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선택하다 - 에큐메니안

▲ 자신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음성에 응답한 삭개오는 다른 삶을 선택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Getty Image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계획하시고, 이루어 가시기에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어떤 순간에도 우리 안에 주어진 평안을 선택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다윗은 자신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된 후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다윗 왕이 성막으로 들어가서, 주님 앞에 꿇어앉아,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 하나님, 내가 누구이며 또 내 집안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 나를 이러한 자리에까지 오르게 해주셨습니까? 주 하나님,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이것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시고, 주님의 종의 집안에 있을 먼 장래의 일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주 나의 하나님, 이것이 어찌 주님께서 사람을 대하시는 일상적인 방법이겠습니까? 주 하나님, 주님께서 주님의 종을 잘 아시니, 이 다윗이 주님께 무슨 말씀을 더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사무엘하 7:18-20)

‘주님께서 계획하신 일들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잘 아십니다. 그러니 내가 주님께 무슨 말씀을 더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얼마나 놀라운 고백입니까? 다윗의 삶을 이끌어 가신 하나님께서 오늘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도 이끌어 가고 계십니다. 믿으십니까?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삶의 의탁하심으로 두려움과 걱정, 불안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참 평안을 누리실 수 있는 저와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로마 교회를 개혁하고자 한 운동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교회 개혁과 진리 수호를 위해 목숨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던 믿음의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교개혁주일이 다가올 때면, 신앙생활 가운데 내 안에 타락한 부분은 무엇이고 그래서 어떻게 갱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온전해지기 위해 성도님들이 갱신해야 할 스스로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 또는 마음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없는 분은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마음에 서늘함이 느껴졌습니다. 이유는, 예배시간에 여러 사정으로 결석을 하시는 바람에 성도님들이 너무 적게 앉아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배드림에 사람의 수는 중요하지 않지만, 목사인 저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만히 기도하며 생각하다 이 상황을 자초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자책과는 다른 결의 마음입니다.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라 애초에 내가 이 상황을 원했구나, 내가 만들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성도님들께 한 번 드린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우리 교회에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을 스스로 여전히, 굳건하게 가지고 있음이 선명하게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어쩌면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성도님들은 어떠십니까? 혹시나 우리 동네는 전도하기 힘들어, 틀렸어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또는 가정에서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고성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평화와 통일에 관한 가이드를 할 때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통일과 평화에 대해 ‘한계짓는 마음 또는 벽 허물기’입니다. 왜냐하면, ‘통일은 됩니다! 평화는 옵니다!’라고 아무리 외칠지라도 인원들 가운데는 진심으로 이 구호를 외치지 못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과 평화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공허한 실천과 구호가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도록 통일과 평화에 관해 ‘한계짓는 마음 또는 벽 허물기’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번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스스로 갱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저의 마음, 지역 주민들을 향해 닫혀있는 ‘마음의 벽’이었습니다. ‘언제라도 지역 주민 누구든지 우리 교회에 나올 수 있다.’ 어떤 상처를 받았건, 어떤 관계 가운데 있건, 어떤 조건들이 교회에 나올 수 없도록 엮여 있을지라도 교회에 나올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묵상하며 제 마음에 정해놓은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이던, 내년에 시작하던 지역 주민들의 이름과 기도 제목을 교회 한쪽 벽에 걸어 놓고 성도님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오늘 본문이 떠올랐습니다. 돈, 재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삭개오. 그래서 예수님이라는 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갈망했던 삭개오가 떠올랐습니다.

“1 예수께서 여리고에 들어가 지나가고 계셨다. 2 삭개오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세관장이고, 부자였다. 3 삭개오는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려고 애썼으나, 무리에게 가려서, 예수를 볼 수 없었다. 그가 키가 작기 때문이었다. 4 그래서 그는 예수를 보려고 앞서 달려가서, 뽕나무에 올라갔다. 예수께서 거기를 지나가실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삭개오들이 있습니다. 익명의 삭개오들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하는 이들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런 삭개오들을 구분해 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이웃들이 이런 삭개오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읽은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에서 저자는 예수님을 만난 이후의 삭개오 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어놓았습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기에 성도님들께 들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친구 자캐오가 예수님과의 만남을 잊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자캐오는 상당히 빨리, 또 깡그리 그 만남을 잊어버렸다. 심지어 자기가 속였던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어 약속한 대로 갚아 주기도 전에 잊고 말았다.

곧 그는 자기가 예수님과 이웃들 앞에서 선언했던 말이 너무 과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그저 조금 성급했던 것뿐이야.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안 그래?’ 그렇게 조금씩 자캐오는 예전 삶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어느덧 말년에 접어들어, 유다교 신년제인 로쉬 하샤나와 속죄일인 욤 키푸르 사이의 회개의 시기를 보내던 어느 날에 자캐오는 예전의 지향과 결심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고 그가 소홀히 한 임무를 보상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는 주님 앞에 엎드려 적절한 속죄를 내려 주시기를 청했다.

자캐오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쉼터에서 저 쉼터로 세상을 떠돌다가,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해야 했다. 사람들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는 풀려날 것이다.

가엾은 늙은 자캐오, 수세기 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일을 들어야 했을까! 그가 만난 많은 거짓 예언자 가운데는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는 이들도 있고, 어떤 이들은 아주 그럴듯하게 말하기도 해서 자캐오는 자신의 무화과나무 밖으로 거의 나올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붙잡고 내려올 나뭇가지를 열심히 찾는 그 손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언제나 있었고, 그의 내면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려오고는 했다. ‘저 사람은 아직 그분이 아니야. 저건 내가 예리코에서 들었던 그리스도의 웅장한 청아한 목소리가 아니야. 아직 더 기다려야 해!’

참회자 자캐오의 방랑은 이제 교회 건물들과 종교와 영성 운동들에까지 이르렀지만, 자캐오는 그 어디에서도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 깨끗한 목소리를.”

아무런 편견 없이 다정하게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며 불러주는 목소리, 위로와 사랑의 목소리가 바로 주님의 목소리 아니겠습니까?

오늘날 이웃들에게 이런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우리 초도제일교회가 이런 주님의 목소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마음을 열고 이 지역에 있는 삭개오들에게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주님의 음성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5 예수께서 그곳에 이르러서 쳐다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 6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

우리의 음성이 주님의 음성을 대신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음성을 들은 이들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될 줄 믿습니다. 삭개오의 삶이 변하고, 회복된 것처럼 이웃의 삶 또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 늦은 밤 서울 이태원에서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좁은 거리에 몰리면서 벌어진 압사 사고입니다. 사망자 수가 계속 올라가더니 151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게다가 10-20대가 사망자의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혹시나 이 일을 두고 교회들에서 ‘할로윈 파티’를 언급하며 하나님의 심판 따위를 이야기할까 싶어 마음이 어두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내어야 하겠습니까? 주님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비난과 비판, 판단과 심판이 아니라 위로와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자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사랑의 언어로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다해 이웃 곁에 서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말로는 위로하지만, 마음으로는 비난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개혁해야 합니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저와 성도님들의 삶을 통해 예수님처럼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할 수 있게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나보다 더 한 일들을 너희들이 할 수 있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사역을 이어받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한 성도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자신의 말과 행동의 동기에 무엇이 있으십니까? 어긋나고 부패하고 타락한 마음을 개혁해야 합니다. 마음을 열어 온전한 사랑으로 사는 저와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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