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의 분열이 성서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다. 원시 그리스도교 교회에서부터 발생했던 이 현상으로 인해 성서는 일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열에 대해 신약성서는 교회의 무용성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Illustration by Chris Gash(https://www.christianitytoday.com/ct/2021/july-august/church-after-covid-pandemic-trauma-tension-healing-together.html)

종교개혁 전통에서 출발한 대부분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특징은 분열에 있다. 종교개혁 자체가 교회에 대한 신학적 비판과 논쟁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전통보다 말씀과 믿음을 강조하고, 교리보다 은총을 앞세우고, 교권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교회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성직자들보다 하느님의 백성을 교회의 주체로 선포함으로써, 기득권 종교와 대결했다. 논쟁과 대결, 이로 인한 교회의 분열은 그러므로 개신교 전통의 처음부터 있었던 일이다.

개신교 분열의 이유

분열의 이유는 많았다. 우리는 교리논쟁(성서의 권위와 해석 문제), 신앙고백의 구속력 문제(16, 17세기의 유럽교회의 신앙고백이 어느 정도까지 구속력을 갖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한 논쟁), 성령운동과 경건파에 의한 부흥운동의 도전,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처방법에 따른 이견(국가권력과 교화와의 관계문제, 노예제도를 둘러싼 미국 장로교회의 분열, 인종분리정책과 남아프리카 교회의 분열, 반공주의와 해방운동 등), 사회문화적 측면(전통 종교에 대한 태도, 언어적 갈등, 이민 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1)

신학적 입장의 차이, 권력에 대한 태도 외에도 개신교 역사상 교회를 분열시킨 주요한 요인의 하나는 바로 선교를 둘러싼 것이었다. 선교지 안에서의 영역다툼, 교파이식으로서의 선교, 문화적 갈등과 식민주의 등 선교는 처음부터 일치보다는 분열에 더 관계되어 있었다. 이런 갈등은 개신교 내부, 곧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 사이에서도 심화되었는데, 복음화와 인간화, 영혼구원과 사회구원, 개인적 회심과 구조적 변혁 등 양자택일적 논쟁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개신교 일치의 노력

그러나 개신교의 이런 분열에도 불구하고 일치에 대한 꿈과 시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분열과 마찬가지로 일치에 대한 의지는 종교개혁 당시에도 이미 있었다. 깔뱅과 파렐(Farel, 1489-1565)은 1548년 츠빙글리파와 합의함으로써 세 갈래이던 개신교파를 두 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장로교의 교파적 연합은 1875년에, 회중교회의 연합은 1891년에 이루어졌는데, 장로교 제도와 회중교회 제도를 가진 교회들의 연합노력은 1970년 국제 회중교회 협의회 제11차 총회와 개혁교회 연맹 제20차 총회가 각각 인준함으로써 세계개혁교회연맹(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의 형성에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2)

가톨릭교회와 개혁교회와의 대화는 1968년 세계개혁교회연맹을 통해 시작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유럽,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떤 합의점에 도달하기 보다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화는 주로 성서해석학 문제, 교회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교회를 존재론적으로 이해하는 가톨릭과 관계성에 치중하는 개혁교회의 입장, 성화하는 성례전으로서의 교회관과 표적과 증거로서의 교회관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가톨릭과 개혁교회 사이의 대화는 초기단계에 비해 훨씬 성숙해졌는데, 그리스도론, 구원론, 교회론의 분야에서 이미 합의했다고 인정되는 요점은 수용하면서, 동시에 합의되지 않는 부분은 미래로 넘기거나 아니면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3)

분열이 스캔들이지만

분열이 교회의 스캔들이기는 하지만,(4) 오히려 교회적 삶의 다양성을 증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개신교 사이는 물론, 가톨릭과의 일치는 각 교회가 ‘협의회성’을 회복할 때,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협의회성’은 1973년 살라망카에서 열린 ‘일치의 개념들과 연합의 모델들’에 대한 세계교회협의회의 ‘신앙과 직제’(5) 대회에서 다음과 같이 표명되었다: 

여기서 ‘협의회적 교제’라는 말은 분열된 교회의 일치가 단 한번에 도달될 수 있는 정적인 조화나 기구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역동적인 운동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협의회적 교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상호인정과 성만찬의 공동 거행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협의회적 교제는 획일적 일치를 극복하기 위해 교인 개인과 개교회의 은사, 타자성에 대한 깊은 존경과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협의회적 교제는 교회공동체성의 정치적, 사회적 모순들을 지각하지만, 그것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협의회적 교제는 능동적 관용을 요구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우려는 자세를 전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개방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7) 협의회적 교제는 교회일치를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호인정의 가능성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적 산물로서의 개신교의 다양한 교파적 분열을 꼭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위계적 권위와 질서에 의해 뒷받침되는 교회의 일치보다 충만한 상호책임과 연대성 속에서 서로를 자매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교회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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