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일 수 없지만, 우리가 화를 내는 경우의 많은 수가 욕심 때문이다. ⓒGetty Image

말씀은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면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멀리 있어서 아니라 말씀을 담은 성서가 우리 가까이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말씀은 과연 무엇인지요?

말씀을 찬양하는 시편도 있고 말씀의 능력을 말하는 히브리서의 구절도 있습니다. 말씀의 권위는 나사로의 이야기에서 보는 것처럼 그 어떤 기적에 의해서도 대체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은 과연 무엇인지요?

듣는다는 것은 말씀을 인식하는 방식을 대표합니다. 성서시대에는 누구나 성서에 접근해서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랍비나 사도같은 사람이 전해주는 것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효과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보든 듣든 말씀은 재미로 소비되어도 좋은 흥미거리가 아닙니다. 말씀은 길과 같습니다. 그것도 생명에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언 기자는 내 말을 지키라 그러면 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내 규례와 법도를 지키라. 사람이 이를 실천하면 '그것들 때문에' 살 것이라고 했던 레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레 18,4). 이는 또다시 주님이 진리 곧 말씀을 따라 생명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과도 연관됩니다(요 14,6).

이렇듯 말씀은 생명에 이르는 길을 가는 것, 곧 실천하며 그 길 위에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점에서 말씀은 그 말씀을 실천으로 지키는 자에게 자유를 주는 완전한 법입니다.

이 말씀, 이 법을 말하면서 야고보는 두 가지 실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듣는데는 빠르고 말하는데나 화를 내는데는 느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자를 돌보며 세속에 물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야고보는 이 권고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매우 평범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화를 내는데 느리라는 말은 흥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화’는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지 못한다는 이유가 덧붙여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 말은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화를 내면, 사람이 화를 내는 것, 가능성이 덜하지만 화를 내는 사람 등으로 번역됩니다. 조금 달리 하면 사람이 화를 내는 것으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화를 내는데 느리라고 권고합니다. 사람이 화를 내는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경우 화의 근본 원인은 탐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탐심에서 비롯된 화가 하나님의 정의와 관련이 있을 리 없습니다.

탐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라도 화를 내는 것 그것도 즉각 화를 내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는데 기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소개하시며 화를 내는데 느리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히브리어 표현은 직역하면 ‘코를 길게 한다’입니다.

풀어 말하면 ‘숨을 길게 쉬다’입니다. 길게 숨을 쉼으로써 화를 누르는 모습입니다. 여기서도 이러한 모습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를 내는데 느린 것은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말씀을 실천한다는 것의 의미가 이렇게 소박하게 이해된다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는 삶입니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훼손하는 것,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는 삶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거룩한 분노’입니다. 그러한 것에 대해 하나님은 분노하시고 심판을 선언하시고 집행하신 분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화 내는데 느리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정의를 짓밟는 것에 동조하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서의 구절구절이라기보다 성서의 정신을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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