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참된 빛과 피조된 빛들

▲ 더듬거리며 이 세상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을까 ⓒGetty Image

바르트는 좀 더 자세하게 창조 세계에 있는 빛들, 말들과 진리들에 대해 논하려고 다시 창조론(Ⅲ/1)의 논제로 돌아간다. 계약이 창조의 내적 근거인 것과 같이 피조된 세상은 화해(계약)의 외적 근거이다.(1) 세계는 하나님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선택 안에서 세계는 그의 활동의 ‘장’으로 정해졌다.(2)

그리스도의 화해와 구원이 발생하는 곳

바로 이 장소에서 화해와 구원의 사건이 일어난다. “창조는 구원이 전제되는 땅이고 대기”(3)인 것이고, 따라서 창조의 목적은 화해에 있다. 창조는 하나님의 신실한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에, 인간의 파괴적인 죄에도 불구하고, 영속성과 항구성의 특징은 깨어지지 않는다. 바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창조주의 신실성에 피조물의 영속성과 항구성이 상응한다. … 창조주는 언제나 그의 피조 세계의 보증인, 지지자와 보호자이다... 피조 세계가 그것 자신의 빛들과 진리들을 갖고 그러므로 그것 자신의 언어와 말들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창조주의 신실성에 기인한다.”(4)

창조주의 이 신실성 때문에, 피조된 세상의 언어, 그것의 자기 증거, 그것의 빛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왜곡에 의해서, 다시 말하면 교만이나 나태 또는 거짓이라고 불려지는 죄에 의해서 소멸되지도 않는다. 그것들은 사람의 죄와 그리스도의 화해의 이 ‘드라마’의 무대로 남아 있다. 사람이 타락하여 그 빛들을 식별하고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그 빛들은 그를 밝게 비추어 준다.

그래서 타락의 심연에서조차 인간은 그것들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빛들은 유일하고 참된 생명의 빛의 방사에 의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의해서 생명의 빛과 구별되는 피조된 빛들로, 즉 우주의 빛들, 말들과 진리들로 드러나고 특징”지워진 것들이기 때문이다.(5)

세상의 빛들의 특징

그러나 이 세상의 빛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직 점화되지 않는 빛이거나 타오르지 않고 빛을 발하지 않는 꺼진 빛들에 불과할 뿐이다.”(6) 그 자체로 그 빛들은 “어떤 것을, 그러나 단지 공허하고 생소한 것을 가리킬 뿐이다.”(7) 그것들이 나타내는 것은 하나님의 유일한 진리가 아니라 그들 자체의 피조적인 진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 빛들 한 가운데서 절대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기 때문에, 그것들은 그 말씀, 곧 유일한 참 빛과 대면하고, 그 빛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바르트는 이렇게 표현한다.

“이것은 창조세계의 작은 빛들이 창조주의 위대한 빛과 대면하고 일어나는 긍정적인 사건이다. 그 빛들은 한쪽에 팽개쳐지거나 무시되지도 않고 억눌리거나 무효화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빛들은 위대한 빛에 통합된다.”(8)

이런 이유로 피조물의 빛들, 말들과 진리들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말씀이 빛나고, 은총의 계약의 메시지가 선포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그것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님 자신이 말하는 것과 조화될 수 있고, 반대로 하나님을 이해함으로써 그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9) 그래서 세속적인 것은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세속적인 것에 대해 말씀하시고, 그래서 세속적인 것으로 하여금 그 자신에 대해 말하도록 하시기 때문이다.(10) 이렇게 그 빛들이 그 나름의 확실성과 상대적인 타당성 안에서 “실제적인 가치, 힘과 의미”(11)를 가지고 있는 한, 그것들은 “하나님의 영원한 빛을 반영하고, 그의 말씀에 답하고, 그의 진리에 상응”(12)한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시편 19:1 이하). 세상과 그것의 피조적 질서는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화해의 목적, 그의 예언자적 말씀의 영역을 봉사하는데 사용되는 수단들이라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는다.