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의 유일신 ‘알라’ 캘리그라피 ⓒGetty Image

신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알-누리에게 ‘무엇이 신에 대한 안내자인가?’라고 묻자, 그는 ‘신’이라고 대답하였다. 수피는 신을 향한 유일한 안내자는 신 그 자신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한 위대한 수피는 ‘신 자신이 알게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모른다. 신 자신이 그는 하나다라고 알려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일체성을 모른다. 신 자신이 그에게 관대함을 보여준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신 자신이 그에게 계시한 양심을 갖고 있지 못하면 아무도 신을 기술하지 못한다. 신 자신이 가까이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진리가 아니다. 신 자신이 그를 위하여 선택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에게 바르지 않다’고 말한다.(1)

한 사람이 수피 우라이얀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과 어떻게 지내는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를 알게 된 날부터 그로부터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당신은 그를 언제부터 알았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부른 날부터.’

수피들에 의하면 신은 하나이시고, 홀로이시며, 단수이시며, 영원하시고, 영원불변하시며, 알고 계시며, 살아 계시며, 들으시며, 보시며, 강하시며, 힘 있으시며, 위엄 있으시며, 위대하시며, 관대하시며, 온화하시며, 자존심이 있으시며, 두려우시며, 참을성이 있으시며, 첫째이시며, 신이시며, 주인이시며, 지배자이시고, 선생이시고,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시며, 열망하시며, 말하시며, 창조하시며, 버티시는 분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은 그 자신이 자격을 부여하는 모든 특성을 갖고 계신 분이시며, 그 자신이 이름을 붙이는 모든 이름을 갖고 계신 분이다.(2)

믿음과 회개에 대하여

한 수피는 ‘믿음의 요소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제한 없는 합일, 중단 없는 회상, 묘사 없는 상태 및 순간 없는 황홀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진정한 믿음은 신에 대한 존경이다. 거기로부터의 열매는 신 앞에서의 부끄러움이다’라고 말했다.(3)

수피 알-누리는 ‘회개란 신을 제외한 모든 것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욕과 경건에 대하여

알-주나이드는 ‘금욕이란 손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마음은 소유로 가득 찬 것이다.’라고 말했다.(4)

무함마드 이븐 신잔은 ‘경건함이라 함은 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5)

영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종교를 향해

문화비평가 김용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용호 교수의 비판은 영성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 남았을 뿐 정작 영성 자체는 경험하기 어렵게 된 제도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제도종교가 독점해온 영성이란 결국 신비적, 일탈적 영성이거나, 교권주의를 뒷받침하는 도구, 아니면 인간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러나 그의 비판은 첨단의 기술문명과 세속화 시대, 이른바 후기 종교시대에서도 영성에 대한 추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동시에 오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영성이 어떤 것인지를 반영하고 있다.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은 영성, 성속이 결합한 영성, 쇼가 아닌 영성, 육체 속으로 몰입하면서 동시에 육체 밖으로 탈출하려는 영성 등이 그것이다. 풍요로운 물질주의 시대의 뒤편에서 빈곤해지는 정신을 회복하려는 욕구를 기성종교의 제도화된 영성의 틀에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대안종교를 찾고 있다.

‘뉴 에이지’, ‘신과학’, ‘혼돈이론’ 등이 지식인들의 대안종교라면, ‘아프리카의 원초적 음악’, ‘기’, ‘단식’, ‘단전호흡’, ‘마약’, ‘스포츠’ 등은 대중의 대안종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안종교들은 영성을 제도종교의 특정한 공간에서부터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 인간과 신의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원초적인 매체라고 할 노래와 춤은 성전에서 노래방과 디스코텍으로 자리를 옮긴지 오래다. 인간의 욕망을 일방통행적으로 신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기도라는 매체도 ‘초월명상’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안 종교적 운동들을 위험한 사이비 영성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다. 오늘 제도종교의 성장이 정체되었다거나,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을 볼 수 없다는 것도 이런 대안종교들의 견인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을 제도종교 안에서 생명력을 잃은 영성의 복원에 대한 시대적 요청으로 보는 것이 지나친 견강부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종교와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영성에 대한 모색방식, 심지어 반종교적으로도 보이는 현상들, 예컨대 영상매체에의 몰입, 스포츠, 마약 등도 따지고 보면 충족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정신적 공백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데, 이런 영성운동들의 공통점은 영성의 총체성(육체와 정신의 일치), 영성의 실천성(말과 행동의 일치), 영성의 일상성(성과 속의 일치), 영성의 역사성(초월과 역사의 일치)에 있다고 보여 진다.(7)

이슬람 신비주의 연구가 우리 시대 영성에 대한 갈급함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같은 유일신 신앙에서 출발한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의 영성과 신비주의를 비교 연구하는 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둔다.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