라. 그 마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네 마음을 지키라고 합니다. 마음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한 가지 예화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성도님들도 이와 비슷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자녀들이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 내 맘대로 삶이 이뤄지지 않을 때, ‘내가 더 살아 뭐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입맛도 없고, 삶의 의욕도 사라지고 하지 않습니까? 이러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내어 살아가곤 합니다.

‘내가 더 살아 뭐하겠나?’라고 말하며 의욕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흘러가야 할 것들이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흘러가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사실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급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는 건 더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입니다.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지킨다는 건,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계속해서 열어두려 할 때 가능합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우리 안에는 온전한 사랑이 있습니다. 온전한 평안이 있습니다. 또한, 성령이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놓을 때 사랑도 평안도 흘러가며, 성령의 인도함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닫혀 있던 마음을 열었을 때 자연스럽게 생명이 흐르는 삶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누가복음 19장에 나오는 삭개오 이야기입니다. 성서에 기록하기를 삭개오는 세리장이고 부자였습니다. 당시 세리는 동족인 유대인들의 세금을 걷어 로마에 바치는 직업이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비난할 때, “예수께서 집에서 음식을 드시는데, 많은 세리와 죄인이 와서, 예수와 그 제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였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예수의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당신네 선생은 세리와 죄인과 어울려서 음식을 드시오?’”(마태복음 9:10-11)라고 했습니다.

즉, 세리는 어울려서는 안 되는 존재, 죄인과 동등한 취급을 받는 존재였습니다. 세리였던 삭개오가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겠습니까? 자신을 지킨다는 이유 아래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야만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삭개오는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말과 눈빛, 사랑에 삭개오는 정화되었습니다. 과거의 말들에 머물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난 후 어떤 선언을 합니까?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누가복음 19:8-9a) 마음이 닫히지 않고, 마음이 열린 성도는 삭개오와 같이 생명이 흐르는 삶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본문은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닫지 않고, 마음을 여는 삶, 마음을 지키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24 왜곡된 말을 네 입에서 없애 버리고, 속이는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여라. 25 눈으로는 앞만 똑바로 보고, 시선은 앞으로만 곧게 두어라. 26 발로 디딜 곳을 잘 살펴라. 네 모든 길이 안전할 것이다. 27 좌로든 우로든 빗나가지 말고, 악에서 네 발길을 끊어 버려라.”

어떤 의미의 말씀입니까? 과거나 지금 겪는 상처, 말, 상황 등에 머무르지 않고 통과하라는 의미입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히려고 하는 머릿속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합니다.

처음에 한 주간 감사의 마음으로 살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주간을 감사의 마음,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머무르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말과 상황 또는 무언가가 저를 잡아두고, 끌어내려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황과 말과 사람으로 인해 얼마든지 마음이 닫힐 수 있었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왜곡된 말, 속이는 말을 멀리했습니다. 

‘더욱 마음을 지키십시오.’ 마음을 닫는 것이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여는 삶이 마음을 지키는 삶입니다. 내 마음이 지금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닫혀 있다면 어떤 이유로 닫히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에 머물러 있는 나를 발견했다면, 그 문제를 마음에서 흘려보내십시오. 그 문제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김으로 흘려보내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이렇게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선택과 결단을 내릴 때 우리의 삶은 더욱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삭개오와 같이 생명이 흐르고, 사랑이 흐르고, 더욱 건강해지는 삶을 살게 될 줄 믿습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