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이렇게 상경하여 모임을 끝내고 그 다음날 보고 싶었던 지인을 만나러 선릉역으로 발길을 옮기면서도 여전히 사람 구경은 재미가 있다. 거리를 걷는 아주 수많은 저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저 사람 하나하나가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혼자 생각하며 속으로 웃음 짓는 맛을 사람들을 알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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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해 여름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 사진은 여미지 식물원에서 딸과 포즈를 잡았는데 아들 녀석이 끼어드는(?)바람에 장면이 더 재미있게 나온 것이다.
ⓒ 송상호 /에큐메니안 | ||
“ 시골에서 사니깐 돈이 별로 없어도 살 만해요. 우리는 첫 째로 자녀들 사교육비가 전혀 안 들어가니까요. 큰 아이(예비 중학생)나 작은 아이(예비 초등생)나 한 번도 학원을 보낸 적이 없죠.”
“ 아. 그래요.”
“ 사람들이 잘 안 믿어주더라고요. 아니면 그래도 집에서 부모가 공부를 따로 시키기는 할 거라면서 말이죠.”
“ 그렇군요. 하지만 아직 자녀들이 어려서 그렇지요. 아무리 시골이라도 자녀들이 대학가고 결혼하게 되면 돈으로 꽤나 뒷받침해야 할 걸요.”
이쯤 이야기가 나오면 나의 잘난 척하는 기세도 시들해져야 할 텐데 다짜고짜
“ 지들 좋으라고 가는 대학을 부모가 왜 보내줘요. 필요하면 지들이 벌어서 가면 되지요. 부모 된 입장에서 고등학교 까지는 미성년자니까 졸업시켜줘야겠지만, 그 이상은 지들 필요에 의해서 지들이 벌어서 가면 되죠. 대학 가고 안 가고는 지들 선택 사항이 아니겠어요. 허허허허허.”
그 말은 대학가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라 하겠다. 그러니깐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렷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생각이 난다. 4명의 딸을 둔 부모가 딸들을 결혼 시키면서, 또는 결혼시키고 나서도 이것저것 늘 신경 쓰며 골머리 앓는 감동의 가족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그 프로를 보면서 눈물을 참 많이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 부모들의 뼈아픈 진실이 묻어나는 장면들은 특히나 그랬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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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바닷가에서 엄마와
사진을 찍은 딸아이는 키가 벌써 지네 엄마와 비슷하다. 키가 큰 만큼 생각도 성숙한 듯 장차 커서 대학가고 시집가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걸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 송상호 /에큐메니안 | ||
갓난아기 때부터 따로 재우고 할 수만 있으면 자녀들을 빨리 독립시키려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정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생활화하지 못할 것인지. 한 명의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만 드는 비용이 몇 억이 들어가는 이 나라에서 부모들은 늘 허리가 휘청거리며 살아야 하는 지. 그것도 모자라 결혼 자금까지 뭉치 돈을 대 줘야 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일 있을 때마다 자녀들의 뒤를 닦아 줘야하는 건지. 계속해서 이런 풍습이 대물림을 해야 하는 건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던가. 부모와 자녀 간에 나누는 사랑은 자꾸만 ‘붙는 사랑’이 아니라 자꾸만 ‘떨어지는 사랑’이라고. 어차피 누구든지 인생이란 자신이 혼자 서서 자신이 책임지고 가는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자녀들을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그런 독립심과 자주성을 키워주는 게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굳이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들라고 하면 ‘홀로서기’를 철저하게 전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집에 돌아와 이런 이야기를 큰 아이에게 말해주었더니 ‘당연한 일을 가지고 뭘 그렇게 말씀 하시느냐’는 반응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무척 사랑스럽다.
*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송상호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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